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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 시민참여 토론으로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보자!
2월 6일 부터 3월 5일 까지 총 5주간 5번의 강좌와 정책제안 토의 프로그램을 진행했다.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와 참여연대 아카데미가 함께 기획하고 진행한 이 프로그램에는 기존의 시민대상 강좌와는 다른 점이 있다. 강좌 후의 토의가 전문가 강의 만큼 비중을 갖는다는 것과 시민들의 집단지성과 과학자의 전문지식이 만나 정책을 만들어낸 시민과학활동이라는 것이다. (프로그램 보기) 1. 시민 + 과학=시민과학미국 기상청(NWS)과 국립환경정보센터(NCEI)에서 운영하는 시민 과학자 중심의 기상 관측 프로젝트는 1890년에 시작하여 현재 8,700여 명의 시민들이 참여하여 일일 기상 데이터를 관측, 기상청에 제공하고 있다. 일종의 모니터링 업무를 시민들이 담당하며 시민 과학자로서 역할을 수행하는 것이다. 그러나 시민 과학은 이런 영역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시민들이 자료를 수집할 뿐 아니라 수집된 자료를 분석하고 결과를 전달하기도 한다. 또, 과학자들과 시민이 함께 연구를 디자인하기도 한다. 국내에서 ‘일상생활 실험실’ 등으로 불리는 리빙랩이 실시된 바 있다. 북촌 IoT리빙랩, 성대골 에너지 전환전략 리빙랩, 대전에서 실시된 리빙랩 ’건너유’등은 시민이 문제 제기부터 해결책까지 전 연구 과정을 함께 진행하는 형태이다. 시민 과학의 개념과 방법은 다양하게 변화하며 발전하고 있다.과학연구자들이 중심이 된 ESC와 참여연대가 협업을 한 본 강좌도 넓은 의미의 시민 과학의 한 형태라고 볼 수 있다. 비록 강좌로 출발한 한계는 있으나, 강의를 통한 과학자들의 전문적인 지식이 시민들의 현장성과 결합하는 과정이 있었다. 강의 후 모둠별로 진행된 구조화된 토의를 통해 해결 방안, 실천적 대안을 정책으로 수립하였다. 기존의 강좌가 ‘지식, 정보’가 중심이었다면 본 강좌는 ‘소통, 협업’이 강조되었다.시민과 과학이 만났다고 시민 과학이 되는 것은 아니다. ‘시민+과학’의 단순 합이 아니라 모종의 화학반응이 일어나야 적극적 의미의 시민 과학이 될 수 있다. 특히, 기후 위기는 지리적 지역적 특성, 정책에 대한 수용 주체의 사회 경제적 상황 등에 따라 피해 혹은 정책의 효능에 대한 체감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니 기후 위기 정책 마련 과정에 시민들의 참여는 중요하며, 이러한 참여가 정책의 실효성과 수용성을 높이는 길인 것이다. 시민 과학을 통한 기후 위기 정책 마련, 바로 이 강좌가 갖는 중요한 의미이기도 하다.2. 나도 모르던 나의 생각이 생성되도록, 구조화된 토의 3가지 첫 번째, 도넛 경제 액션 랩 4개의 렌즈 주거, 교통, 에너지, 산업 영역으로 진행된 강의에는 일반 시민들이 알기 어려웠던 전문적인 내용들이 많았다. 현재 실행되고 있는 정책의 배경, 국내 상황과 여러 가능한 대안들이 소개되었다. 강의를 들은 후 시민들은 모둠별로 주요하다고 판단되는 소 영역을 선택하고, 정책 초안을 만들었다. 이 정책 초안들은 다시 토의 도구를 통해 정리 보완하는 작업을 거쳤다.이 과정에는 도넛 경제 액션 랩(Donut Economics Action Lab: DEAL)의 도시 초상화 캔버스 도구를 변형하여 활용하였다. 도넛 경제 액션 랩은 케이트 레이워스의 도넛 경제학을 모델로 새롭게 도시를 디자인하는 시민 연구 활동을 시행하고 있다. 둥근 도넛 모형을 펼치면 바닥과 천장이 생긴다. 천정에는 기후변화, 해양 산성화, 담수 고갈 등의 9가지 지표가 있다. 이 지표는 스톡홀름 회복력 센터의 행성의 한계 개념을 가지고 온 것이다. 펼친 도넛의 바닥에는 식량, 물, 건강, 교육 등의 지표가 있다. 이것은 유엔의 지속 가능발전 목표들이다. 기후 위기 시대에 걸맞은 라이프 스타일과 정책들은 최고점인 천정을 넘지 말아야 하고 누구도 바닥의 최저점 아래로 떨어져서는 안 된다.도시 초상화 캔버스는 마을, 도시나 기타 커뮤니티에서 구성원들과 함께 도넛 모형에 적합한 대안과 해법을 찾아가는 일종의 렌즈 겸 필터이다. 캔버스는 4개의 분명으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 지역과 전 지구적 차원에서 사회적 기준과 생태적 기준을 렌즈로 활용하여 어떤 영향을 주고 있는지 살펴보는 과정을 거친다.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있고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도 발견된다. 긍정적인 것은 지속해서 영향을 발휘하도록 하고 부정적인 것은 초안으로 제안된 정책을 변형하여 그 영향을 없애거나 최소화한다. 또 이렇게 수정된 정책이 각 영역을 넘어가며 어떤 영향을 주는지도 살펴본다. 두 번째, 잘 듣는 귀삽니다. 갈라진 세상을 이어 붙여야 하거든요. - 갈라진 세상을 이어 붙이는 공존과 상생의 토의 걱정하는 목소리들이 많다. 세상이 두개로 나누어진 것 아니냐고, 영원히 분열되어 결국 파국으로 향해가는 것 아니냐고. 이런 분열이 도처에서 목도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유가 어찌 되었든 서로 다른 입장이라는 것은 분명하다. 하지만 갈라진 세상으로는 미래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할 수 없으니 이어 붙여야 한다. 합의를 해나가는 것은 훈련이 필요한 일이다. 이 훈련에 가장 중요한 것은 경청이다.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탄소배출 완화와 적응을 위한 해결책에도 서로의 다른 입장들이 충돌을 한다. 합의문을 만들어 보았다. 우선 ‘왜 나는 반대하는가?’ 혹은 ‘왜 나는 찬성하는가?’의 입장을 정리한다. 그리고 그 의견을 상대편의 그룹에 전달한다. 이제 반대편의 이유를 전달받은 측은 자신의 입장을 고수하되 반대의 이유를 해소할 수 있는 방안을 수립해야 한다. 물론 상대편도 같은 과정을 거친다. 이렇게 만들어진 양쪽의 결정 사항을 비교해 보면 신기하게도 닮은 구석이 많다.예를 들어 전력산업(송전, 배전, 판매, 발전)의 민영화 찬반 토의에서는 양쪽 모두 시민의회 혹은 지역에 바탕을 둔 강력한 거버넌스의 구성을 통해 전력산업을 관리해야 한다는 유사한 정책이 마련되었다. 기업의 탄소 배출량을 시급히 저감하기 위해 탄소세 vs 배출권거래제 정상화 논의에서는 양 쪽 모두 배출총량을 규제해야 하고, 탄소 배출권을 추가 구매 시 누진적 탄소세 추가 과금한다거나, 배출량 초과 시 누진 탄소세 적용하고 민간 부문에도 생활 탄소 배출권 혹은 최종 소비재의 탄소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의견이 비슷하게 나왔다.어쩌면 갈라진 세상은 서로의 의견을 충분히 듣지 않기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지도 모른다. 세 번째, 기후 위기 대응 윤리 선언 현재의 기후 위기는 윤리적인 문제이다. 일반적인 경제행위의 실행 여부를 결정할 때 비용편익분석을 한다. 그런데 기후 위기 대응을 위한 해결책에는 비용편익 방법을 사용할 수 없다. 이익을 얻는 측과 피해를 보는 측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 위기 대응에 관한 여러 의사결정 과정은 윤리적인 기준을 판단의 근거로 사용해야 한다. 또, 기후 위기를 잘 헤쳐 나가기 위해서는 기존의 가치와 규범을 그대로 사용할 수 없다. 성장이 중심 가치였던 결과 촉발된 위기이기 때문에 기존과는 다른 가치와 규범을 세워 새로운 세상을 만드는 일이 필요하다.정의로운 전환을 위해, 위기지만 많은 사람들이 평화롭고 안전하게 이 위기를 통과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새로운 규범과 가치를 세워야 한다.앞의 토의 과정에서 정책을 만들고, 4개의 렌즈를 가지고 각 정책을 수정 보완하며 우리는 암묵적으로 합의된 어떤 가치를 기준으로 하였다. 그 가치를 찾아 정리하고, 세상에 널리 퍼뜨리기 위해 선언문으로 작성하였다. 3. 그럼에도 토의는 너무 부담스러운것 아닌가요? 일반 시민 강좌에서맞는 말이다. 부담스럽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강좌의 회차가 진행되면서 늦어서 강좌에는 참석하지 못해도 토의에는 참석하겠다는 분들이 생겼다.토의 공간은 가장 안전한 공간이어야 한다. 내가 의견을 낸 것이 조금은 부족해도 환영받는다면, 내가 하는 말의 논리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모두 열심히 들어 준다면? 토의 과정이 비판과 지적이 아니라 경청과 환대의 시간이라면 모두들 의견을 내는데 조금은 부담을 덜 수 있을 것이다. 모두의 의견이 나오고 시간이 흐르며 스며들어 모아진다. 최종적으로 모아진 의견이 내 의견이 아니어도 속상하지 않다. 왜냐하면 토의 과정에서 나는 충분히 존중받았기 때문이다.전국적으로 이런 토의문화가 확산되어야 한다. 전국이 공론장이 되어야 한다. 기후위기는 우리 모두의 문제이다. 그래서 우리 모두가 목소리를 내야 한다. 그래야 모두 함께 실천하고 급변적 변화를 이루어 낼 수 있다. 2023년도, 다시 전세계의 탄소배출량은 최고점을 찍었다. 그러나 전년도 대비 에너지 분야에서 증가량은 감소했다. 재생에너지의 약진 덕이다. 우리가 모두 목소리를 내야하는 이유이다.  바삐가자. 모이고, 말하고 스며들어 실천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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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을 틀어막지 말고, 길을 뚫으십시오!
