토론

간호법 제정, 간호사들의 처우만 개선되면 의료시스템이 개선될 수 있을까요?

2023.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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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이미지출처: pixabay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무회의에서 “국민 건강은 다양한 의료전문직역의 협업에 의해 제대로 지켜질 수 있는 것”이라며 간호법안이 “유관 직역 간의 과도한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있다”는 이유로 간호법 제정안에 대한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를 의결했습니다(jtbc뉴스, 2023.05.16.). 윤석열 대통령 거부권 행사 후 간호사들은 총궐기대회를 열고 정부를 규탄하고 있으며(동아일보, 2023.05.20.), 20개의 의료보건직군 뿐만 아니라 국민들의 관심도 사그러들지 않고 있습니다. 의료 보건과 관련한 문제는 국민 모두가 건강을 유지하는데 매우 중요한 문제이기에 간호법 제정과 관련된 논의는 국민 모두에게 중요한 이슈라고 볼 수 있습니다. 간호법 제정 무엇이 지금과 같은 갈등을 만들어냈는지 알아보도록 할까요?

[그림2] 의료법 전문(국가법령정보센터)

우리나라에서 “의료인”이란 보건복지부장관의 면허를 받은 의사·치과의사·한의사·조산사 및 간호사를 말합니다. 이 5개 직역은 모두 의료법에 준하여 면허를 부여받고 관련된 역할을 행사합니다. 이러한 의료법은 1944년 일제가 전쟁에 의료인 급파를 위해 ‘조선의료령’이라는 법을 만들었고, 일제가 패망하고 돌아간 이후에 우리 정부가 ‘조선의료령’을 일부 수정하여 ‘의료법’으로 명명하고 이를 기본으로하여 여러차례 개정을 거치며 지금까지 유지해 오고 있습니다.(김계현, 2001, 한국과 일본 의료법체계에 관한 연구)  제 32대 대한간호협회 회장 신경림씨는 우리나라의 의료법은 의사들의 병원이나 의원의 개설 혹은 운영을 위한 법안이기에 변화하는 우리사회에 수준높은 의료보건 서비스의 확립과 의사가 아닌 다른 다양한 직역의 전문성있는 역할 수행을 위하여 간호법의 제정은 꼭 필요한 것이라고 말합니다.(YTN, 2022.02.28.)

? 간호법의 논란 지점

 대한 간호사협회는 우리나라가 2017년 고령사회에 진입하였으며 2026년이면 전체 인구의 20% 이상이 고령인구인 초고령사회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인구 고령화가 급속도로 진행되면서 의료 및 보건 서비스 수요가 빠르게 증가할 것이며 COVID-19와 같은 감염병의 신속 대응을 위하여 이번 간호법 제정을 준비하였다고 말하고 있습니다.(의안정보스시템)

2023년 5월 16일 거부권 행사 시점의 논란 조항은 크게 2개의 조항으로 볼 수 있습니다.

  첫째, 1장 1조 - “지역사회”가 뭐길래.. 


[그림 3] 간호법 의안원문 발췌

 제 1장에 있는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이번 간호법과 관련한 가장 큰 이슈 중 하나입니다. 대한의사협회에서는 ‘지역사회’라는 단어가 간호사의 단독 개원을 할 수 있는 여지를 주는 것이라며, 후에 악용될 수 있다 말합니다(연합뉴스, 2023.05.16.). 현재 간호사는 의료법 이외의 다양한 법률에 근거해 어린이집, 장기요양시설, 장애인복지시설 등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현행 의료법 체계에서 의사의 지도 없이 혈압·혈당을 체크하는 기본적인 행위조차도 불법 의료행위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병원 밖에서 일하는 간호사가 환자에게 적절한 간호를 하지 못하는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고 있습니다. 그렇기에 대한간호협회는 간호간병시스템 확립을 위하여 ‘지역사회’ 문구가 간호법안에서 빠져서는 안되며, 이미 지역사회에서 지역간호를 시행하고 있는 수만명의 간호사들에게 최소한의 법적 근거를 마련해주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말합니다. 또한, 논란의 여지를 줄이기 위해 단독 개원의 가능성을 없애고자 ‘의료법에 우선한다’는 조항도 넣지 않았고, 10조 2항에 ‘진료의 보조’도 추가했다고 말합니다(연합뉴스, 2023.05.16.)

 대한응급구조사협회는 응급구조사들은 간호법을 통해 의료기관 밖으로 간호사의 영역이 넓어지면 응급구조사의 업무까지 간호사가 할 수 있게 될 소지가 있다고 우려합니다. 소수 직역인 응급구조사들은 수행할 수 있는 업무 범위가 제한되어 있고, 그들의 고유 영역은 병원 밖에서만 존재하는 업무가 많습니다. “지역사회”라는 문구를 기반으로 간호사의 업무의 영역이 확장되면 응급구조사의 생존권이 위태롭다는 것이 응급구조사들의 주장입니다.  응급조사협회 윤종근회장은 “간호사들이 소방 119 구급대로 유입돼 응급구조사의 업무범위가 아닌 구급대원이라고 칭해 간호사도 구급대원이라는 명분 아래 응급구조사의 업무를 수행할 수 있게 하려는 시도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에서 간호법은 응급구조사 제도의 도입 목적을 훼손하는 법안”이라고 주장합니다.(의학신문, 2022.07.25.)

