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당봉열전(唐鳳列傳) 세계 최초의 트랜스젠더 장관이자 전세계가 주목하는 엔지니어

2023.07.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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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철학 연구자. 일어/중국어 교육 및 번역. => 돈 되는 일은 다 함

(이미지 출처 대만 디지털발전부)

출생과 이력

탕펑(唐鳳)의 성은 탕(唐, 당), 이름은 펑(鳳, 봉)이고 과거의 이름은 탕쫑한(唐宗漢, 당종한)이다. 영어 이름은 오드리(Audrey)다. 1981년 대만 출신이다.

부친 탕꽝화(唐光華, 당광화)는 《중국시보(中國時報)》의 부 편집장을 맡은 바 있고, 모친 리야징(李雅卿, 이아경)은 《중국시보》의 취재팀 부주임을 맡았다. 《중국시보》는 아시아 최초의 컬러 신문인데 대만의 3대 신문 중 하나이고 친민진당, 친자유주의 성향의 신문이다. 

탕펑은 선천성 심장병으로 몸이 약했으나 머리가 좋아서 유치원 때부터 초등학교 2학년 때까지 친구들에게 폭행을 당하기도 하였고 사소한 것을 잘 잊어버려서 교사들에게 체벌을 당하기도 하였다. 학교에서는 탕펑이 똑똑하다는 이유로 수업에서 제외시키고 하루 종일 도서관에만 있게 하였는데 이런 여러가지가 겹치며 탕펑은 등교를 거부하고 악몽을 꾸며 집에 들어오면 옷을 모두 벗고 하루 종일 울기도 하였다. (大紀元時報.2000.06.28.) 이에 모친 이아경은 탕펑을 학교에 보내지 않고 집에서 자율적으로 공부할 수 있게 하였다. (上報.2016.08.25.) 이는 타이완의 자주학습(自主學習), 재가학습(在家自學) 운동 중 하나로 꼽히기도 한다. (上報.2016.08.25.) 부친은 학교를 그만두면 사회화나 인간관계를 맺는 것에 적응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여 학업 중단에 반대했지만 모친은 독일 유학을 가기로 결심하였다.

탕펑은 여덟 살에 스스로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IQ는 180 정도라 한다. (自由時報.2016.08.26.)

탕펑의 가족은 모두 독일로 갔고 그곳에서 부친 탕꽝화는 정치학을 공부하였는데, 그의 집은 천안문 사건을 계기로 망명한 중국 청년들의 아지트 역할을 하기도 하였다. (端傳媒.2016.08.25.) 독일 유학 시기 탕펑은 생활과 독일 교육에 잘 적응하였으나 이번에는 탕펑의 동생 탕쫑하오(唐宗浩, 당종호)가 적응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하였다. 이아경은 이 일을 계기로 대안교육의 방법을 반성하고 연구하게 되었고 이는 훗날 대만의 대안교육의 발전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上報.2016.08.25.)

탕펑은 이후에도 계속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다가 인터넷의 세계를 접한 후 자신이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구식이라고 느끼고 결국 중학생 때 퇴학을 하고 집에서 혼자 공부하기로 결심을 하게 되었다. (親子天下.2016.05.11.) 탕펑은 집에서 공부하며 동서 고전을 섭렵하기도 하였다. (商業周刊.2003.06.25.)

1995년, 탕펑은 대만대학 상학연구소의 하원(賀元), 대만정치대학 기업관리연구소의 학생 쒸에쌰오란(薛曉嵐, 설효람)과 함께 컴퓨터 관련 서적을 취급하는 회사를 설립하였다. 이때 탕펑은 1주일 동안의 뉴스를 한눈에 볼 수 있고 검색이 가능한 소프트웨어 수색쾌수(搜索快手)를 만들기도 하였다. (商業週刊.2004.01.08.)

수색쾌수가 성공한 후 탕펑은 다음 해에 대만 최초의 검색엔진인 IQ97 제작에 들어갔다. 이 일을 계기로 수많은 기업의 투자를 받았으며 각종 언론에 보도되기도 하는 등, 아직 발전하지 않았던 대만 컴퓨터 업계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인물이 되었다. (商業週刊.2004.03.03.)

