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학대를 당한 아동이 가해 부모와 분리되지 못한 현실

2023.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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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제된 자들의 목소리를 듣고 조명하고 싶습니다.
아동학대 예방의 날
11월 19일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아 아동/청소년 학대 이슈에 대해 데이터를 모으며 함께 기록했습니다.

세계 아동학대 예방의 날을 맞이한 가운데, 이번 '데이터 캠페인'을 통해 어떤 데이터를, 어떤 과정으로 확인했는지를 안내해보려고 해요. 

아동과 가해 부모와의 분리 조치가 잘 되지 않고 있다는 기사가 눈에 띄었는데요. 서울신문은 지난 9월 1일 '가해자 10명 중 8명 친부모…'공포의 집'서  분리 아동 10%뿐'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어요. 이 기사는 올해 보건복지부에서 발간한 2022년 아동학대 연차 보고서를 바탕으로 작성됐는데요. 기사 내용 중에는 "가장 안전해야 할 집이 가장 무서운 곳이 됐지만 피해 아동을 가정에서 분리 보호한 사례는 2787건으로 전체 학대 사례의 10%에 그쳤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기사 링크 : https://www.seoul.co.kr/news/newsView.php?id=20230901008010&wlog_tag3=naver

아동학대는 물론 학교 폭력, 가정 폭력, 성폭력 등 가해자와 피해자와의 분리는 피해자의 안전을 위해 기본적으로 되어야 하는 일이잖아요. 하지만 이조차 잘되지 않는다는 사실에 의구심이 들었죠. 

이에 관련 통계나 데이터를 확인하기 위해 보건복지부의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찾아봤어요.(아래 참고) 보건복지부는 ‘아동복지법(제65조의2)'에 따라 2019년부터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매년 정기국회 전까지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 제출하고 있어요. 

①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2022년 연차보고서'를 찾아봤지만, 일치하는 보고서가 나오진 않았어요. 구글에서 연차보고서를 검색해봤지만 보건복지부의 보도자료만 나왔어요.  

② 보건복지부 보도자료를 확인한 결과, 지난 8월 31일  '2022년 아동학대 중 가정 내 발생 81.3%, 부모가 행위자인 경우 82.7%'이라는 제목의 게시글에 '2022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는 내용이 있었어요. 해당 보도자료에는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전체 아동학대 사례 중 10%인 2787건이다. 이는 피해 아동을 신속하고 적극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2021년 3월부터 도입된 즉각분리*(일시보호) 조치 1,153건도 포함된 수치다'라고 설명했는데요. 붙임 자료에는 '아동학대 주요통계'도 있었어요. 

③ 원본 데이터를 확인해보고 싶어 '아동학대 주요 통계'를 확인했어요. 아동학대 주요 통계는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서 [연구/조사/발간자료] → '아동학대' 또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 검색 → 2022년 뿐만 아니라 이전 연도별 아동학대 주요 통계 글이 나와요. PDF 파일로 된 주요 통계에는 항목별, 주제별로 세분화된 통계와 데이터가 있어요. 2022년 주요 통계의 '제3절 아동학대 사례 분석'의 항목 4번에 '아동학대 피해아동 및 학대 행위자 상황' 통계가 있어요. 

‘2022년 아동학대사례 2만7971건을 바탕으로 보호조치 여부 등 피해 아동 상황을 살펴보고, 최초 분리보호 시 분리된 장소 유형과 분리된 이후 피해아동의 가정복귀 여부 등도 함께 확인했다. 보호조치 유형별 중 사망은 아동학대사례로 판단된 피해 아동 중 학대로 인한 사망 외 일반사망도 포함되어 있다'

이전 기사와 보건복지부와 보도자료와 내용과 일치했어요. 전체 아동학대 사례(2만7971건) 중 '원가정보호(보호체계 유지)' 조치는 2만5028건, 학대 피해 아동을 가정으로부터 '분리 보호'한 사례는 '즉각분리(일시보호)'를 포함한 2787건으로 각각 89.5%, 10%로 나타났어요.