 대한간호조무사협회 곽지연 회장은 “간호법은 사실상 간호사에게는 지역사회에서 의사 지도 없이 방문간호센터와 같은 독자적인 기관을 설립할 수 있게되는 것이며 장기요양기관 등 지역사회에서 일하는 간호조무사를 간호사의 보조인력으로 만들어 간호사 없이 업무를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합니다. 곽회장에 따르면 의료법은 의료기관에 국한돼 있지만 간호법은 의료기관 밖 지역사회까지 확대되기에 지역사회에서는 단독으로 간호업무를 수행할 수 있다고 해석할 수 있는 의미라 말합니다. 현행법상 장기요양기관의 경우 촉탁의 지도 하에 간호조무사 단독으로 근무할수 있지만 간호법에서 명시한대로 “지역사회”로 간호사의 영역이 확장되면 장기요양기관에서 간호사 없이 간호조무사만 근무할 수 없게 돼 직접적인 피해를 양산한다는 것이 곽 회장의 주장입니다. (의학신문, 2022.07.25.)

  둘째, 제5조 2장 - 간호조무사 학력 상한제 논란


[그림4] 간호법 의안원문 발췌

 제5조 2장에 있는 ‘고등학교 졸업 학력 ‘이상’ 인정자’가 논란의 쟁점입니다. 대한간호조무사협회측에서는 2년제 간호조무사학과를 졸업한 자가 응시자격을 위해 고졸자를 위한 간호학원을 또 다녀야 하는 사항에 대해 반발하였습니다 (뉴스핌, 2023.05.16.). 이 조항에 따르면 전문대나 4년제 대학의 보건·의료 관련 학과를 졸업해도 간호조무사 시험을 볼 자격이 주어지지 않습니다. 다시 간호학원에 등록해 1년의 과정을 이수해야만 자격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통상 국가공인시험은 ‘고졸이상’, ‘대졸이상’같은 식의 ‘학력 하한’이 존재하는데, 유독 간호조무사 시험만 ‘학력 상한’이 존재하는 구조가 되는 셈이기 때문에 이것은 고졸자와 대졸자의 임금 차별을 구조적으로 명시한 것이라고 간호조무사협회는 말합니다(중앙일보, 2023.04.14.)

? 간호법 갈등, PA간호사 논쟁으로..

대통령의 간호법 거부권 행사에 반발한 간호사들이 ‘업무 외 의료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준법투쟁’에 나서면서 현행 의료법에서는 의사들의 업무범위에 있으나 그 업무를 대신해주는 PA간호사들이 불법의료행위를 거부하면서 또 다른 문제를 수면위로 불러일으키고 있습니다.

 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에 따르면 전국 의료기관에서 활동하는 PA간호사는 1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이들은 수술장 보조 및 검사 시술 보조, 검체 의뢰, 응급상황 시 보조 등이 주된 역할로, 법의 경계에서 의사의 의료행위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주당 최대 수련시간을 80시간으로 제한한 ‘전공의 법(전공의의 수련환경 개선 및 지위 향상을 위한 법률)이 2016년 12월 시행되면서 더 두드러진 인력 공백을 각 병원이 전공의가 아닌 PA간호사들로 메우고 있었기에, PA 간호사들의 불법의료행위 거부는 의료현장의 공백으로 이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입니다(연합뉴스, 2323.05.23.) PA 간호사들의 업무 거부가 의료현장의 공백으로 나타나자 대한전공의협의회는 간호사들의 준법투쟁(의사의 불법 지시 거부)을 지지하는 입장문을 발표했습니다. 늘어나는 의료 이용에 비해 병원에 의사와 간호사가 충분히 채용되지 않아 병상당 인력 기준을 만들어 의사와 간호사를 추가 채용해야 한다며, 이것은 의사들이 돈이 되는 분야로 쏠려서 필수의료 분야에 발생한 공백을 해결하는 문제와도 엮여 있다며 또 다른 문제도 함께 말하고 있습니다.(한겨레 21, 1465호)


?‍♀️ 간호법 입법 필요와 관련된 논의는 [간호법이 쏘아올린 작은 공. 간호법 필요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에서 살펴보실 수 있습니다. 찬반입장과 찬반집단이 보다 명확히 정리되어 있으니, [투표]를 통해 여러분의 의견을 드러내주셔도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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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프고 수술하고 입원하면서 간호사님들의 일이 정말 다양하다는 걸 알았어요. 그런데 이런 배경이 있었군요.

굉장히 중요한 이슈임에도 불구하고, 생각보다 언론에서 많이 다루고 있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아래에 달아주신 투표도 참여해보겠습니다?

의사를 비롯한 법안의 반대 입장의 주장이 '의료 공공성' 측면에서 나오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더 좋은 의료가 시민들에게 제공되기 위해선 간호사들의 처우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의사에게 필요한가, 간호사에게 필요한가를 넘어 환자에게 필요한가의 관점에서 바라봤을 때 법안을 반대할 이유가 없습니다.

무명씨 비회원

전문직의 대표적인 분야에 있는 직군들이 자신들의 전문성이 확실하다면 이런 밥그릇 싸움이 왜 필요할까 싶습니다. 간호사들이 자신들의 영역을 넘어올까 걱정하는 시간에 본인들의 전문성을 확립하고 니일 내일 나누기 전에 환자들의 안녕을 먼저 생각해 주길 바랍니다.

본문도 읽고 투표도 하고 왔습니다. 어떻게 보면 밥그릇 싸움인가..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현장과 제도의 괴리라고 보이는데요. 국민들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인지 고민하면 좋겠습니다.

yj2 비회원

사명감을 갖고 국민의 건강을 생각해야하는 사자들이 자기들 밥그릇 싸움이나 하는꼴이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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