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다른 생각을 들여다볼 용기 - "한국의 대화" 참여 후기

2023.1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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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사회 이슈에 대해 나와 다른 의견을 가진 사람과 대화해볼 기회가 있다면, 이에 쉽게 응할까? 분명한 건 이런 대화의 기회가 일상에서는 흔치 않다는 점이다. 살아온 경험과 나름의 이유로 다른 의견을 가지게 된 개인들은 도저히 접점을 찾기 어려운 대화상대일까 혹은 예상치 못한 소통의 길을 발견하게 될까. 이야기를 시도하기 전에는 알 수 없다.


"한국의 대화" 행사 공간 코트(KOTE)의 모습


-”한국의 대화" 1:1 대화실험

 다양한 주제에 다른 답변을 한 상대와의 1:1 대화실험이 인사동 복합문화공간 코트(KOTE)에서 열렸다. 바로 한겨레가 주최하고 사회적협동조합 빠띠가 주관한 “한국의 대화” 행사이다.

  1:1 대화를 나누게 될 지정질문은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였고 이에 ‘매우 그렇다'고 답했다. 대화시간이 한시간 넘게 주어진다는 점에 여러 생각이 들었다. 상대와 정말 말이 안 통하면 1시간동안 형식적인 이야기를 하며 버텨야 하나 라는 걱정과, 주제에 대해 집중적으로 대화를 하다가 내가 설득당하면 어쩌지.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을 이해하게 되면 어떻게 하지 라는 미묘한 경계심이 느껴졌다. 한편 나와 생각이 다른 사람을 만날 일이 거의 없어서 만남 자체가 기대되기도 했다. 우리가 다른 의견에 대해 서로 얼마나 편하게 이야기 나누고 교류할 수 있을까.

"한국의 대화" 행사 팜플렛

-노키즈존이 어린이에 대한 차별일까요?

먼저 상대는 공간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에게 기본적인 공간의 사용 방식을 정할 권리가 있다고 했다. 예컨대 차분한 카페 분위기를 내세워 영업을 하고 싶다면 주인은 노키즈존으로 공간을 운영할 수 있다. 합리적인 의견이었다. 한편 공간의 소유가 공간의 사용방식에 완전한 자유를 주지는 않는다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카페나 식당과 같은 가게는 특성상 사람들이 공간을 누릴 권리, 공공성의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득 카페에서 노트북을 하다가 3시간 이용시간이 지났다고 내쫒겼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러자 상대는 가게에서 친구들과 술을 먹는데 아이들이 있어서 불편했던 경험을 꺼냈다. 술을 먹으면서 하는 말이나 행동이 아이들에게 안좋은 영향을 끼칠것 같아서 그 시간을 잘 즐길 수 없었다고. 아 이런 경험이 상대가 공간 용도에 따라 노키즈존 표시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했구나 라고 추측해보았다. 

애완동물 출입 제한에 대해서도 말했는데 이에 질문을 받고는 굳이 동물의 가게 출입까지 권리로 존중해줘야 하는가 라는 마음이 들어 스스로 놀랐고 우리가 고려해야할 대상은 어디까지인건지 경계를 정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고민하게 되었다. 노키즈존이 차별이라 생각한 주요 이유 중 하나는 그 주체가 목소리를 주체적으로 내가 힘든 대상이라는 특징 때문이었다. 나는 어린 아이들은 특히 경제력이 없고 공간 이용 주체로서 목소리를 내기 어렵기에 노키즈존이 더 차별대우가 된다고 말했다. 그러자 상대는 아이들이 경제력이 없다는 의견이 주관적인 생각일 수 있다고 말해주었다. “아이들이 소비자가 될 수 없다는 생각은 편견 일수도 있어요. 요즘 아이들 용돈을 얼마나 많이 받는지 아세요?”


-대화가 끝나고 난 뒤

 대화가 끝난 뒤 우리는 의견을 통합하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 사담을 나누다가 헤어졌다. 한결 마음이 가벼웠는데 서로 다른 의견을 어떻게 갖게 되었는지 맥락을 공유하고 어느정도 이해했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노키즈존은 차별이 아니라는 주장을 하는 사람은 어린이를 존중하지 않는 ‘부류의 사람’일 것이라고 생각했다. 대화 시간을 보내니, 이런저런 경험과 생각을 거쳐 노키즈존이 필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개인’이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하기까지엔 여러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동의, 비동의의 간편한 판단이 아닌 그 이유와 맥락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용기. 이런 용기를 품을 수 있다면 팽팽한 찬성과 반대의 카테고리가 아닌, 이슈에 대한 핵심적인 다름의 지점과 예상치 못한 같음의 지점을 발견하고 더 다양한 카테고리가 공존할 수 있지 않을까.


👉 <한국의대화>행사 안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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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68살·32살 대화 실험…생각 바꾸진 못해도 이해는 되네 
[한겨레] 생각 다른 23쌍의 1대1 대화…세상 바꿀 실마리 될 수 있을까 
 
<한국의대화>의 상세한 내용과 결과는 오는 10월 11일 제 14회 아시아미래포럼 분과세션2 한국의대화 Korea Talks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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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서로가 편안하게 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사회가 되면 좋겠습니다.
"대화가 끝난 뒤 우리는 의견을 통합하려는 생각은 딱히 들지 않았기에 남은 시간 사담을 나누다가 헤어졌다."는 말이 기억에 남네요. 상대의 의견을 바꿔야겠다는 격한 토론이 아니라 정말 대화였기 때문일까요? 좋은 경험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 “왜 그렇게 생각하세요?”라는 질문을 하기까지엔 여러 종류의 용기가 필요하다. 동의, 비동의의 간편한 판단이 아닌 그 이유와 맥락을 들여다보고자 하는 용기.' 라는 문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을 그저 미워하고 외면하는 사회가 아닌, 충분한 대화를 나누고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면서 나만의 가치관을 견고히 할 수 있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