2022년 피해 아동상황_보호조치 유형별. 자료=보건복지부 아동학대 주요 통계'

'원가정 보호'는 피해 아동을 실제로 양육하고 있는 주 양육자에게 보호받게 하는 거예요. '분리보호'는 다른 누군가(친권자, 친족, 시설 등)에게 보호되는 경우에요.

'즉각분리(일시 보호) 제도'는 1년 동안 두 번 이상 아동학대가 신고된 경우, 아동학대 전문 공무원이 피해 아동과 가해자를 즉각 분리하는 거예요. 재학대가 우려가 크고 면밀한 조사 등이 필요한 경우에는 지방자치단체의 보호조치 결정할 때까지 피해 아동을 학대피해아동쉼터 등에서 일시보호 하는 거죠. 그다음 장기 보호를 할지, 가정에 복귀시킬지를 정해요. 

피해 아동을 가해 부모로 분리해서 보호하는 조치는 있으나, 제대로 작동하지 않다는 걸 확인했어요. 가해 부모와 피해 아동과의 분리에 대한 문제는 어제오늘만의 일이 아니에요. 앞서 지난 2020년 16개월 된 입양아가 부모의 아동학대로 사망한 사건이 발생했을 때, 아이가 입양된 후 학대 신고가 3차례 접수됐지만, 경찰 등이 아이를 부모에게 돌려보낸 것으로 밝혀져 사회적 공분이 일어났었죠. 이에 정부의 조치 중 하나는 '즉각 분리(일시 보호)'를 시행, 도입하는 거였어요. 이전에는 아동학대 피해가 발생할 때 피해 아동 보호를 위해 72시간 분리 보호하는 ‘응급조치’를 했지만, 이는 보호 기간이 짧고 학대 피해가 확인되지 않으면 분리보호가 어렵다는 등의 한계를 보완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학대를 당한 대부분의 아동은 부모와 분리되지 못하는 현실에 놓인 거죠. 또 전국 곳곳에는 아동들이 학대로 숨지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어요. 보호자의 폭행으로 숨진 한 살배기, 사흘간 집에 홀로 방치됐던 두 살배기, 홈스쿨링을 한다던 초등학교 5학년생 등.. 내년 세계 아동학대의 예방의 날에는 사전, 사후적 대책이 촘촘하게 이뤄지길 바랍니다.  


데이터 캠페인 참여 소감 : 이번 데이터 캠페인을 계기로, 아동학대 사안에 대해 좀 더 구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됐어요. 주무 부처에서 어떤 자료가 나오는지, 언론들이 아동학대 사안을 보도할 때 어떤 자료를 근거로 쓰는 지, 또 관련 통계에는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등등이요. 

다음에는 아동학대 주요 통계와 관련해 항목별로 원인과 현황을 해석한 글을 작성해보고 싶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어떻게 자료를 찾았는지에 대한 글을 구체적으로 작성해 보는 건 이번이 처음인데요. 미래의 이 글을 보는 독자(?)와 실시간으로 소통하고 있는 느낌을 받으며 한 줄 한 줄 적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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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동학대 근절

구독자 37명
분리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군요. 왜 그런 걸까요..? 혹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요? 분리하여 피해 아동을 잘 보살필 곳을 마련해야 하는 걸까요? 혹은 분리 결정을 내리는 담당자를 교육해야하는 문제일까요..? 글에서 여러 힌트를 얻게 됐습니다. 어디서부터 해결하는 게 필요할까요.
데이터와 관련하여 나온 주장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원본을 확인하고, 원본 데이터를 확인하여 검증을 해나가는 과정이 인상깊었습니다. 시민들이 더많이 의심(?)하고 검증을 하여 허위정보가 줄어들고 더욱 양질의 정보들이 생산 될 수 있도록 만들어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통계와 현실의 문제를 연결시키는 대목이 인상 깊었습니다. 반대로 통계가 보여주지 못하는 문제들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통계를 어떻게 해석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언급해주신 통계 항목별 원인과 현황에 대한 해석 글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