[성명서] 입을 틀어막지 말고, 길을 뚫으십시오!R&D 예산 정책에 대한 윤석열 정부의 투명하고 민주적인 소통을 요구합니다. 2024년 2월 16일, 대전 카이스트 졸업식에서 한 졸업생이 “생색내지 말고 R&D 예산을 복원하십시오!”라는 구호를 외쳤다는 이유로 입을 틀어막힌 채 식장 밖으로 내쳐졌습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과감하게 도전하십시오.”라는 내용이 담긴 윤석열 대통령의 축사 도중에 일어난 일이었습니다.2024년 정부 R&D 예산은 2023년 대비 4.6조 삭감되었습니다. 현장에서 신진 연구자들의 인건비 삭감은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은 “과학 강국으로의 퀀텀 점프를 위해 R&D 예산을 대폭 확대”하고 “신진 연구자의 성장을 전폭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앞뒤가 맞지 않는 말로 과학기술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 다음을 요구합니다. 이번 사건의 당사자를 포함하여 카이스트 구성원 모두에게 진정으로 사과하십시오. 언론과 시민 앞에서 R&D 예산 삭감의 이유와 해결 방안에 대해 직접 해명하십시오. 윤석열 대통령은 축사에서 “언제든 다시 일어설 수 있도록 제가 여러분의 손을 굳게 잡겠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우리는 정부가 정책 소통의 실패를 인정하고 "언제든 다시" 책임 있는 길로 돌아오기를 촉구합니다. 과학기술인들이 건넨 이 손을 "굳게 잡"을지 내칠지는 대통령의 몫입니다.2024년 02월 20일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이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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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D 예산 삭감에 맞서는 과학기술계의 목소리를 듣다
지난 25일 토요일, 서울 시청역 근처에서 개최된 ESC와 FOSEP(공공을 위한 과학기술인 포럼)이 공동 주최한 ‘국가 R&D 삭감, 붕괴하는 연구현장’이라는 주제의 심포지엄에 참여했습니다. 저는 지방의 한 대학에서 석박통합과정 4학기를 마무리하는 저년차 연구자로, 정부의 R&D 삭감 발표 이후 ESC 학생위원회에서 배포한 성명서를 보고 ESC에 가입하게 되었고 평소 정책에 관심이 많아 정책위원회에도 가입한 ESC 신입 회원이기도 합니다. 이번 심포지엄은 과학기술계의 위기와 미래에 대해 깊이 있는 논의를 나누고자 기획된 자리였습니다. 아직 연구책임자(PI)로 직접 연구를 이끌어보지 않은 저로서는 평소에 R&D 삭감에 대해서 체감한 것은 지금까지는 크게 없었습니다. 학생 연구자로 그나마 걱정된 것이 인건비 문제였는데 내년에 신입생이 새로 들어옴에도 불구하고 지도교수님께서 아직 아무 말씀을 하지 않은 것을 보면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주변의 동기들이나 선후배들 역시 대부분 대체복무 중이거나 대학원에 진학하는 대신 임상에 바로 뛰어들어 돈을 버는 사람들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다른 전공에 계시는 연구자분들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던 것도 심포지엄에 신청하게 된 이유 중 하나입니다. ESC 소속으로 처음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아무도 아는 얼굴이 없어 걱정했지만 다행히 맹미선 정책위원장님께서 행사 전에 위선희 젠더다양성위원장님을 비롯한 몇몇 ESC 회원분들과의 식사에 초대해주셔서 반갑게 인사를 나눴습니다. 학생 대표로 참여하기로 했던 연사분이 불참하게 되어 다른 분께서 그 자리를 대신하는 과정에서 여러 학생분의 이야기를 들으며 특히 기초과학 전공의 대학원생들은 연구에 대한 꿈이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무너질 수도 있겠다는 것을 느끼며 조금은 무거운 마음으로 행사장에 걸어갔던 것 같습니다. 심포지엄의 1부에서는 실제 정부출연연구원에서 일하고 계시는 이홍식 FOSEP 연구국장님의 ‘윤석열 정부 R&D 혁신방안의 개요와 쟁점’의 발표가 있었습니다. 평소에 여러 기사를 통해 어떤 점이 개편되는지 접했지만, 정확히 어떤 점이 문제인지 와닿지 못했고 주변에서 이야기해주는 분들도 없었는데 하나하나 자세하게 알려주셔서 잘 이해가 됐습니다. 기존 제도에서 바뀌는 점들에 앞서 연구개발이 진행되는 방식, 연구비의 구성과 사용 규칙 등 나중에 제가 직접 과제 계획서를 쓴다면 도움이 될만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특히 2008년 이명박 정부 때 진행되었던 연구 중심대학 육성사업 (World Class University, WCU)의 사례가 기억에 남았습니다. 총 8천억 원에 달하는 예산을 투여하여 노벨상 수상자를 비롯한 해외 우수인력들을 초청하는 취지 자체는 좋았지만, 몇 차례의 특강만 한다거나 80%의 참가자가 사업기간 종료 직후 귀국한 사례로 보아 이번 정부에서 추진하는 국제 협력 연구 강화 역시 비슷한 부작용을 낳을 가능성이 커 보입니다. 또한, 해외 우수 연구기관과 협력 시 특허를 어떻게 공유할 수 있을지, 주요 선진국이 리쇼어링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시대에 수출주도형 국가인 우리나라에 적지 않은 위협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음으로 기초연구연합회 천승현 부회장님의 기초연구사업 중심으로 2024 정부 R&D 예산안 분석하는 발표가 이어졌습니다. 저 역시 지도교수님의 기본연구 1년차 과제를 수행하고 있기에 체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내년 예산에 현재 수행하고 있는 생애기본연구의 신규과제 예산이 없으므로 저희 실험실이 1년만 더 늦었더라면 과연 저를 비롯한 다른 학생들이 실험은 할 수 있었을지 두렵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나중에 제가 연구책임자가 된다면 생애기본연구가 없는 상태에서 1억원 이상의 과제를 처음부터 따와야 하는데 부회장님이 말씀하신대로 신진연구자가 올라갈 수 있는 사다리를 없애는 것이 아닐지 의구심이 들었습니다. 아마 저뿐만 아니라 다른 대학원생들도 그렇게 느꼈을 것이고 이런 문제들이 하나하나 쌓이다 보면 미래의 연구자들은 더욱더 학계에서 이탈할 것으로 보입니다.이후 2부에서는 1부에서 발표하신 분들뿐 아니라 공공연구노조 이상근 ETRI 지부장님, ESC 젠더다양성위원회 위선희 위원장님, 그리고 ESC 학생위원회 김정우님까지 학계, 출연연, 산업계, 학생 등 각계각층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토론회가 이어졌습니다. 사전에 받았던 질문들에 대해 각자 생각했던 것들을 말씀하셨는데, 모두 현재 정부의 R&D 예산 삭감에 대해 우려할 뿐 아니라 일종의 분노가 느껴지기도 했습니다. 신진연구자와 중견 연구자의 갈라치기, 카르텔을 없애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카르텔을 양성하는 모순, 과학기술혁신본부의 존재에 대한 의문, 미래 연구자 수급의 불안정성 등에 대부분 참가자가 공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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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와 수학...쥐어짜기 수학 교육의 한계
프랑스에 살면서 관찰하고 느꼈던 이웃의 모습을 떠 올려 본다. 아이들은 늘 공부보다 놀기에 바빴다. 동네에는 개구장이 아이들이 많았고, 노인들은 길에 서서 이웃들과 하루종일 수다를 떨었다. 직장인들은 시도 때도 없이 몰려다니며 에스프레소 커피를 마시며 떠들곤 했다. 출근했다고 한 잔, 점심먹고 한 잔, 달콤한 각설탕을 찍어 먹는 에스프레소는 그야말로 수다에 꼭 필요한 존재였다. 각설탕이 나왔으니 각설하고….  프랑스는 수학 잘하기로 소문난 나라다. 지금까지 총 64명의 필즈상 수상자 중 프랑스인이 받은 메달은 총 14개다. 물론 숫자로만 따지면 미국이 21개로 당연히 제일 많다. 하지만 미국의 인구가 5배나 많으므로 (미국 3억3천만, 프랑스 6천7백만), 인구 대비로 따지면 프랑스가 압도적으로 많다. 그야말로 원탑이다. 수학이나 물리교과서에 나오는 프랑스 수학자의 이름은 또 얼마나 많은가?  그런데 미스터리 같은 통계도 있다. 바로 수학영재를 뽑는 국제수학올림피아드의 수상자 명단이다. 여기서는 중국이 단연 원탑이다. 러시아와 미국도 강하다. 우리나라 역시 강하다. 우리나라는 2012, 2017, 2019년 참가자 전원이 금메달을 받은 나라로 중국, 미국에 이어 세계 3위의 수학 강국이다. (이쯤에서 미국의 올림피아드 메달이 아시아계 학생들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살짝).  그럼 뭐가 미스터리인가? 바로 프랑스다. 눈을 씻고 봐도 프랑스의 수학올림피아드 성적은 상위권에 존재하지 않는다. 중국이 금메달을 168개나 가져갔고, 미국이 137개, 그리고 1988년에나 되서야 참여하기 시작한 대한민국도 86개의 금메달이 있는데,  자그마치 1967년부터 참여해온 수학 원조의 국가, 프랑스의 금메달은 고작 26개에 지나지 않는다. 가히 OECD 최하위 수학 성적의 나라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 통계인가. 이 두 개의 통계를 연관지어 뭘 설명하려는 것은 아니다. 그저 애들 쥐어짜는 수학교육 방식이 고등학교때까지는 어찌 어찌 잘 작동하지만, 그 이후 학문의 세계에서는 안 통한다는 점만 얘기하고 싶다. 덧) 여러번 언급했지만 물리에 관해서도 비슷한 통계가 있다. 일본은 물리 올림피아드 노-메달 국가로 유명하다.  반면 우리는 물리 올림피아드 최상위 국가로, 수년째 올림피아드 금메달을 휩쓸고 있다. 노벨상 수상 실적은 정반대다.  잠정적인 결론: 애들 쥐어 짜지 말자. 고등학교때까지 놀게 내버려두고, 대학 들어 온 다음부터 쥐어짜자... 