이후 탕펑은 미국 실리콘밸리로 건너가 그곳에서 쭉 일을 하다가 2014년에 은퇴하고 대만으로 돌아왔다. (上報.2016.08.25.) 그 이후 대만의 공론장, 시민 커뮤니티를 인터넷과 연결하는 방안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했다. 탕펑은 자본주의 하에서 소수의 회사가 기술을 독점하고 기술자/개발자들이 그 밑에 소속되어 일하는 것은 오히려 효율성과 경제성을 저해하는 행위라 생각하고 모든 기술과 자료를 개방하는 것이 진정으로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일이라고 생각했다. (端傳媒.2016.08.25.

2005년, 25세가 되던 해에 이름을 탕종한에서 탕펑으로 개명하였고 트랜스젠더임을 세상에 밝혔다. (自由時報.2016.08.27.)

2012년 대만 정부는 경제 동력 추진 계획(經濟動能推升方案)을 추진하였는데(中華民國行政院) 아무도 그것이 무슨 정책인지 알지 못했다. 또 이와 관련한 유튜브 광고를 만들었는데 광고를 본 대만인들 중 다수가 이를 사기광고로 신고하여 유튜브에서 대만 정부의 광고 동영상을 정지시키는 일이 일어났다. (台北報導.2012.10.18.) 이에 Hacker 15라는 팀이 결성되어 대만 정부의 예산, 정책을 인터넷으로 보기 쉽게 만드는 방법에 대해 고민을 하였는데 탕펑도 이곳에 참여하게 되었다. 탕펑이 그룹에 들어가고 2개월 만에 만든 것이 g0v 영시정부(g0v 零時政府, g0v-zero)다. 


g0v 영시정부(g0v 零時政府, g0v-zero)

(g0v 영시정부 홈페이지 메인 화면)


g0v는 대만 행정원 홈페이지 주소 gov.tw의 패러디이면서 디지털 자료가 1과 0, 즉 2진법으로 이루어져 있음을 나타내는 상징이고 영시(零時)는 시작이라는 뜻으로, 정부의 역할을 처음부터 다시 살펴보겠다는 의미다. 이 단체는 일반인들이 이해하기 힘든 자료를 올려놓기만 하는 정부의 행동에 반대하며 복잡한 자료를 시각화하여 누구나 이해할 수 있게 하였다. 시작은 프로그래머들 뿐이었지만 지금은 참여자의 60% 가량이 학계, 법조계, 시민사회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라고 한다. 선언문은 다음과 같다.


