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

?‍?퀴어퍼레이드는 안된다는 서울광장, 누구를 위한, 무엇을 위한 곳인가?

2023.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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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양성이 보장된 세상이 안전하다고 믿어요.🌈

서울시가 지난 5월 3일 오전,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했습니다. 결정은 서울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를 통해 이뤄졌고요. 서울시는 어떤 이유로 불허결정을 내렸을까요? 이에 대해서 백아인 캠페이너님이 ‘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를 통해 잘 설명해주셨는데요. 그렇다면, 오늘은 서울광장과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의 목적과 역할이 무엇인지, 서울퀴어문화축제의 무대로서 서울광장, 그 관계와 역사를 살펴볼게요. 

글을 읽고 서울시의 결정이 부당하다고 생각하신다면, 그럼에도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응원하신다면,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응원의 목소리를 표현해주세요. 여러분의 목소리가 누군가에게 닿아 또 어떤 반향을 일으킬지 모르니까요.?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서울퀴어문화축제란, “성적지향과 성별정체성을 비롯한 다양한 정체성을 가진 모든 사람들이 평등하게 어우러져 즐기는 장을 만드는 것”을 비전으로 삼아 매해 여름 서울에서 개최되는 복합/공개/문화행사입니다. 축제의 주요 행사로는 서울퀴어퍼레이드, 한국퀴어영화제가 있으며, 이외에도 다양한 행사들이 펼쳐집니다.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 홈페이지)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퀴어퍼레이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에서 열리는 행사 중 하나인 셈이죠.

(국내의 퀴어문화축제가 서울에서만 열리는 것은 아닙니다. 2022년까지 전국의 총 9개 지역(서울, 대구, 부산, 제주, 경남, 광주, 전주, 인천, 춘천)에서 퀴어문화축제가 열렸어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역사

서울퀴어문화축제는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고 규모가 큰 퀴어축제입니다. 2000년에 ‘퀴어문화축제-무지개2000’이라는 이름으로 처음 열린 서울퀴어문화축제는 대학로를 주 무대로 거리퍼레이드를 열었고, 연세대학교에서 공연과 토론회가 있었습니다. 이후 ‘퀴어문화축제-무지개OOOO', '퀴어문화축제'라는 명칭을 거쳐 2018년 현재의 ‘서울퀴어문화축제’로 명칭을 변경한 것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201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퀴어문화축제를 개최했습니다. 축제 개막식과 퀴어퍼레이드의 무대가 서울광장이었다는 뜻입니다. 코로나 19로 인해 온라인 비대면 축제를 했던 2020년과 2021년을 제외하면 말이죠.


서울광장과 서울퀴어문화축제, 단 한번도 쉽지 않았던 여정 

(출처: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

2015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6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7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8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19 : 서울광장 사용 허가

2020 : 온라인-비대면 축제

2021 : 온라인-비대면 축제

2022 : 서울광장 사용 조건부 허가

2023 서울광장 사용 불허

2015년부터 2019년, 서울광장 '사용수리를 연기'한 서울시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광장 사용허가를 받았다고 해서 이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닙니다. 2019년 서울시 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는 서울시가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회에 걸쳐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신고 처리를 부당한 이유로 지연시켰음을 지적했습니다. 서울시 인권위원회는 이를 성소수자 차별행위로 보고 서울시장에게 재발방지를 위한 지도와 감독을 권고했어요. (경향신문, 2019.10.23)

인권위가 이러한 판단을 내린 것은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의 사용 및 관리에 관한 조례’(이하 서울광장 조례)에 명시된 예외조항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봤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가 2015년 부터 서울광장에서 평화롭게 행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의(이하 시민위원회) 심의를 받을 필요가 없다고 본 것이죠. 


서울광장 사용은 신고제가 원칙입니다. 서울광장 조례 6조에 따르면 서울시장은 사용신고에 대해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고서는 원칙적으로 사용신고를 수리해야합니다. 조례에 명시된 사용신고 수리 예외의 경우는 다음과 같습니다.

  1.  광장의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다른 법령 등에 따라 이용이 제한되는 경우 
  2.  시민의 신체ㆍ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 
  3.  동일 목적의 행사를 위해 7일 이상 연속적으로 광장을 사용하고, 다른 행사와 중복될 경우. 

그리고 해당조항은 또한시장은 광장 사용신고자의 성별ㆍ장애ㆍ정치적 이념ㆍ종교 등을 이유로 광장 사용에 차별을 두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명시합니다.