작성자: 박인규(서울시립대학교 물리학과)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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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문 후속세대를 죽이는 R&D 예산 삭감 철회하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학생위원회 성명서학문 후속세대를 죽이는 R&D 예산 삭감 철회하라 현 정부는 과학계 카르텔을 타파한다는 명목으로 국가 R&D예산을 전년 대비 5조2000억원 삭감하였다. 그 여파로 해당 예산으로 연구를 수행하는 학문 후속세대는 연구를 정상적으로 수행할 수 없게 되었다. 정책의 재고가 없다면, 향후 국가연구를 책임질 학문 후속세대들이 졸속정책의 제1 희생자가 될 것이다.R&D 예산 삭감으로 일어날 구체적인 피해는 아래와 같다.첫째, 박사후 연구원의 사회진출이 막힌다. 이미 정부 출연 연구원에서는 비정규직 인력인 박사후 연구원들을 권고사직하고 있다. 이외에도 대학 기관에서 박사후 연구원의 채용을 취소하는 사례가 급증하는 등, 박사 학위자의 고용 환경이 극도로 불안정해지고 있다. 그들은 평생을 닦아온 연구 역량을 발휘하지도 못한 채 과학기술계에 발붙일 수 없는 처지에 놓이게 되었다.둘째, 기초연구 예산 삭감으로 연구 생태계가 무너진다. 연구 역량을 갖췄지만, 아직 연구를 수행할 수 없는 신인 연구자에게 연구 기회를 제공해 주는 생애 첫 연구과제와 순수 학문 연구가 안정적으로 이뤄지도록 지원해 주는 기본연구과제가 2024년에는 0건으로 예정되어 있다. 그 뿐만 아니라 비전임 연구자들이 유일하게 참여할 수 있는 창의 도전과제도 4,200여 건 중단될 예정이다. 이로써 신인연구자들의 연구 기회가 줄어들고, 연구의 다양성과 발전 가능성 축소로 미래 연구생태계의 치명적인 영향을 줄 것이다.셋째, 이미 계약을 맺고 진행 중인 연구 사업들이 결실을 제대로 맺지 못한다. 1~6개년 단위로 현재 진행 중인 기초연구 사업 중 생애 첫 연구, 기본 연구, 리더 연구 사업의 예산이 29.3%~39.2%, 분야별로는 바이오, 반도체, 항공우주, 인공지능 등의 분야 연구 예산이 전년 대비 70~90% 삭감될 예정이다. 해당 연구과제의 연구재료비와 인건비 삭감을 피할 수 없으며, 다년간 투자해 온 연구 가치들이 결실을 맺지 못할 것이다.넷째, 미래를 이끌어갈 대학원생들의 꿈이 좌절된다. 연구실들의 예산확보 차질은 곧바로 참여연구원 축소로 연결될 것이다. 출연연과 대학에서는 이미 다년차 대학원생들의 연구중단과 조기졸업 통보 사례가 발생하고 있으며, 신입생 모집 중단 사례 또한 발생하고 있다. 예산감축으로 인해연구 인력양성에 큰 차질이 빚어질 수 있으며, 연구분야로의 진로희망자들이 진로를 포기할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이에 따라 학생위원회에서는 행정부와 국회에 아래와 같이 요구한다. 하나, 근시안적 R&D 예산감축안을 재고하라하나, 기초연구 분야의 예산삭감을 철회하라.하나, 학문 후속세대의 안정적 연구환경과 고용 환경을 보장하라. 2023. 10. 13.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 학생위원회성명서 동의 참여📢 성명서 취지에 공감하는 분들은 동의에 참여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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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례 없는 국가 R&D 예산 조정’ 윤석열 정부에 과학기술 정책을 묻다!
‘전례 없는 국가 R&D 예산 조정’ 윤석열 정부에 과학기술 정책을 묻다!국가 R&D 예산 정책 ESC 대정부 공개 질의서 [질문 #1 정책 수립 과정의 합리성] 이번 R&D 예산 정책 수립 과정에 의문이 있습니다. 8개월 동안 수렴된 예산안이 한 달 반 만에 급작스럽게 대폭 수정되었습니다. 이에 대한 근거와 이유를 밝혀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국가의 과학기술 발전을 촉진하기 위해 새로운 혁신 방향을 제시할 수 있으며, 2024년 과학기술 R&D 예산 구조 조정 또한 이러한 혁신 방향의 일환으로 이해합니다. 그러나 과학기술 정책의 방향성은 달라질 수 있지만, 정책 수립 과정은 달리할 수 없습니다. 이것은 정부의 의사결정구조와 시스템의 문제입니다. 최근의 갑작스러운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 배경에 대한 의문이 있습니다. 작년 10월부터 정부 R&D 심의과정을 통해 수렴된 예산안이 올해 6월 28일 국가재정전략회의 이후 한 달 반 만에 대폭 수정되게 된 근거와 이유를 밝혀주십시오. 또한 짧은 기간에 수정된 예산안이 부실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정책 당국의 입장을 듣고 싶습니다.  더불어, 선택과 집중을 위해 선정된 과학기술 분야 추진 로드맵에 따른 예산 배분 수립 과정 및 현장 연구자들의 의견 수렴과 반영 방식도 공개해 주시길 바랍니다.[질문 #2 정책 추진 근거 투명성]정부가 주장하는 ‘R&D 카르텔’의 실체는 무엇입니까?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카르텔 자료를 공개하고, 그것이 이번 R&D 예산 대폭 축소를 해야 하는 근거가 되는지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2024년 과학기술 R&D 예산 대폭 삭감의 근거로 ‘R&D 카르텔’타파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R&D 카르텔의 정의를 밝히고, 과학기술 관련 종사자들이 함께 인식하고 개선할 수 있도록 정부에서 파악하고 있는 과학기술 R&D 카르텔의 현안과 진단에 대한 자료를 공개해 주십시오.  정부가 정의한 R&D 카르텔을 해소하기 위해서 왜 R&D 예산 대폭 축소가 선행되어야 하는지 논리적인 근거를 밝혀주시길 바랍니다.[질문 #3 정책 파급영향] 이번 R&D 예산 대폭 삭감의 가장 큰 피해자는 결국 청년 연구자들이 될 것입니다. 이것은 청년 연구자들의 이탈을 부추겨, 미래 과학기술 생태계에 큰 위협이 될 것입니다. 정부는 이에 대한 대책이 있습니까?2024년 국가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에 따르면 R&D 예산이 전년 대비 16.6% 삭감되었습니다. 이 중 정부출연 연구기관과 기초연구분야 지원 감축이 상대적으로 큽니다. 기초연구사업은 주로 대학원 개인 연구과제로 진행됩니다. 이번 예산 삭감으로 소규모 과제에 참여하는 신진 연구자들의 지원 과제 축소, 박사후 연구원을 포함한 계약직 연구원의 고용 축소, 과제 참여 대학원생의 인건비 축소 등 청년 연구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습니다.   정부출연 연구기관에서도 청년 연구자들이 고용 불안과 인건비 삭감으로 고통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 여파로 이공계 대학생들의 대학원 진학률이 낮아질 것이며, 정책 피해의 직격탄을 맞은 대학원생과 계약직 연구원들이 과학기술계를 떠나게 되어 한국의 연구 생태계 자체가 와해될 것입니다.  국가 R&D 예산 조정·배분 정책이 청년 연구자의 처우 악화와 고용 불안 등으로 연결될 가능성을 인지하고 있는지, 이들에 대한 보호장치가 얼마나 준비되어 있는지 밝혀주십시오. [질문 #4 정책 추진 효과] R&D 총예산의 20% 이상을 국제공동연구에 투자하려는 이유가 무엇입니까? R&D 예산 대폭 삭감 상황에서 독려 차원이 아닌, 독립적인 예산 계획으로 마련한 근거를 밝혀 주시기 바랍니다.정부는 내년 국가 R&D 예산의 대폭 삭감에도 불구하고 “국제공동연구”에는 총예산의 20% 이상 집중 투자를 한다고 밝혔습니다. 현재 우리나라는 추격형 R&D에서 벗어나 미션 중심의 R&D(선도형 R&D)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있다는 평가가 있습니다. 그런데 본 예산 정책은 연구를 추진하는 과정에서의 자연스러운 국제공동연구를 독려하는 것이 아니라 R&D 일부 예산의 사용 목적을 국제공동연구로만 한정짓고 있습니다. 국제공동연구는 수단으로써 필요한 방식이지 목적 그 자체가 될 수는 없습니다.  국제화란 명분 하에 다시금 추격형 R&D로 국내 R&D를 한정시킬 가능성이 있을뿐만 아니라, 예산의 사용 목적이 국제협력 성과 채우기로 전락할 수 있습니다. 성과 채우기의 관료적인 연구문화를 부추긴다면 오히려 국내 연구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어 시대역행적 R&D예산 편성이라는 우려도 있습니다. 국제공동연구 집중 투자의 필요성 근거와 함께 투자시 발생할 수 있는 우려에 대해서 어떤 대안을 가지고 있는지 밝혀주시길 바랍니다.[질문 #5 국정관리체계 혁신 의지]과학기술계 전반의 혁신은 예산 조정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정부는 과학기술 R&D 국정관리체계(거버넌스) 개선 및 보완을 위해 무엇을 고려하고 있는지 밝히십시오.정부는 과학기술 R&D 예산의 배분‧조정으로 정부가 주장하는 ‘R&D 카르텔’ 근절을 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습니다. 하지만 과학기술 현장에서는 오랜 기간 지적해 온 R&D 예산 집행체계에 대한 문제해결이 더 본질적이고 우선시 되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주요 부처 관료들의 권력처럼 행사하고 있는 국가 R&D 예산 집행체계부터, 정부출연연구소의 PBS 문제 등 과학기술 국정관리체계(거버넌스)에 대한 정비와 개선 없이는 문제해결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정부는 우수한 연구를 지원하고, 미래 발전과 연계될 수 있는 과학기술 R&D 국정관리체계의 근본적인 개선방향과 보완 방법에 대한 계획을 밝혀주십시오.2023. 9. 26.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본 질의서는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2024년 국가 R&D 예산 정책발표 후 우려 사항을 정리하고 회원들의 의견 수렴을 반영하여 만들어진 대정부 질의서입니다. 질의서는 ESC 집행위원회 최종 검토를 통해 공개합니다. 질의서 출처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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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기술은 가치중립적인가?