g0v 영시정부선언(零時政府宣言. 2019.10.20. 수정)
我們來自四方  g0v 是一個致力於推動開放協作的社群。g0v 的參與者來自四方,有程式開發者、設計師、社會運動工作者、教育工作者、文字工作者,還有各種專業的公民與鄉民。這些人聚在一起,希望透過科技與協作改善台灣的公民環境。只要有心,願意貢獻自己的技能,就可以參與 g0v。
우리는 여러 곳에서 왔다  g0v는 개방적인 협력을 추진하는 커뮤니티다. g0v의 참가자들은 여러 곳에서 왔는데 프로그래머, 디자이너, 사회 운동가, 교육자, 텍스트 노동자 및 다양한 전공의 시민과 지역민들이다. 이들은 과학기술과 협력을 통해 대만의 시민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모였다. g0v는 마음만 먹으면 자신의 기량을 기부할 수 있다.
我們多中心運作、打造自主貢獻文化 每個參與者自主決定貢獻專案,或發起新專案,以本宣言為基礎共識,各專案各自運作、決定治理模式。g0v 社群由各式各樣的專案組成,沒有單一的中心、代表、或負責人。
우리는 여러 곳에 중심을 두고 운영하여 자주적인 공헌 문화를 만들어 나간다  각 참여자마다 자주적으로 공헌 프로젝트를 결정하거나 새 프로젝트를 시작할 수 있고, 본 선언문을 기반으로 하여 각 프로젝트가 각자 스스로 운영되고 운영 모델을 결정한다. g0v 커뮤니티는 각자의 방식, 각자의 모양으로 프로젝트를 결정하며 단일한 중심이나 대표, 책임자가 없다.
我們實踐公民參與,創造改變  g0v 從開放原始碼運動出發,以行動實現公民精神。g0v 貢獻者支持言論自由、資訊開放,提供更容易閱讀的資訊、更容易使用的資訊服務,推進公民參與公共議題、影響政府。
우리는 국민의 참여를 실천하고 변화를 창조한다  g0v는 오픈 소스 코드 운동에서 출발하여 행동으로써 시민 정신을 실현한다. g0v 공헌자는 표현의 자유, 정보의 개방을 지지하며, 더욱 더 읽기 쉬운 자료, 더욱 더 사용하기 쉬운 정보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민 참여와 공공 의제, 정부에 대한 영향을 추진한다.
我們成果開放,取之開源,用之開源  g0v 貢獻者以網路工具溝通協作,參與、舉辦黑客松。各專案成果(包括但不限於文件、圖像、程式碼、運算資料、數據分析結果及過程執行方式)需以開放授權釋出,讓更多人能使用、改善、回饋,發揮最大效用。
우리의 성과는 개방될 것이며, 그 원천을 취하고 그 원천을 활용한다  g0v 공헌자들은 네트워크 도구로 소통, 협력하고 해커톤에 참여하고 해커톤을 개최한다. 각 프로젝트의 결과(문건, 이미지, 코드, 연산 데이터, 데이터 분석 결과 및 프로젝트 실행 방법을 포함)는 개방된 권한을 통해 모두에게 해제해 더 많은 사람들이 사용하고 개선하고 피드백하여 최대한의 효용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我們很歡樂,也想改變現狀  我們喜歡找到問題,樂於討論解決方案,願意動手,嘗試解決問題。我們在不同領域之間找到合作的途徑,讓力量相乘,以想像力指引新的方向。我們以行動改變現狀,不淪為沉默的幫凶。
우리는 매우 즐겁고, 현상을 바꾸고 싶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우리는 문제를 찾는 것을 좋아하며 해결 방안에 대한 토론을 즐거워하며 직접 손을 써서 문제 해결을 위한 시도를 하길 원한다. 우리는 서로 다른 분야에서 협력할 수 있는 길을 찾고 서로의 힘을 합쳐 상상력으로 새로운 방향을 가리키고 그리고 서로를 인도한다. 우리는 현상을 바꾸기 위해 행동하며 침묵하는 공범으로 전락하지 않는다.
我們就是你  g0v 是無黨派、非營利、草根集結的公民運動。你可以參與專案,贊助腦力、勞力,也可以捐款,贊助舉辦黑客松、或支持特定專案。如果你認同本宣言,歡迎參與 g0v,來聊聊你想作些什麼、想貢獻什麼專案、想看到我們身處的世界有什麼改變。歡迎你,一起成為改變社會的力量。
우리는 너다  g0v는 무당파, 비영리, 풀뿌리가 집결한 시민 운동이다. 당신은 프로젝트에 참여할 수 있고 정신력과 노동력을 후원할 수 있으며 기부를 할 수도 있고 해커톤을 후원할 수 있고 특정 프로젝트를 지지할 수도 있다. 만약 당신이 본 선언에 동의한다면 g0v에 참여하는 것을 환영하며 당신이 무엇을 만들고 싶은지, 어떤 프로젝트에 공헌하고 싶은지, 우리 주변의 세상이 어떻게 변하는가를 보고 싶은지 와서 가볍게 이야기하라. 당신을 환영한다. 함께 사회를 바꾸는 힘이 되자. (g0v零時政府宣言)


탕펑은 이곳에서 주로 다른 사람들이 참여하지 않는 작업에 시간을 투자하였다. 탕펑이 말했다.

