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세상을 바꾸는 공론장] 사용자의 문제를 해결하는 콘텐츠와 커뮤니티 : 스타트업은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는 조직이다. 미디어 스타트업은 지금, 무엇을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2023.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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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저널리즘 CEO

사회 문제를 고민하고 해결과 대안 마련을 위해 노력하기 위해서는 우리 사회 공론장이 원활히 작동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중에서도 주요한 공론장의 일원인 학계와 언론의 역할을 중심으로 그동안의 노력과 성과, 한계 그리고 향후 나아가야 할 방향을 되짚어보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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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정보는 너무 많고 맥락은 너무 적다. 방금 일어난 일들이 피드를 가득 채우면서 서서히 그러나 분명히 진행되고 있는 사회 구조의 변화를 알아차리기가 힘들어졌다. 그렇게 뉴스는 소음이 되었다.

우리 팀(북저널리즘)은 저널리즘 콘텐츠의 위기를 두 가지로 규정한다. 요즘 사용자의 달라진 미디어 이용 행태에 대응하지 못하는 것과 저널리즘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는 것이다. 두 문제를 정의하고, 우리 팀의 해법을 제시한다.

정보의 가치 변화

이제 정보는 값이 싸다. 비싼 건 정보의 해석이다. 과거에는 정보 자체가 귀했다. 그 시절엔 정보를 하나라도 더 생산하는 것이 사용자의 불편을 해결하는 일이었다. 실제로 1970년대 일간지의 1면을 살펴보면 기사가 10개 이상 배치돼 있다. 그러나 오늘 자 일간지 1면을 보면 기사가 4개 안팎이다. 1면의 구성이 단순 사실 전달에서 해석과 맥락 전달로 이동한 것이다. 지금 독자들이 겪는 불편함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정보 과잉에 있다. 문제의 대상이 변화하면서 가치의 속성도 더하는 것에서 덜어내는 것으로 바뀌고 있다. 큐레이션의 가치가 높아지는 이유다. 그래서 우리 팀은 더 적게 선별하고 정제하는 작업에 집중하고 있다. 지금 꼭 알아야 하는 이슈만을 엄선해 제공한다.

불연속적 소비

뉴스는 어렵고 따분해졌다. 기사 품질이 떨어져서가 아니다. 저널리즘이 디지털에 압도된 지금도 좋은 기사는 여전히 많다. 달라진 것은 사용자의 미디어 이용 행태다. 디지털 시대 이전의 뉴스는 연속적으로 소비하는 것이었다. 어제와 오늘, 내일도 보는 것이고, 1면부터 마지막 장까지 이어서 보는 것이었다. 똑같은 기사를 읽어도 뉴스를 팔로우업하고 있어서 맥락을 알고 볼 때와 모르고 볼 때의 사용자 경험은 완전히 다르다. 뉴스가 따분해진 이유는 파편화된 기사를 불연속적으로 소비하기 때문이다. 뉴스 이용 환경이 달라진 만큼 뉴스의 문법도 달라져야 한다. 신문을 매일 읽어야 한다고 독자를 타이를 것이 아니라 파편에 완결성을 부여해야 한다. 독자를 사건의 한가운데로 데려가면서도 맥락과 해석을 함께 전해야 한다.

내러티브 구조의 혁신

콘텐츠 구조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현대 신문에서 기획 기사, 탐사 보도 등을 제외한 거의 모든 기사가 핵심을 상단에 배치하는 역피라미드 구조로 서술되고 있다. 신문 지면의 70% 이상을 차지한다. 역피라미드형 스트레이트 기사에서는 누가 무엇을 했는지가 강조되고 ‘왜?’는 생략되는 경우가 많다. 사건의 맥락과 배경을 이해하기 어렵다. BBC의 조사에 따르면 역피라미드형 기사는 스토리 없는 정보의 나열이라 독자가 기사를 끝까지 읽기 어렵게 한다. 그래서 우리 팀은 내러티브 스토리텔링을 시도하고 있다. 꼬리를 무는 질문을 통해 선형 내러티브를 살리고, 이 이야기가 지금 내 삶과 어떤 연관이 있는지 밝히고, 이야기를 더 잘 이해할 수 있도록 맥락과 해석을 제공한다. 지루하면 참여할 수 없고, 참여하지 않는 저널리즘은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전달에서 교감으로

요즘 미디어 수용자는 뉴스를 포함한 거의 모든 정보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인다. 미디어 신뢰 회복을 위해서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첫째, 앞서 언급한 대로 달라진 이용 환경에 맞는 품질 높은 저널리즘 콘텐츠가 필요하다. 둘째, 사용자와 교감해야 한다. 전통적인 뉴스 조직은 독자와 대화하지 않는다. 독자의 견해에 관심을 거의 기울이지 않는다. 최상의 저널리즘은 독자가 참여하고 지지하고 견제할 때 작동한다. 우리 팀은 콘텐츠 커뮤니티를 지향한다. 독자에게 콘텐츠를 전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자와 에디터, 독자와 저자, 독자와 독자를 연결한다. 웹사이트에서 토론하고, 온라인 슬랙 커뮤니티에서 대화하고, 오프라인으로 만난다. 대화는 비즈니스에도 도움이 된다. 우리 팀이 만드는 구독 서비스에서 토론 기능을 한 번이라도 사용한 독자는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 재결제율이 6%p 높았다. 오프라인 커뮤니티에 한 번이라도 참여한 독자는 그렇지 않은 독자보다 재결제율이 12%p 높았다.

이슈

공론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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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의 과잉이 문제라는 점, 그에 따라 큐레이션의 필요가 대두되고 있다는 점, 파편화 된 기사의 불연속적 소비가 이루어지고 있다것을 유념해야 한다는 점, 지루하면 참여할 수 없고 참여하지 않는 저널리즘은 무의미하다는 점, 고품질 콘텐츠 제공과 사용자와의 교감을 통한 미디어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는 점에 대해 공감하게 됩니다.

조금 다른 식으로 재정리를 해보자면, 정보의 과잉 속에서 유의미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고, 각 콘텐츠의 완결성 속에서도 다른 콘텐츠로 이어질 수 있도록 하고, 문제 해결을 위한 참여를 촉진하는 콘텐츠를 생산하고, 무엇보다 사용자들이 재미있게 참여하고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하는 디지털 미디어 플랫폼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이어서 하게 됩니다.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서 저널리즘이 소외되는 과정을 정확하게 짚어주신 것 같습니다. 혼자서 생각해오던 것들이 이 글에 정리되어 있어서 읽으면서 고개를 여러 번 끄덕였습니다. 제시해주신 미디어 스타트업 관점에서 저널리즘의 회복과 실현을 위해 필요한 방안들에 동의가 됩니다. 그렇다면 저널리즘 회복과 실현을 위해 기성 언론에서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이 있을까요? 언론 소비자이자 정보생산자가 될 수 있는 시민은 어떤 것부터 변화를 만들 수 있을까요? 같이 논의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공감되는 말이 많네요. 특히 '참여하지 않는 저널리즘은 무의미' 하다는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사람들이 참여할 수 없을 정도로 맥락 없이 쏟아내는 기사는 피로감을 주어 뉴스와 이슈에서 더 멀어지게 할 수 있겠네요. 

소비자의 언론에 대한 인식 변화를 쉽게 잘 풀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보의 값보다 정보의 해설 값이 비싸졌다는 이야기에 동의합니다. 쏟아지는 정보를 정리하고 내러티브를 만들어내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거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