흔히 과학기술을 가치중립적이라고 합니다. 기술 자체로는 선하지도 악하지도 않다는 거죠. 또 다르게 말하면 누가 어떻게 사용하는가에 따라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고 합니다. 당연히 맞는 말입니다만 여기에는 조금 더 고민해야할 부분이 있습니다.  우선 무슨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에 대한 선택의 문제가 있습니다. 예전에는 이 선택이 과학자나 공학자 개인에게 맡겨진 측면이 많았습니다. 물론 그들도 아무렇게나 선택하는 건 아니었지요. 나름의 필요성이 있을 때 개발이 이루어집니다. 이 때 필요성이란 개인의 희망에 의해서도 좌우되겠지만 더 중요하게는 사회적 경제적 필요성입니다. 산업혁명 시기 자동으로 움직이는 방직기나 방적기를 개발한 것도, 증기기관을 개량한 것도, 전구를 개량한 것도 모두 당시 사회적 경제적 필요에 따른 일이었습니다.  이는 지금도 마찬가지입니다만 이제 무엇을 개발할 것인가에서 과학자나 공학자 개인의 선택이 가장 중요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과학자나 공학자는 연구소나 대학, 기업에 몸담고 있고, 개인이 아니라 여럿이 팀을 이뤄 연구를 합니다. 그리고 이 연구에는 상당한 비용이 들어갑니다. 최소 너덧 명에서 수백 명이 공동연구를 하고, 필요한 장치 또한 상당히 비쌉니다. 따라서 연구비용을 확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비용은 대부분 정부나 기업에서 나옵니다. 연구팀이 자기들이 어떤 연구를 하겠다는 제안서를 제출하더라도 결국 정부나 기업이 이를 채택해야 연구가 가능해집니다. 이제 무엇을 연구할 지는 정부와 기업이 대부분 선택하게 됩니다.  그런데 기업의 경우 자기네 회사에 도움이 되는 내용을 선택할 것이 당연합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나 휴대폰 그리고 디스플레이 관련 기술에 집중적으로 지원을 할 것이고, 현대자동차는 전기 자동차 배터리, 자율주행 관련 기술에 집중하겠지요. 네이버나 카카오 같은 경우에는 인공지능에 관심을 가질 것입니다. 그리고 정부의 경우도 정부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전체적인 경제성장에 도움이 되는 기술을 개발하려고 하겠지요. 가령 우리나라 정부의 경우 인공지능 기술, 반도체 기술, 모빌리티 기술, 유전공학 기술 등 현재 다른 나라와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는 부문의 연구에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합니다. 여기서 고민할 부분이 있습니다. 어떤 부문의 어떤 연구를 지원할 지를 누가 결정할 것인가의 문제입니다. 과연 이 결정에 시민사회의 참여가 거의 배제되는 것이 합당한 것인가라는 거죠.  또 하나 앞에서 살펴본 것처럼 대부분의 과학기술 연구는 선진국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당연히 자기네 나라에 필요한 기술을 중심으로 개발이 이루어지겠지요. 그래서 아프리카나 중남미, 남아시아 등 저개발국에 사는 이들이 필요한 기술은 크게 주목받지 못합니다. 이렇게 되면 경제성은 없지만 사람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데 필요한 기술은 자연스레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과학기술은 중립적이란 말은 어떤 기술을 개발할 것인가를 선택하는 순간에서부터 틀린 말이라 할 수 있습니다.  여기에 또 하나의 지점이 있습니다. 내가 개발한 과학기술을 사회가 어떻게 수용할 것인지를 이미 예상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어떤 기술이든 연구를 시작할 시점에서 이미 주요한 수용지점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물론 기초과학의 경우 수용 지점이 불분명하기도 하지만 공학에 가까울수록 수용지점은 분명해집니다. 가령 자율주행 기술이라면 자동차나 선박, 비행기 등 모빌리티에 적용하는 것이 당연한 목표입니다. 그런데 이 기술을 수용해서 적용할 수 있는 건 자동차회사나 비행기제조사, 선박제조사 등입니다. 이들의 기업 이익이 가장 중요한 관건이 됩니다. 그런데 자율주행이 본격화되면 다양한 사회적 파급이 생겨납니다. 그 중 가장 피해를 볼 사람들은 운전을 하는 사람들이 되겠죠. 자율주행이 가장 먼저 도입될 영역은 아무래도 사람보다는 화물을 싣는 트럭입니다. 그 중에서도 컨테이너 트럭처럼 항구에서 물류기지를 왕복하는 일정한 노선을 가진 경우가 가장 쉽습니다. 화물운전 노동자가 일자리를 잃을 확률이 가장 높지요. 물론 긍정적인 영향도 있습니다. 인건비 등 운영비 문제로 운행횟수가 적은 농촌 지역 버스의 경우 자율주행이 도입되면 더 자주 운행할 수 있겠죠. 이렇듯 대부분의 기술은 도입되면 정확히는 아니어도 그 영향이 어떠할지 대충 가늠할 수 있습니다.  또 하나의 예를 들어보죠. 스텔스 기술의 경우 전투기나 전함이 상대방의 레이더에 발견되지 않게 끔 하는 것이 연구의 기본적인 목표입니다. 이런 경우 스텔스 기술이 군사용이라는 사실이 아주 명확하지요. 물론 나중에 스텔스 기술의 다른 응용처가 나타날 수 있지만 그걸 기대하고 개발하는 것은 아니지요. 그런데 세계 평화를 위해서 주요 나라들의 군축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면 스텔스 기술을 개발할 수 있을까요? 또 하나 스텔스 기술은 기존에 전투기를 생산할 수 있는 일부 국가에게는 아주 중요한 기술이겠지만 스스로 전투기를 만들 수 없어 타국으로부터 수입해야하거나, 수입하더라도 돈이 없어 몇 대 살 수 없는 나라에게는 그림의 떡일 뿐입니다. 결국 스텔스 기술과 같은 군사기술은 강대국과 약소국의 국방력 격차를 더욱 크게 만듭니다. 그렇다면 이 기술이 가치중립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최소한 이 기술을 개발하려는 당사자에게는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애써 기술이 만들 미래의 영향에 대해 무관심할 수는 있지만, 그 무관심 자체가 하나의 입장이라 볼 수밖에 없는 것이죠.  이외에도 과학기술이 가치중립적이지 않은 이유가 더 있겠습니다만, 이정도에서 마무리 하고자 합니다.작성자: 박재용 (전업 작가, ESC 지구환경에너지위원회 부위원장)과학과 사회가 만나는 곳, 과학과 인간이 만나는 곳에 대한 글을 주로 썼습니다. 지금은 과학과 함께 사회문제에 대한 통계를 바탕으로 한 글을 자주 쓰고 있습니다. 출간된 책으로는 '불평등한 선진국', '지속가능한 세상을 위한 통계 이야기', '1.5도 생존을 위한 멈춤', '웰컴 투 사이언스 월드', '과학 VS 과학' 등 20여 종이 있습니다.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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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 대학의 경쟁력 강화를 위한 제언
학령 인구가 급감하고 있다. 대학들은 내년 입시 고비를 넘기면 10년은 숨을 돌릴 수 있다고들 한다. 이 말은 10년 후에 다시 위기가 찾아온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대학들은 문을 닫게 될 것이다. 대학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벚꽃 피는 순서대로 대학이 망한다는 말로 미루어보자면, 현재 대학의 경쟁력이란 서울로부터의 거리일 것이다.  만약 그 경쟁력이 실제적인 것이라면, 인구의 감소세에 맞추어 우리나라의 모든 인구를 서울과 수도권에 밀집시키는 것이 경쟁력의 총합을 극대화하는 방편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우리나라 산업에서 제조업의 비중을 낮춰야만 한다. 제조업은 기본적으로 거대한 공장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공장은 기흥과 화성에 있는데, 초미세 공정이 가능한 새로운 생산 라인이 필요하다 보니 평택에 추가적으로 캠퍼스를 지었다. 생산 라인이 더 필요하다면 경기도를 넘어서게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런데 우리나라 제조업 회사가 삼성전자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하이닉스, 현대자동차, 한국조선해양, 포스코 등 수많은 제조 회사가 존재한다. 이러한 제조를 서울과 수도권에 모두 밀집시키는 것은 불가능해 보인다. 그렇다고 무작정 제조업 비중을 낮추고 서비스업 중심의 산업 체계를 구축할 때 국가 경쟁력이 높아질 것 같지도 않다. 결국, 국가 경쟁력을 유지하고 높이기 위해, 우리는 비서울 혹은 비수도권을 포괄해야만 한다. 그렇다면 서울은 1등 시민의 공간, 비서울을 2등 시민의 공간으로 구획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것이다. 지방 도처마다 경쟁력 있는 대학이 존재한다면, 지방의 경쟁력을 존속시켜나갈 수 있을 것이다. 우수한 학생을 교육하여 배출한다면 이들을 채용하기 위해 회사들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경쟁력 있는 새로운 대학을 만드는 것은 좋은 방안은 아닐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존재하는 학교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이 최선일 것이며, 이를 위한 세 가지 방안을 제안해보고자 한다. (1) 학부 교육과 대학원 교육에 강점을 갖는 인접 대학들의 통합(부산대-UNIST, 경북대-DGIST, 전남대-GIST)은 경쟁력을 높이는 방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언급한 대학들은 인프라가 충분히 구축된 광역시에 위치하기 때문에, 충분히 경쟁력을 갖춘 인력을 양성할 수 있게 된다면 중견 및 대기업도 유인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지역 내에서 평판이 우수한 대학들이기 때문에 재정비하는 비용도 크게 들지 않을 것이다. 서울권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의 지방 과학기술원으로의 진학이 감소하는 상황에서 지방 과학기술원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도록 기능할 수 있다. (2) 지방 국립대의 산-학 연계를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보면 좋을 것 같다.  