“우리가 하는 일은 소프트한 영역에 대한 개입이고 문화, 더 나아가 예술에 대한 개입이다. 어떠한 참여자건 주연을 맡지 않는다(我們做的事情既是軟體的介入、也是文化、甚至是藝術的介入,並沒有哪個角色扮演主角。)”  (端傳媒.2016.08.25.)

(g0v의 영시오염관측망. 전국의 대기질 자료를 확인할 수 있다.)

(g0v의 중앙정부총예산. 원의 크기는 전체 예산에서 해당 부처/업무가 차지하는 비중을 보여준다. 사각형으로 바꿀 수도 있다. 금액은 물론 이 금액으로 점심식사, 아이폰 등을 얼마나 살 수 있는지도 환산 가능하다.)


(해바라기를 만들어 나눠가지는 시민들. DAYBREAK.)


2014년 3월 17일 국민당 의원 장칭충(張慶忠, 장경충)이 <해협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海峽兩岸服務貿易協議, CSSTA)>을 추진하였는데 이는 대만과 중국 사이에 서비스 분야 시장개방에 대한 협정이었다. 이에 반대하는 야당과 찬성하는 여당이 서로 스피커를 의회 안으로 가지고 와서 싸움을 벌이는 바람에 논의는 진척되지 못하였는데 여당이 그 틈을 타 처리 기한이 임박했다는 핑계를 대며 단독으로 협정을 처리하려 하였다. 이에 이 협정에 반대하는 다양한 시민단체 운동가, 학자, 학생, 정치인들이 입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였는데 다음날인 3월 18일, 잠시 경계가 느슨해진 틈을 타서 학생 300여 명이 입법원 안으로 들어가 의회를 점거하였다. 학생들이 의회 내의 집기를 이용해 문을 막자 경찰은 전기, 인터넷을 끊고 화장실을 점거하였다. 이를 해바라기 학생운동(太陽花學生運動), 혹은 318학운(學運)이라고도 부른다. 이 사건 이후 대만에서는 티옌란뚜(天然獨, 천연독), 쯔란뚜(自然獨, 자연독)이라는 말이 생겨났는데 1980년대 이후 출생자로 태생적으로, 자연스럽게 대만 독립을 주장하게 된 세대라는 뜻이다.


(입법원을 점거한 학생들 모습. BBC.2014.03.18.)

(왕진핑 의장이 학생들과 이야기하는 모습. 自由時報.2014.04.06.)


이 운동 때 영시정부는 g0v.today라는 서비스를 만들어 시위를 생중계하고 모든 발언을 문서화하였는데, 탕펑은 입법원 외벽에 500m 간격으로 스크린을 설치해 생중계를 여러 사람이 볼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생각했다. 결국 4월 6일, 입법원 의장 왕진핑(王金平, 왕금평)은 학생들의 요구에 따라 <양안협의감독조례(兩岸協議監督條例)>를 법제화할 때까지 <해협양안 서비스 무역 협정>에 대한 심의를 하지 않겠다고 표명하면서 학생들에게 퇴거를 요청했고, 학생들은 이 제안을 받아들여 4월 10일에 입법원에서 퇴거하였다. 이 과정에서 당시 마잉지우(馬英九, 마영구) 총통의 지지율은 10%까지 하락하였다. 

이 사건 이후 탕펑은 대중의 정치 참여가 선거와 감시에만 국한될 것이 아니라 민주적인 심의 결과에도 대중의 의사가 반영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후 온라인을 통해 국민의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한 개발을 시작했으며 중화민국 국가발전위원회 개방자료자문위원회 위원(中華民國國家發電委員會開放資料諮詢委員會委員)이 되었다. 2014년에서 15년까지는 행정원 가상세계 법규 조절 계획(虛擬世界法規調適計劃) 컨설턴트를 맡았다. 이를 통해 탕펑은 법안을 토론할 수 있는 플랫폼인 브이타이완(vTaiwan)을 개발하기에 이른다. 이 때 탕펑은 자신은 정치를 잘 모른다고 말하며 공식적인 정치인 그룹에 들어가지 않고 오로지 민간인 신분으로 불특정 다수가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려 하였다고 했다. (數字時代.2016.08.25.)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 메인화면)

브이타이완은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으로 이어진다. 