이처럼 서울시가 서울광장 사용신고 수리를 미루는 대표적인 방식은 예외규정을 적용해 시민위원회에 서울광장 수리 여부를 결정하게 하는 것입니다. 서울광장 조례 제7조에 따라 서울시장은 광장사용신고를 접수받은 경우 원칙적으로 48시간 안에 신고수리여부를 통지해야합니다. 다만, 위에서 적은 6조 각 호의 해당될 때에만 위원회의 심의를 거칠 수 있는 것이죠. 시민위원회의 심의가 진행되는동안 신고수리 통보는 자연스레 지연됩니다. 서울시는 타당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사용신고의 수리를 미루고, 시민위원회의 심의에 수리여부를 판단하게 한 것이죠.

그리고 시민위원회는 2015년부터 2019년까지 5차례 모두  ‘서울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의 서울광장 사용이 조례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신고처리의 지연은 행사개최에 분명히 영향을 줍니다. 서울광장은 사용 90일 전부터 광장사용 신고를 할 수 있습니다. 2개월이나 수리를 미루면 행사개최 한 달 전 개최지가 확정되는 것인데, 공간 활용계획을 사전에 세울 수 없으니 차질이 생길 수 밖에요.


*용어 설명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 시민위원회 

서울특별시 열린광장운영시민위원회(이하 시민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조례 1조에 따르면 시민위원회는 서울광장ㆍ청계광장 및 광화문광장의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하여 두는 기관입니다. 이에 따라 시민위원회는 구체적으로 세 광장의 운영에 관한 기본계획 및 연간계획에 관항 사항, 광장 운영의 전반적인 기준결정에 관한 사항, 그 밖에 광장의 사용 및 운용과 관련하여 시장 및 위원장이 부의하는 중요사항을 심의합니다.  위원회는 학식과 경륜을 갖춘 학계·전문가·시민 6명과, 서울특별시의회 시의원 4명, 서울시 행정국장과 균형발전기획관 2명의 공무원 총 12명으로 구성되어있습니다. (출처: 서울특별시 홈페이지)


2022년, 서울광장 사용 ‘조건부 허가’를 내린 서울시

코로나 19로 인해 2020년부터 2021년까지 서울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는 온라인-비대면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그리고 2022년 드디어 2년만에 오프라인으로 퀴어문화축제가 다시 개최되었죠. 그런데 이때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에 대해 ‘조건부 허가’를 내립니다.

2022년 서울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7월 12일부터 7월 17일까지 6일간 서울광장을 사용하겠다고 신청했지만, 서울시는 7월 16일 하루에 대해서만 광장사용을 허락했습니다. 축제반대 집단과의 충돌 가능성을 이유로 들면서요. 동시에 ‘과도한 신체노출이나 유해한 음란물을 전시하거나 판매하지 않는다’는 조건을 겁니다. (한겨레 21, 2022.06.17)


2023년,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한 서울시

그리고 올해, 서울시는 서울퀴어문화축제의 서울광장 사용을 ‘불허’하기에 이릅니다. 대신, 서울퀴어문화축제가 예정 되었던 7월 1일에 서울광장에서는 CTS문화재단의 청소년·청년을 위한 회복콘서트가 열릴 것이고요. 서울광장 조례 6조에 따라 사용일이 중복된 사용신고에 대해서는 ’어린이 및 청소년 관련 행사’를 우선수리 해야하기 때문입니다.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조례에 따른 적법한 조정절차가 진행되지 않았다고 반발했습니다. (불허 결정의 구체적인 이유와 배경에 대해서는 캠페인즈 내 백아인 캠페이너님의 ‘서울시, 퀴어축제조직위 서울광장 사용 불허 어떻게 생각하시나요?를 참고해 주세요!)


서울광장, 누구를 위한 곳인가?

(출처: 서울특별시)

서울광장은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의 진행 등’을 위해 존재합니다. 이전에 2015년부터 2019년까지 서울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시민위원회에 회부하여 수리를 미룬 것은, 사실 서울시가 서울퀴어퍼레이드를 ‘시민의 건전한 여가선용과 문화활동, 공익적 행사 및 집회와 시위’에 해당하지 않는 것으로 봤음을 드러냅니다. 수리가 원칙인 서울광장 사용신청에 대해 위원회에 신고수리를 심의하게 한 것 자체가 사용신고를 하지 않을 수 있는 것으로 봤다는 뜻이기 때문입니다. 신고수리의 예외는 광장 조성 목적에 위배되거나, 시민의 신체 및 생명 등에 침해를 가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예상되는 경우에 적용됩니다. 서울시는 과연 퀴어문화축제와 퀴어퍼레이드를 무엇으로 보고 있는 것일까요?