대학이 순수 학문의 보루로서 존재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이들도 있을 것이나, 공교육이란 기본적으로 국가의 경쟁력을 목적으로 삼을 수 밖에 없기에, 배출되는 인력이 산업에서 각자의 역할을 맡을 수 있도록 기능해야 한다고 본다. 만약 학계가 연구 중심으로 방향을 잡게 된다면, 논문 성과를 낼 수 있는 분야에 더욱 집중하게되고, 자본에서 경쟁이 이루어질 수 없는 산업체와의 경쟁을 피하기 위해 산업체가 집중하는 개발 분야와 멀어지기 쉽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산-학의 긴밀한 협업을 장려하고, 논문이 아닌 특허 중심의 평가를 수행하는 것이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본다. 이렇게 양성된 인력들은 산업계에 투입되자마자 직접적으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지방에 위치하는 대학이라 하더라도 양질의 취업이 가능해진다면 충분히 좋은 입시 성적을 낼 수 있음은 켄텍의 사례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3) 학부 교육 커리큘럼이 유연해지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최근 들어 반도체 학과가 급증하고 있으나, 전자공학과와 차별점을 찾기 힘든 곳이 많다. 만약 제대로 된 반도체 학과를 만들려면 반도체 소자, 회로, 광학, 재료과학, 전산 등의 분야가 융합되어야 한다. 그러나 이렇게 새롭게 학과를 만든다면 전공의 전문성이 현저히 떨어지게 될 위험성이 있다. 따라서 타 전공과목과의 다양한 조합 방법을 학계와 산업계가 제시하고, 이를 학생들이 적절히 선택할 수 있도록 장려하게 된다면, 각 전공의 전문성을 해치지 않는 선에서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을 것이다. 자연과학대학에 속한 학생들도 공학계열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게 하는 세미나를 장려하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본다. 작성자: 배성현(강원대학교, 전자공학 전공, ESC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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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입니까?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성명서 우리는 이상한 나라에 떨어진 앨리스입니까?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인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은 대폭 수정되어야 합니다. * 본 글은 올해 3월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발표된 정부 정책 방향에 대해서 수정을 요구하고자 낸 ESC 성명서입니다.    불확실한 CCUS(탄소포집이용 및 저장), 국제 감축 부문으로 국내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떠넘기지 마십시오. 긁지 않은 복권을 믿고 미래를 맡길 순 없습니다. 산업 부문 감축 목표 축소는 기업에도, 국민에도, 지구에도 해로울 뿐입니다. 산업 부문 감축 목표는 상향되어야 합니다. 중요한 것은 누적 배출량을 줄이는 것입니다. 다음 정부로 책임을 넘기지 말고, 현 정부 임기 중 최대한 많은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목표로 해야 합니다. "세계사의 변화에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국권을 상실하고 고통을 받았다.”라고 한 대통령이 기후위기로 인한 전환시대에는 왜 제대로 된 준비를 하지 않는 것입니까! 1.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축소가 아니라 상향되어야 합니다.가장 많은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산업 부문에 가장 낮은 감축 목표를 부여했음에도 또다시 더 낮추는, 왜곡된 기업 편들기 정책은 멈춰야 한다. 감축 여력이 충분하고 탄소국경세 등 감축 필요성이 증대하고 있는 대기업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는 오히려 상향되어야 한다. RE100과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정부가 우리 기업을 온실 안에 가두어 키워온 결과, 에너지 전환 시대라는 비바람에 우리 기업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게 된다. 산업계 감축량을 줄이는 것은 우리 기업의 경쟁력을 잃게 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다.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이하 탄녹위)는 국내 산업의 고탄소 산업구조 특성 때문에 더는 줄일 수 없다고 한다. 고탄소 산업구조이기 때문에 변화를 더욱 빠르게 추진해야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것이다. 탄녹위의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이 국가 경제와 탄소중립 실현을 진정으로 걱정한 것이라면, 산업계의 감축 목표는 축소가 아니라 상향되어야 한다.2. 떠넘기지 마십시오.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탄녹위는 온실가스 배출량을 윤석열 정부 임기가 끝나는 2027년까지 매년 1.99% 줄이고, 2028~2030년 동안 연평균 9.29% 감축하겠다고 했다. 기술 등이 상용화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했다.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WG III)는 초반에는 감축할 수 있는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오히려 적어진다고 했다. 초반에는 과소비되고 있는 화석연료의 감축과 현재의 기술로도 충분히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많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어쩔 수 없이 사용해야 하는 부분의 배출에서 감축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대량 생산이 있었던 분야는 태양광, 풍력과 전력 저장에 필요한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분야이다. 이미 기술은 있다.이번 정부가 책임져야 할 부분을 다음 정권에 떠넘겨서는 안 된다. 재생에너지 확대 정책을 적극적으로 실시하여 책임을 지고 감축해야 한다.3. 재생에너지는 확대되어야 하고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신규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막지 마십시오.대통령은 과학적으로, 탄녹위는 합리적으로 탄소중립 목표를 이행하겠다고 했다. 과학이란 객관적인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다. 국제기구인 IEA, IPCC를 비롯해 수많은 데이터는 재생에너지 발전단가의 급락과 발전량 비율의 확대를, 원자력은 그 반대의 경향을 분명하게 보여주고 있다. 심지어 비용 대비 온실가스 저감 기여가 재생에너지에 비해 매우 낮음을 알려주고 있다.지난 10여 년 동안 재생에너지 전망을 실제보다 낮게 전망해 온 IEA조차도 태양광, 풍력 발전이 2030년까지 2020년보다 4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핵발전은 같은 기간 단 15% 증가할 뿐이며, 주로 중국에서 이루어질 것으로 보았다. 증명은 이미 끝났다. 과학기술은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체제의 급격한 대전환이 가능함을 보여주었고, 전 세계는 이미 그 길 위에서 달려가고 있다.국내 원자력 발전비용은 세계기준에 비해 낮고, 재생에너지는 높다. 이처럼 세계적인 추세에 역행하는 현실은 지역적 한계, 기술의 부족 탓이 아니라 원자력을 중심에 둔 정책 때문이다. 왜 한국을 에너지 후진국으로 만들려고 하는 것인가?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30.25%에서 21.6%로 대거 축소하는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 선택은 심각한 오류를 만들어냈다. 각 에너지 원별 활용 비율 계획인 에너지 믹스조차 발표하지 못하고, 재생에너지에 정체를 알 수 없는 플러스알파(+α)까지 등장하는 궁색한 계획은 재생에너지 확대가 해결책임을 가리려는 눈속임일 뿐이다.4. 불확실한 국제 감축분 상향 조정을 반대합니다.국제감축으로 돈세탁하듯 탄소 감축량을 세탁하려고 하는가? 감축 목표 부족분을 400만 톤이나 국제감축으로 떠넘겼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도 국제기준조차 마련되지 않아 2030년 목표로 한꺼번에 숫자만 넣은 상황이다. 2,000만 톤은 이미 확보했다고 말하지만, 국제사회에서는 교토의정서 체제 시 확보한 분량에 대해서는 환경 건전성을 해치기 때문에 사용하지 않겠다는 선언들이 나오고 있다. 치사한 방법도 마다하지 않으며, 스스로도 인정하는 불확실한 부분에 목표를 늘리는 것은 성실하게 온실가스 감축의 의무를 다하지 않겠다는 것과 같다.5. 지금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산업계의 배출 목표를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CCUS(탄소포집이용ㆍ저장)기술은 탄녹위 스스로도 기술 확보 상용화 R&D를 목표로 하는 유효한 감축 성과가 발생하지 않은 기술이다. 