정치 참여

2016년 행정원장 린취안(林全, 임전)은 탕펑을 정무위원으로 발탁했다. 과학 기술과 법률, 신사업에 능통하다는 이유였다. (上報.2016.08.27.)

대만 정치는 오권분립 체제다. 쑨원(孫文 1866~1925)이 중화민국을 세우면서 권력을 정(政)과 치(治)로 나누었다. 영토, 주권, 헌법과 관련된 사항을 정(政)이라 하는데 이는 국민이 선거, 파면, 발의, 국민투표를 통해 행사한다. 국민이 선출한 국민대회(國民大會)가 이를 관장하며 국민대회는 대만 정치 권력에서 제일 높은 기구다. 그리고 이를 보좌하여 통치와 헌법에 기초한 입법을 행하는 것을 치(治)라 하는데 치가 다섯 가지 권한(오권)으로 나누어진다. 오권은 행정, 입법, 사법에 공무원의 감찰, 탄핵, 징계를 관장하는 감찰원(監察院)과 공무원의 임용, 인사 관리를 관장하는 고시원(考試院)으로 구성되어 있다. 

현재는 2005년 헌법 수정으로 인해 국민대회는 양안통일 때까지 그 권한을 정지하고 소집하지 않기로 하였으므로 정과 치 모두 오권기구로 내려갔다고 할 수 있다.

대만 정치의 최고 책임자, 국군 통수권자는 총통(總統)이다. 총통은 행정원의 장을 임명할 수 있는데 이를 한국 정치에 비유하면 총통은 대통령이고 행정원장은 총리에 해당한다. 행정원에는 각 부의 장관이 있고, 장관과 동급인 정무위원(정식 명칭은 부관부회지 정무위원不管部會之政務委員)이 있다. 정무위원은 7명에서 9명 정도로 구성되는데 부처간 갈등, 토론을 주재하고 조정하거나 특정 사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위원회의 장이 될 수 있다. 과거 한국에 있었던 정무장관과 비슷하다. 탕펑은 최연소 정무위원이자 최초의 트랜스젠더 정무위원이며 트랜스젠더로서는 세계 최초의 장관급 인사다. 

탕펑은 정무위원이 된 후 공공정책 인터넷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絡參與平臺)에 제안(提點子) 기능을 추가해 공무원들이 동시에 5천 명과 소통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목표로 하였다. (Newslens.開幕論壇:創造對話空間|唐鳳|2017未來大人物. )

以前政府官員聽到有5000個民衆有意見,想到的就是暴動...只能拿大聲公去廣播,但這隻能讓5000個人聽1個人說話,卻無法讓1個人聽5000個人說話...提點子功能不只讓1個官員能聽5000個民衆說話,這5000個民衆之間也可以彼此溝通集成意見。

이전의 정부 관료들은 오천 명의 민중들이 의견을 가지고 있다는 말을 들으면 바로 폭동을 떠올렸습니다… 큰 소리로 방송을 내보낼 수 밖에 없는데 이는 5천 명이 한 명의 말만 듣는 것이고 한 명은 오천 명의 말을 들을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제안’ 기능은 한 명의 관료가 오천 명의 민중을 상대로 듣게 만드는 것이 아니라 오천 명이 서로 소통하고 의견을 모을 수도 있게 하는 것입니다.


