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성인 입양, 들어보셨나요?

2023.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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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폭력적이고 더 평화로운 사회를 바라고 그립니다.

본 글의 제목은 은서란 작가의 도서,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 피보다 진한 법적 가족 탄생기> 일부를 빌려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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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의 입양은 현재 1) 민법에 의한 일반 양자 입양, 2) 친양자 입양, 그리고 3) 입양특례법에 의한 입양과 같이 세 가지 형태로 구분됩니다. 입양특례법에 따른 입양은 보호가 필요한 아동, 특히 아동학대로부터 구제해야 하는 경우를 대상으로 합니다. 친양자 입양은 친부모와의 법적 관계를 끊고 양자의 성과 본이 자동으로 양부모의 것으로 변경되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마지막으로 일반 입양은 친부모와의 관계를 유지한 채 입양이 이루어지며, 성과 본이 자동으로 변경되지는 않지만 가정법원에 신청을 통해 변경할 수 있습니다. 어떤 입양이든 미성년 자녀를 입양하는 경우 아이가 안전하게 자랄 수 있는 양육 환경을 보호자가 갖추고 있는지 엄격하게 심사하며 입양 요건과 절차가 까다롭습니다.

입양의 종류
입양의 종류와 구분, 아동권리보장원


    그에 비해 성인입양의 경우 일반 양자 입양만 가능하며 조건과 절차 역시 매우 간단합니다. 양자가 될 사람이 성인으로서 가지는 의사 결정권을 존중하기에 당사자 간의 합의와 양자 친부모의 동의가 가장 중요합니다. 입양 조건을 성립하기 위해 양자가 될 사람이 양부모의 친족이나 양부모보다 연장자만 아니면 됩니다. 기존에 대부분의 성인입양은 재혼 가정에서 새로운 양자를 호적에 들이는 절차로 존재해왔습니다. 최근에는 보호종료아동의 성인기 자립과 지원을 위해, 혹은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지 않은 우리나라에서 이성 간 결혼, 출산, 입양 외에는 법적 권리를 보장 받을 수 없기에 동성 친구를 입양하여 생활공동체를 꾸리는 사례가 소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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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510명. 지난 10년 간 보건복지부에서 발표한 국내외 입양아동 숫자입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와 가정법원을 거치는 미성년자 입양과 달리 성인입양 통계는 보건복지부 · 법무부 · 대법원(법원행정처) 등 관련 부처 어디에서도 관리하고 있지 않아 현재 그 수를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국내외 입양아 수 및 입양 비율, e-나라지표 보건복지부

    법적으로 친자 관계를 맺는 일반입양은 단지 정서적 소속감이나 서류 상 표기만을 위한 절차는 아닙니다. 서로의 법정 대리인이 된다는 의미는 병원에서 수술 시 요구하는 ‘보호자 동의서’에 서명하거나, 직계비속으로서 1순위 상속인이 되는 상속권리에 영향을 미칩니다. 이러한 법적 권리를 근거로, 건강이 악화되거나 판단 능력이 흐려진 노년층의 재산을 갈취하기 위해 성인입양 제도를 악용하는 사건도 있습니다. 같은 제도라도 누가 어떻게 이용하는지에 따라 범죄가 되거나 사회적 안전망이 될 수도 있습니다.

    은서란 작가의 도서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추천사에서 장혜영 국회의원은 말합니다. “서란과 어리 가족의 생생한 이야기는 혼인, 출산, 입양이라는 틀 밖에서 서로를 돌보며 살아가는 수많은 가족들의 존재를 드러낸다. 결국 우리가 원하는 것은 인간다운 삶이다. 인간답게 살기 위해 우리에겐 스스로 원하는 가족을 구성할 권리가 있다.” 


pixabay @jarmoluk


여러분에게 가족은 어떤 의미인가요?

새로운 가족을 꾸리기 위해 누군가를 입양하거나, 내가 입양되는 상상 혹은 경험을 해보셨나요?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된다면 입양이나 결혼이 아닌 다른 선택지가 확장될 수 있을까요? 삶을 살아가는데 가족, 주거공동체, 생활공동체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 이번 글을 쓰고 며칠이 지난 8월 8일 수요일 저녁,
무아레서점에서 열린 은서란 저자의 북토크에서 서란 님은 이런 이야기도 나눠주셨습니다.

"가족 관계에서 기대와 서운함이 없는 관계가 가장 아름다운 거리라고 생각해요. 정말 어렵지만..."
"(가족 중심 사회를 넘어) 가족이 없어도 잘 살 수 있는 세상이 좋은 세상 아닐까요."


앞으로 가족과 공동체에 관한 다채로운 질문과 이야기가 늘어나기를 기대합니다!


함께 읽어볼 글거리 


[YouTube] 친구를 입양했습니다, 은서란 님 인터뷰 by Creal(씨리얼)

이슈

책을 당장 읽어보고 싶어지네요. 가족구성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게 될 때 자신있게 보여줄 사례를 찾기가 어려웠는데, 소개해주신 사례처럼 가족구성권이 상상의 이야기가 아님을 증명하는 사례가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저는 가족이 되는 것이 '서로 책임을 지는 관계'가 되는 거라고 생각해요. 기존 가족제도인 결혼도 입양도 같은 맥락이라고 보고요. 서로 책임을 지는 관계가 부부, 부모자식의 관계만 있었던 시절에는 이 정도로 충분했겠지만, 다른 시절이 이미 도래했지요. 논의가 반갑네요.
잘 읽었습니다. 흥미로운 내용이네요!
저도 평생 혼자 살고싶지는 않은데 꼭 결혼을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서, 결혼이 아닌 형태의 가족 꾸리기에 관심이 많아요. 주변에 꽤 공감하는 친구들도 많은 것을 보면 점점 논의가 활발해지지 않을까 합니다. 미리 이런 다양한 멋진 선례를 쌓아주신 선배님들(?)께 감사의 인사를...흐흐.
파트너법 또는 생활동반자법이 제정되어 성인 입양과 마찬가지로 다양한 가족 공동체가 늘어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가족을 구성할 권리 보장이 매우 필요한 사회예요! 덧붙여 덕지덕지 묻은 편견을 씻어낼 정상가족 프레임을 벗어난 교육, 방송 등도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다양한 형태의 가족을 인정해야 하는것이 당연한 것 같습니다. 꼭 아빠, 엄마, 자녀의 형태만이 가족은 아닐테니까요. 다름을 인정하는 것이 모두가 함께 살기 좋은 사회가 될테니까요

지금 당장은 아니어도 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형태의 파트너십 관계에서 필요시 대안으로 입양제도를 활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적은 있습니다. 그럼에도 맞지 않는 옷을 불가피하게 입는다는 불편한 느낌은 어쩔 수 없는 것 같아요. 빠른 시일 내에 모든 형태의 가족들이 서로를 보호해줄 수 있는 제도를 선택할 수 있는 세상이 오길 바랍니다!

생활동반자법과 닿아있는 내용이네요. 이미 1인 가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환경이 한국 사회에서도 벌어지고 있고, 기혼을 바탕으로 가족을 구성하는 기존의 가족 체계가 무너지고 있는 상황인데요. 제도가 현실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정형화된 정상가족 프레임에서 벗어나서 현실적인 대안이 마련됐으면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