불확실한 CCU, CCS 기술에 산업계의 감축분을 떠넘기는 비합리적 목표는 수정되어야 한다. 땅속에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가두거나 이용하는 방식은 연구하고 준비되어야 하는 것이 맞다. 그러나 반드시 전제되어야 할 것은 석탄화력발전 및 화석연료 퇴출 계획의 수립과 실행이다. CCUS는 현재 산업 공정상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일부를 처리하기 위해 사용해야 하며, CCUS의 안정성에 최우선을 두어 연구를 진행해야 한다.6. 불평등의 해소는 기후위기의 적응을 통한 기후위기 저감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합니다.27차 유엔 기후 변화 회의에서 기후위기 피해 당사국은 차관이나 원조가 아닌 배상을 요구했다. 기후위기의 책임이 거의 없는 저개발 국가에 피해가 집중되는 현실에서 당연한 권리이다.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기후위기의 피해지역, 피해 당사자가 정당하게 배상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권리이나, 법에 보장된 이들의 탄녹위의 참여조차 효율적 회의체계를 핑계로 배제되었다.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에서 피해지역과 농어민, 노동자, 청년, 여성 등 피해 당사자에 대한 대책은 구체적으로 세워지지 않았고, 예산조차 거의 반영되지 않고 있다.일자리와 안전한 생계가 보장되어야 한다. 보건, 교육, 돌봄 등 공공 부문 강화 정책을 시행하여, 마땅히 가져야 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는 이상과 같이 탄녹위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의 수정을 요구한다.2023. 4. 11.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 ■ 단체 성명 발표 절차당 법인의 내규에 따라,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라는 법인 명의 성명은 전체 회원 과반수 투표와 투표 인원 ⅔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발표할 수 있다. 이에 2023년 3월 29일에서 4월 4일까지 온라인 투표를 진행한 결과, 전체 회원 536명 중 303명(56.53%)이 투표, 투표회원 중 292명(96.37%) 동의하였기에 이 성명을 발표한다. ※ 참고자료 참고자료 #1. 탄소국경세에 대한 대비, 우리 기업의 온실가스 감축이 답입니다.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신규 규제가 또 하나 탄생했다. 2026년부터 2034년까지 단계적으로 도입키로 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바로 그것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 12일(현지 시각) 수입 공업품에 탄소국경세를 물리는 탄소국경조정제도 도입에 합의했다. 탄소국경세는 탄소 배출량이 많은 제품을 수입할 때 기준치보다 초과된 배출량에 대해 수입업자가 비용을 더 내도록 하는 제도다.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한 역내 기업이 차별받지 않도록 보호하는 제도지만, 해외 기업 입장에서는 사실상 추가 관세다.    이번 합의로 적용되는 품목은 철강·시멘트·비료·알루미늄·전력·수소 등 6개다. 유럽연합은 내년 10월부터 이들 수입품의 탄소 함유량이 기준치를 초과할 경우 탄소배출권거래제와 연동한 탄소 가격을 추가 부과하는 조치를 시범 운영한다. 특히 탄소배출이 많은 철강·비료·알루미늄 등을 수출하는 기업들은 제도 시행 후 첫 3년간 탄소 배출량을 의무적으로 신고해야 한다. 시행 후에는 수출기업의 상품 생산 탄소 배출량이 유럽연합 평균치보다 많을 경우 탄소국경조정제도 인증서나 탄소배출권을 추가로 구입해야 한다. 생산 공정 특성상 탄소 배출이 불가피한 국내 철강 기업이 탄소국경조정제도의 직접 영향권에 들어갔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유럽연합 간 철강 수출 규모는 43억 달러(5조 6,000억 원)에 이른다. 알루미늄 5억 달러, 시멘트 140만 달러, 비료 480만 달러 등 다른 대상 품목과 비교하면 철강의 수출액 규모가 압도적으로 많다. 방문규 국무조정실장은 지난 3일 유럽연합의 탄소국경조정제도 대응을 위한 범부처 회의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철강 등 대(對) EU 수출산업이 받을 영향에 대비해 중소·중견 기업을 포함한 기업의 대응능력을 강화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출처] 대한민국 정책브리핑(www.korea.kr)     참고자료 #2. 떠넘기지 마십시오. 무책임할 뿐 아니라 과학적이지도 않습니다.     <그림 1> IPCC 6차 종합평가보고서(AR6 SYR) 유엔 정부간기후변화협의체(IPCC)가 제시한 기온상승 1.5도를 막기 위한 온실가스 배출량 경로는 초반에는 많이 줄이고 시간이 지날수록 조금씩 줄이는 것이다. 초반에는 현재 기술로도 온실가스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이 크고 과잉으로 쓰는 화석연료가 많아 줄이는 것이 수월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필수 불가결하게 쓸 수밖에 없는 양을 줄여야 하기 때문이다. 시험 성적이 50점인 학생이 1시간 더 공부해서 60점으로 올릴 수 있다고 해서 90점인 학생이 1시간 더 공부해서 100점으로 올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그림 2> 국가 탄소중립 녹색성장 기본계획(2023~2042) 연차별 온실가스 증감분 참고자료 #3. 재생에너지는 확대되어야 하고 확대될 수밖에 없습니다. 원전 신규 건설, 노후 원전 수명 연장으로 막지 마십시오.  참고자료 #5. 지금 상용화되지도 않은 기술에 산업계의 배출 목표를 떠넘겨서는 안 됩니다. <그림 3> IPCC 6차 정책결정자를 위한 저감 평가보고서(AR6 WGIII SPM)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WG III)는 다양한 부분에서 이미 실현 가능하고 효과적이며 저렴한 비용으로 탄소를 저감할 수 있다고 보았다.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100달러 이하인 탄소 저감 방법으로 2030년까지 2019년 수준보다 전 지구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줄일 수 있다고 했다. 이 중 온실가스 1톤당 비용이 20달러 미만인 탄소 저감 방법이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여기에는 태양과 풍력 에너지, 에너지 효율 개선, 자연 생태계 파괴 감소, 그리고 메탄 배출 감축(석탄 채굴, 석유 및 가스, 폐기물) 등이 포함되었다.   이 보고서에서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도 온실가스를 감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보았다. 그렇지만 2030년까지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은 태양광·풍력 발전에 비해 온실가스 감축 크기가 각각 10분의 1 정도이며 비용이 훨씬 비싸다고 분석했다. 지난 10년간 가장 빠른 기술혁신과 대량 생산이 있었던 분야는 핵발전과 탄소포집저장이 아니라, 태양광, 풍력과 전력 저장에 필요한 배터리 등 재생에너지 분야이기 때문이다. <그림 4> IPCC 6차 저감 평가보고서(AR6 WGIII) 2020년 기준 전력원별 설치 용량의 변화율, '참조와 현재 정책(Reference and current policies)'은 지구 가열을 3°C 또는 4°C로 제한하는 시나리오 (실선)이며, '2℃와 1.5℃'는 지구 가열을 2℃ 이하로 제한하는 시나리오이다 (점선). 기온상승을 2도 이내로 막는 경우, 2050년까지 태양열(풍력) 발전 용량은 15(10)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반면 석탄 발전은 거의 완전한 퇴출(-87%)을 하게 된다. 기온상승이 2도를 넘을 경우에도 2050년까지 태양열(풍력) 발전 용량은 7.5(4.5)배 증가할 것으로 전망한다. 재생에너지 전환은 기후위기 대응이 아니라 하더라도 대세가 될 것이다. 한편 핵발전의 증가는 재생에너지에 비해 미비하다.    IPCC 6차 종합보고서에서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한 자본은 충분하지만 이를 전환하는 데 장벽이 있을 뿐이라고 했다. 기술이 부족하고 돈이 없어 탄소중립에 도달 못 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과학기술이 할 수 있다고 제시한 이 목표의 달성 여부는 정치적 의지와 정부 정책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참고자료 #4. 불확실한 국제 감축분 상향 조정을 반대합니다.    박근혜 정부 때 9,600만 톤, 2020년에는 1,620만 톤, 탄녹위는 3,750만 톤. 이처럼 명확한 근거 없이 큰 폭으로 감축 목표가 달라진다는 것이 국제 감축분의 불확실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다. <표 1> 시기별 감축 목표 참고자료 #6. 불평등의 해소는 기후위기의 적응을 통한 기후위기 저감의 중요한 방법입니다. 정의로운 전환을 요구합니다.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의 대표적 예인 폭염 문제를 살펴보자.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폭염과 관련하여 어느 계층을 대상으로 어떤 정책을 펴야 하는지가 직관적으로 드러난다.   <표 2> 폭염 민감 계층 실태조사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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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과 종교는 어떤 관계를 가져야 할지 181명이 응답했습니다.