(공공정책네트워크 참여 플랫폼公共政策網路參與平台 메인화면 중)

공공정책 인터넷 참여 플랫폼 메인 화면 중. 제안하고 싶음(想提議)에 들어가면 자기만의 정책 의제를 제안할 수 있다. 토론에 덧붙이기(來附議)에 들어가면 다른 사람들의 의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제안할 수 있다. 캠페인즈의 ‘투표’ 기능과 같다. 대중의 강의열기(衆開講)에 들어가면 찬반에 상관 없이 정책이나 사회 문제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이야기할 수 있다. 캠페인즈의 ‘토론’ 기능과 같다. 감독하러 가기(來監督)로 들어가면 행정 각 부와 청, 위원회의 계획과 예산, 집행 방식과 여부 등을 확인하고 이에 대해 각자 댓글 형식으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다. 수장 찾기(找首長)로 들어가면 행정 각 부, 청, 위원회의 수장에게 직접 메일을 보낼 수 있다. 참여식예산(參與式預算)에서는 국민 개개인이 자기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공공사업과 이에 필요한 예산을 제안한다. 행정원에서는 국민들이 제안한 정책을 통해 정책 수요를 확인하고 이를 시행하며 국민들은 이를 확인할 수 있다. 감사참여(參與審計)에서는 행정, 재정, 환경, 교통, 건설, 교육, 기술, 문화, 위생, 노동, 외교, 국방, 법무, 내정 등에 대해 예산 집행, 공무원의 비리나 불법 행위, 행정절차의 문제 등에 대해 지적하고 이에 대한 감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다. 현시전구(縣市專區)에서는 지역별로 필요한 사업이나 정책, 행정 서비스와 절차에 대한 의견 개진 등을 할 수 있다.

탕펑이 특히 유명해진 것은 코로나19 사태 때였다. 2020년 탕펑은 마스크 수급 플랫폼(口罩供需平台)을 만들어 국민들이 마스크 수급 상황을 조회할 수 있게 하였고 (中央通迅社.2020.03.01.) 2020년 3월 마스크실명제 2.0(口罩實名制2.0) 정책을 완료하여 건강보험 어플에 e마스크 예약 플랫폼(eMask口罩預約平臺) 기능을 추가했다. (中央通迅社.2020.03.10.) 마스크 지도를 만들고 마스크 수급 상황 확인, 마스크 예약, 온라인 구매와 결제를 어플로 가능하게 한 것이다. 또 2021년 5월에는 연락처 실제 연결제도(短信實聯制)를 시행해 사회적 거리두기를 위해 각자가 공공장소를 방문하거나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경우 문자를 보내게 한 것이다.

(e마스크 예약 플랫폼 메인 화면. 이미지 출처 青年日報社.2020.03.19.)

2022년 8월에는 디지털 발전부(數位發展部) 장관이 되었다. 탕펑은 장관으로 취임하면서 디지털 서비스 분야의 협력모델 구축(致力於建構數位服務跨域的協力典範), 데이터 공익생태제도 및 응용의 완비(完備數據公益生態制度及應用), 초국가적 시민 과학기술과 자료민주화 공동발전(促進跨國公民科技與資料民主化的共同發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세웠다. (中央通迅社.2022.08.05.

2022년 9월에는 유럽의회에 원격으로 참석하여 대만의 코로나 방역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그곳에서 탕펑은 코로나19가 민주주의 제도에 큰 압박을 주고 있다고 말하면서 방역과 인권의 딜레마 사이에서 디지털 민주주의야 말로 가장 효과적인 해결책이라고 말했다. 이 자리에서 탕펑은 가짜 뉴스 문제도 시민을 신뢰하고 의사 결정 과정에 참여시키면 혁신적인 해결책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탕펑은 통신을 위한 물리적인 도구들(해상 케이블, 인공위성, 송수신 설비 등)의 중요성을 느끼게 되었다고도 말했다. (中央社.2022.09.30.)

지금 탕펑과 디지털 발전부가 힘을 쏟고 있는 사업은 AI 민주화와 디지털 사기 방지 대책으로 보인다. 탕펑은 디지털 사기 방지를 위해 정부전용 SMS 플랫폼을 만들고 올해 9월에 시험 시행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제3자 결제 업체가 가상계좌 등을 소비자에게 보낼 때 자동으로 SMS 플랫폼을 거치게 하여 사기, 자금 세탁 등을 방지하고 사기성 문자, 스팸 문자, 해외 전화 사기 문자 등을 자동으로 차단, 적발할 수 있는 기능을 가진 플랫폼이다. (中時新聞網.2023.07.11.)