또한 같은 날짜에 ‘기독교 단체’가 ‘청소년과 청년’을 위해 ‘회복’콘서트를 한다는 것에 대해 서울광장 사용 허가를 내준 것 또한 미심쩍은 부분이 많습니다. 퀴어문화축제 조직위 관계자는 “서울시 예산을 지원받아 CTS 기독교 TV 쪽이 신청했다는 정보도 입수했다”고도 했는데요. 서울시는 이에 “기독교 단체가 신청한 건 맞지만 서울시 예산 지원 여부에 대해선 아는 바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기존에 성소수자 혐오 발언으로 제재를 받은 적 있던 기독교 단체가 주최하는 행사에서 그들이 말하는 ‘회복’이란 과연 무엇일까요. 더구나, 조례상 우위를 선점하기 위해 난데없이 ‘청소년’을 들먹여 활용한 것은 비겁해 보이기도 합니다. 여러모로 서울퀴어문화축제를 방해할 요량으로 이루어진 행사처럼 보이기 참 쉬운 구도입니다. 


그래서 앞으로 어떻게 되는데…?

서울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는 7월 1일 예정대로 서울퀴어문화축제의 개최를 강행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방법을 찾겠다고요. 하지만, 서울퀴어문화축제가 과연 서울광장에서 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당국의 결정은 ‘불허’이니 오히려 서울광장에서의 축제는  요원해 보이죠. 올해 여름에 우리는 서울광장에 무지개 깃발이 나부끼고, 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사람들이 서울도심을 행진하며 무지개빛의 퍼레이드를 하는 것을 볼 수 있을까요?

2023년은 한국의 성소수자 인권운동이 시작된지 30년이 되는 해입니다. 그리고 서울퀴어문화축제는 그간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로 여겨졌던 이들이 서울 도심 한복판에 등장하여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고 연대하는 장이었습니다. 30여년간 차별과 혐오에 맞서 발전해온 한국 성소수자 인권운동은 현재 다시 커다란 벽 앞에 섰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지지와 연대, 힘과 응원을 보태는 것은 그 벽에 문을 낼 수 있는 확실한 방법일지도 모릅니다. 

여러분이 서울광장에서 보고 싶은 풍경은 무엇인가요? 천만명이 사는 이 거대도시 서울은 과연 어떤 곳이어야 할까요??️‍? (댓글로 여러분의 의견을 마구 나눠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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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장 이용은 시민의 권리인데 시가 '불허'하는 거 부터가 잘못되었다고 생각합니다. 퀴어문화축제 대신 광장에서 열린다는 회복 어쩌구는 청소년을 위한 행사가 아니라 일부 종교인들이 든 마이크에 서울시가 스피커가 되어주는 꼴이라고 생각해요.

특정 종교 세력에 기울어진 판단을 한 서울시를 규탄합니다

누구나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퍼레이드가 쭉 계속 되었음 좋겠습니다~ 

아인님 글도 보고 수연님 글도 보고 왔습니다. 민주주의는 어떤 것인가 고민하게 되는데요. 더 나은 대화와 타협 같은건 가능한 것인가 싶네요. 이슈를 이슈로 다루지 않고 세력으로 다루는 경향이 행정에서도 나타나다니 참 답답합니다.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역사적으로 광장은 시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핵심 공간입니다. 사회적 소수자는 어떤 측면에서도 시민의 권리조차도 누리지 못하고 있는 '비시민'이며, 시민의 권리를 보장해달라는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퀴어퍼레이드는 퀴어를 포함한 사회적 소수자들의 민주사회의 구성원으로서의 권리를 보장 받기 위해 광장에서 목소리를 내어 온 역사이기도 한 셈입니다. 2023년에 서울광장에서 퀴어퍼레이드가 열리면 좋겠습니다. 

2015년부터 계속 동일한 조건으로 진행되었는데, 올해는 진행할 수 없다니 너무 슬프네요. 올해 어떻게 진행되는지, 서울시의 이후 대응은 어떻게 되는지 계속해서 살펴봐야겠어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서울광장에서 개최된다는 사실이 제겐 한국 인권의 발전을 보여주는 징표처럼 느껴졌습니다. 성소수자를 향한 혐오가 만연한 사회지만, 그럼에도 성소수자와 모두를 위한 축제를 서울 한복판에서 벌일 수 있다면, 분명 한국 사회는 더 나아질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이번 조치는 한국 사회의 인권 수준을 크게 후퇴시킬 수 있는 결정이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이번 결정이 적법한 절차 없이 제도를 악용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는 점은 결정의 배경에 퀴어 혐오가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겠죠. 서울시의 혐오적 태도에 분노가 치밀어 오릅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두려움은 없습니다. 퀴어들이 얼마나 강인한 존재인지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길을 찾아내고, 나아갈 것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이 도시를 다시 무지갯빛으로 뒤덮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광장을 혐오와 차별의 도구로 이용하게 해선 안 됩니다. 서울시 결정이 그대로 수용된다면 성소수자의 정당한 권리 요구를 똑같은 방식으로 방해하는 세력이 생길 겁니다. 나쁜 선례가 생기지 않도록 서울시의 결정이 철회되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