10명 중 7명 이상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가르침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다 응답 10명 중 4명 타인에게 종교적 내용으로 과학 사실을 부정하도록 강요 경험  10명 중 5명 과학과 종교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본다. 배타적인 관계는 인식하는 경우는 12.7% 10명 중 7명 이상 과학기술의 발전이 종교적 믿음과 신앙에 영향 [무종교인 대상] 10명 중 6명 종교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 지식을 갖는데 유리하다고 인식 [종교인 대상] 10명 중 4명 이상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가르침 사이에 갈등으로 고민 경험 과학적인 지식과 종교적인 믿음 사이에는 상충하는 부분이 있을까요? 그렇다면, 이러한 관계를 어떻게 설정해야 할까요? 이 질문은 평소 궁금해하더라도 주변 사람들과 쉽게 나누기 어려운 주제입니다.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soopsci.com)'에서는 종교가 없는 입장에서 어떻게 과학과 종교의 관계를 바라보는지와 종교를 가진 입장에서는 어떤 관계를 설정하고 있는지를 살펴보기 위해 설문조사를 실시했습니다. 설문에 참여한 211명 중 전체 문항에 대해 응답한 181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습니다. 먼저, 다른 사람으로부터 종교적인 내용으로 과학적인 사실을 부정하도록 강요당한 적이 있는지 묻는 말에 40.33%가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교차 분석 결과, 무교인들이 이러한 경험을 더 많이 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그 다음 질문은 과학적인 지식과 종교적인 가르침 사이에 상충하는 부분이 있는지 묻는 것이었습니다. 응답자 중 32.04%가 '많다', 45.86%가 '어느 정도 있다'고 대답하여, 상충한다는 것을 인식하는 응답자 비율은 77.9%였습니다. 과학과 종교 간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묻는 질문에서는 '상호 보완적인 관계'가 49.17%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으며, '서로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응답이 35.36%였습니다. '배타적인 관계'라고 대답한 비율은 12.71%로 비교적 낮았습니다. 과학기술의 발전이 종교적 믿음과 신앙에 영향을 주었는지에 대한 질문에 '영향을 많이 주었다'가 40.33%로 가장 높게 나타났으며, '어느 정도 영향을 주었다'가 33.7%로 나타나, 영향을 주었다는 응답이 74.03%로 조사되었습니다. 종교가 없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종교가 없다는 것이 과학적 지식을 갖는데 유리하다고 보는지에 대한 질문에 '유리하다'고 응답한 비율이 61.18%로 나타나, '연관성이 없다'는 응답 37.64%와 비교해 높게 나타났습니다. 종교가 있는 응답자를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과학적 지식과 종교적 가르침 사이에 갈등 경험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없었다' 55.2% , '있었다' 44.08%로 나타났습니다. 과학과 종교의 관계에 대한 자유 의견으로 ‘상호’, ‘과학적’, ‘관계’, ‘이해’, ‘믿음’, ‘보완적’, ‘영역’ '배척' 등의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었습니다. 종교와 과학은 서로 다른 영역의 보완적인 관계를 가졌다는 의견이 상대적으로 많았으며,  종교가 과학의 영역으로 침범을 우려하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이는 과학적 지식이 종교적 믿음을 부정하거나 교란하는 것이 아니라, 종교적 믿음이 가진 한계와 과학적 지식이 갖는 한계를 서로 인식하면서 공존해 나갈 필요가 있다는 것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과학과 종교를 상호 보완적인 관계로 바라보아야 하며 과학과 종교가 각자의 영역에서 발전하면서 서로를 보완해 나갈 수 있다는 의견들이었습니다. 이외 상세한 설문 결과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 설정에 대한 인식 설문 결과 보고서'를 통해 확인할 수 있습니다.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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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의 개인화(Personalization), 어디까지 허용할 것인가?
작성자: 김서경 (페블러스 UX 리서치 리드 , ESC 회원)  지난 2022년 겨울, 혜성처럼 등장한 챗GPT로 인해 전세계는 AI 열풍에 휩싸였다. 간단한 홍보문이나 이메일 작성은 물론이요, 코드를 짜거나 원하는 화풍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의 배경을 보정하는 것 역시 몇 마디 입력만으로 손쉽게 가능한 세상이 성큼 다가왔다.  정부와 대기업과 수많은 스타트업이 갑자기 나타난 이 멋진 도구에 혈안이 된 가운데, 인류는 고민에 빠졌다. AI가 정말 인류를 찜쪄먹을 막강한 지능에 이르는 게 시간 문제라면, 지금이 고삐를 잡을 골든타임이 아닐까? AI가 악용되거나 남용되거나 피해를 끼치지 않도록 제어하는 동시에 그 혜택을 온전히 누릴 방법은 없는 걸까? 이 글에서는 그러한 고민들 중 한 가닥인 AI의 개인화(Personalization)에 대해 논한다. 개인화란 무엇이며 어떤 사례가 있는지 먼저 설명한 후, 예상 가능한 문제와 그 문제를 바라봐야 할 윤리적 관점에 대해 소개한 후 끝을 맺는다.  개인화란 무엇인가 개인화의 정의란, “개별 고객 혹은 고객 집단의 요구 사항을 수용하기 위해 (관심사나 구매 이력을 바탕으로) 서비스 또는 제품을 고객에게 맞추어 조정하는 것을 말한다.”[1]  보다 널리 쓰이는 “맞춤추천”이라는 용어를 떠올리면 금방 와닿을 것이다.  개인화의 사례 개인화는 생각보다 우리 일상에 깊게 스며들어 있다. 한 예로 운동화를 사기 위해 검색을 하다가 알림이 와서 SNS를 켰는데, 화면이 온통 방금 전에 보던 운동화로 도배되는 경험을 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생필품을 구매하면 자동으로 유사한 생필품이 추천된다든가, 음악 서비스에 가입하는 과정에서 취향에 맞는 음악 장르를 체크하게 하는 등, 다양한 기업이 다양한 방식으로 고객의 관심사를 파악해 제품 및 서비스를 추천하는 데 반영하려 애쓰고 있다.  특히 필자의 경우, 개인화가 이루어지는 실제 사례를 가까이서 생생하게 접했던 적이 있다. 카카오에 다닐 때는 추천 시스템 팀에서 근무했는데, 카카오 산하 모든 서비스의 추천기능을 개발하고 관리하는 팀이었다. 당시 내가 담당한 업무는 멜론의 음악 맞춤추천 기능을 보다 유저 친화적으로 만드는 방안을 연구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막상 업무를 해 보니 개인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다는 걸 알게 되었다. 취향에 맞는 음악을 알아서 골라 준다면 얼핏 듣기에 좋을 것 같지만, 그렇게 추려진 음악이 실제로도 유저의 입맛에 맞을지는 모르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과도하거나 맥락에 맞지 않는 개인화는 도리어 유저의 피로도를 높여 역효과를 낼 수도 있다. 윤리적인 문제 역시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맞춤추천의 질을 높이려면 유저의 개인적 정보를 최대한 확보해야 하는데, 이 과정에서 프라이버시를 침해하거나, 허락을 받지 않고 정보를 수집하거나, 수집한 정보를 오남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AI 개인화, 무엇이 문제인가 챗GPT의 시대가 도래하면서, 위에서 언급한 문제들의 심각성 역시 커졌다. 챗GPT가 워낙 유용성이 크다 보니 알아서(!) 혹은 저도 모르게 개인정보를 입력하는 경우가 빈발하고 있고, 최근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회사의 대외비 정보를 입력했다가 이슈가 된 사례들이 있다. 