올해 7월 12일에는 세계 각지의 AI 시스템 리스크, 사기, 디지털 공격, 불법 포르노, 조작 등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으로 AI 미래 민주화(AI未來民主化, Democratizing AI Futures)를 이야기했다. 우리는 종종 AI가 인간을 통제, 지배하거나 핵전쟁을 일으키는 디스토피아를 상상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이런 것들이 완전히 허구는 아니겠다 싶은 생각이 들게 되는 것도 사실이다. 탕펑 장관은 AI가 공공의 이익에 부합할 수 있게 하려면 AI에 대한 시민들의 심의와 감시, 공공 복지를 위한 AI 개발 등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했다.

탕펑은 이 날 AI 미래 민주화를 위한 포럼을 열었다. 이 자리에서 대만디자인대학(台灣設計學院)의 류스난(劉世南, 류세남)은 세대마다 사람마다 관심 있는 의제도 다르고 의제를 표현하는 방식도 다르다고 이야기하며 이를 어떻게 디지털 기술에 도입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에 대해 이야기했다.

변호사 차이위링(蔡玉玲)은 법은 기술을 늘 뒤따라가고 있으며 탈중앙화 시대의 법은 법조인만 책임질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고 이야기하며 디지털 시대의 법과 윤리에 대한 투명한 거버넌스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대만의학대학(臺北醫學大學)의 리충시(李崇僖, 이숭희) 교수는 과학기술에 대한 논의가 개인의 권리와 사생활 보호 측면에만 맞춰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인간이 연령에 따라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정신건강 문제를 과학기술로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황옌린(黃彥霖, 황언림) 디지털 발전부 소속 엔지니어는 AI 데이터의 대량 수집 문제가 가진 사생활 침해 문제, 또 이를 통해 인간의 편견이 반영되어 만들어지는 AI 문제를 지적하면서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는 AI 알고리즘 개발이 필요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탕펑 장관은 이후로도 자주 포럼이나 워크숍을 열어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와 여러 업계의 경영자, 노동자들에게 자기 분야에 있어서의 과학기술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게 할 생각인 듯하다. 탕 장관은 이를 통해 AI 발전에 대한 시민 심의를 진행하고 AI 응용 윤리와 AI를 통한 창작/개발 노하우를 대중들에게 무료로 개방하고 이후 AI가 어떻게 발전해야 하는지 그 지침을 만들고 제시할 생각으로 보인다. (Newtalk新聞.2023.07.12. 今周刊.2023.0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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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드리탕에 대해 더 알고 싶어지는 글이네요. 잘 정리된 글 감사히 읽었습니다.
오드리탕이란 인물의 전기를 읽는 기분이 들었네요. 개인으로서의 삶을 들여다 보면서 이 사람이 공직자, 조직의 구성원으로서 어떤 일을 했는지 분석하는 게 쉽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하는데 정말 잘 정리된 글 같습니다. 한국은 디지털 강국이라는 말을 수십년 전부터 해왔던 것 같은데 정작 이런 시도나 인물은 없었던 것 같네요. 한국에서도 거브제로와 비슷한 시도들이 늘어나고 오드리 탕과 같은 인물이 나오면 좋겠습니다.
오드리 탕이라는 인물에 대해서 얼핏 들은 정도로 알고 있었고, 거브제로도 대만의 시빅해커 모임 정도로 알고 있었는데요. 정리해주신 내용을 읽으면서 오드리탕이 어떤 과정을 거쳐서 지금과 같은 일을 하고 있는지, 거브제로는 어떤 의미로 만들어져서 활동을 해왔는지 새롭게 배웠습니다. 좋은 콘텐츠 만들어주셔서 감사해요 :)
AI에 대한 시민들의 심의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말이 깊이 공감이 되는 것 같습니다.
오드리탕에 대해 얼핏 접하고 정말 멋지고 대단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이렇게 잘 정리해주셔서 더 잘 이해하게 되네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