물론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할수록 더 편리한 서비스를 받을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정보를 수집하는 서비스가 있다면 수집된 정보를 관리하고 열람하는 주체 역시 있기 마련이다. 해당 주체가 행여나 사익을 우선하여 수집된 방대한 양의 정보를 오남용하지는 않을지, 수집한 정보를 얼마나 윤리적으로 관리하고 활용할지 여부는 확실치 않기에 늘 문제가 된다.     챗GPT의 엔진인 AI의 특성상, 수집된 정보의 속성은 그 결과물에도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친다. 이전 세대의 AI 챗봇이었던 ‘이루다’의 사례만 보아도 알 수 있듯, 유저들이 입력한 혐오 발언이나 성적으로 부적절한 언동을 학습해 고스란히 채팅에 반영하는 등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3주 만에 서비스가 잠정 중단됐다.[2] AI는 정보를 학습하고 판독해 결과물을 내보내는 시스템이기에, 해당 정보가 윤리적으로 어떤 문제를 지니고 있는지 판단하는 것은 결국 사용하는 사람의 몫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특정 집단이나 단체가 자신들이 선호하는 형태의 개인화를 위해 AI 시스템을 ‘오염’시킬 여지도 있다. 종교적이나 정치적으로 폐쇄된 지역 혹은 국가에서, 권력을 잡은 주체가 시스템을 통제하며 그들의 입맛에 맞는 내용만을 학습시킬 수도 있다. 또한 타인에 대한 의도적인 공격이나 상해를 입히기 위한 목적으로 AI 시스템을 악용할 수도 있다. 가상의 예시일 뿐이지만, 폭탄을 실은 IoT 드론에 AI 시스템을 연결한 후 프롬프트를 활용해 묻지마 테러를 벌일 수도 있는 것이다.    어떻게 밸런스를 잡아야 할까 이처럼 예상되는 다양한 윤리적 문제에 대해 우리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비록 여러 심각한 윤리적 문제를 일으킬 가능성을 내포하고 있지만, 챗GPT는 여전히 대단히 유용한 도구이며 사회 다방면으로 활용될 잠재력이 무궁무진하다. 오히려 위에서 언급한 윤리적인 문제들을 적절하게 해결할 수만 있다면, 보다 많은 개인 및 집단이 더 큰 혜택을 누릴 수 있으리라 본다.  특히 AI 개인화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접근 방식은 ‘최적화'이다. 개인화 기술을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할 때의 맥락은 복잡다단하기에, 상황에 맞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 시시각각 탄력적으로 운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최적화를 위해 필수적인 기준을 제공하는 스펙트럼은 다음과 같다.  1. 오남용 및 악용으로부터 중요한 개인 정보를 보호하는 동시에, 만족스러운 서비스를 제공하기에 알맞은 정도의 정보를 수집한다.2. 각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가능한 한 존중하는 동시에, 명백하게 유해하거나 위협적일 수 있는 표현을 규제한다. ‘만족스러운 서비스’, ‘알맞은 정도의 정보’, ‘표현의 자유’ 등등 위 스펙트럼을 구성하는 요소들은 개인화가 일어나는 상황에 맞추어 다르게 해석하여 적용해야 한다.  가령 자산관리 서비스라면, 개인의 중요한 정보인 입출금 내역 정보를 수집하지 않고는 서비스를 운영할 수 없을 것이다. 자산관리가 필요해 서비스에 가입한 유저 역시 정작 입출금 내역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다면 불만을 터뜨릴 것이다. 즉 이런 경우에는 해당 정보를 수집하되, 수집하는 과정에서 유저의 동의를 얻고, 관리하는 과정에서 가명처리 등의 보안기술을 활용하여 오남용을 방지하는 등, 운영 주체와 유저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적의 지점을 찾아가는 것이다.  모두가 참여해 함께 만들어 가는 개인화 AI 개인화의 경우, 개인화를 실제 제품이나 서비스에 적용하는 기관 및 기업의 참여 뿐 아니라 시민의 적극적인 참여 역시 필요하다. 앞서 말했듯, AI 개인화는 수천 수만의 유저가 제공한 정보를 학습한 결과로써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각 유저 혹은 유저 집단이 원하는 수준의 개인화는 저마다 다를 수 있다. 소수 집단이나 약자의 필요를 누락하지 않으면서 모두의 의견을 시스템에 반영하기 위해서는, 정보를 수집하고 알고리즘에 적용하는 절차를 어떻게 구성해야 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  실제로 지난 5월 말, 챗GPT를 서비스하는 오픈AI 측에서는 AI 시스템을 장기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민주주의적 절차에 대한 시범적 연구를 지원하는 펠로십을 주최하기도 했다. 지금이 바로 이들 유저 겸 시민의 의견이 공정한 민주주의적 절차를 통해 반영될 수 있는 시스템을 도입하는 것에 대해 고민해야 할 타이밍이 아닐까. 마치며  지금까지 AI 개인화란 무엇이며 어떤 윤리적 문제를 내포하고 있는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떤 접근 방식이 필요한지에 대해 알아보았다. AI는 인류 문명이 낳은 가장 뛰어난 지적 결실이자, 어느 한두 단체의 소유물이 아닌 전 인류의 것이어야 한다. 이를 위해 가능한 한 많은 시민이 AI의 윤리적 문제에 대해 인식하고, 함께 해결 방안에 대한 컨센서스를 만들어 갈 수 있기를 바란다.  참고 자료  [1] Wikimedia Foundation. (2023, June 26). Personalization. Wikipedia.   [2] 결국, 잠정 중단된 스캐터랩 AI 챗봇 이루다 사태가 보여준 문제 3가지. AI타임스. (2021, January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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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바란다, 수라'-갯벌을 위한 마지막 희망
@영화 포스터 갑자기 보게 된 다큐멘터리 영화 이야기를 해볼까 한다. 팬데믹 와중에 소식이 뜸했던 친구에게 갑자기 톡이 왔다.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친구가 출연한 다큐멘터리가 있으니 보러 오라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환경에 관심이 많다. 말은 이렇게 하면서도 사실 뭔가 행동으로 해온 게 없다 보니 환경영화제가 개최되고 있는 줄도 몰랐다. 게다가 친구가 출연?을 했다는 데 가봐야 할 일이다. 6월 4일 일요일 오후 7시 30분 성수동 메가박스, 도착해 보니 ‘생각보다’ 많은 사람이 와 있었다. 왜 나는 사람들이 많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던 걸까? 이전까지의 나의 게으름과 적잖은 편견을 쉬지 않고 반성하는 중이다. 초대장을 건네준 친구는 참 대단한 열정의 소유자다. 학교에서는 학보사 활동을 했고, 졸업해서는 신문사에서 기자로 일하다가, 환경에 관심을 가지면서 공무원 생활도 했고, 다양한 환경단체에서 일을 하고 있다. 그리고 언제부터인가 새만금에 가 있었나 보다. 열심히 사는 모습이 멋있고 좋아 보였다. 대학교 졸업 이후로 거의 만나지 못했던 선배도 우연히 만났다. 모두 열심히 살고 있구나, 그들의 바쁜 모습에 한참을 웃으며 이야기했다. 7시 30분에 영화가 시작됐다. 영화관에는 빈자리가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았다. ‘수라’는 ‘비단에 수를 새기다’라는 의미라고 한다. 새만금 갯벌의 간척 사업이 최종 결정된 후 모두가 포기하고 떠난 그 자리를 못내 떠나지 못하고 지키고 있는 사람들의 10년간의 기록이다. 바다가 막히기 전 얼마나 많은 생명이 살아가고 있었는지, 그 생명들 덕분에 잘 살아가던 사람들의 모습은 어땠는지, 그리고 지금은 어떻게 변했는지 끝까지 남기고자 고군분투하는 기록이다. 새만금 간척 사업은 1991년부터 시작됐다고 한다. 그리고 많은 사람들의 저항에도 불구하고 2006년 최종적으로 대법원에서 간척 사업이 합당하다는 판결이 났다. 나 또한 새만금을 보호하고자 뛰었던 기억이 있다. 그리고 2006년 이후 잊고 있었다. 끝난 거라고. @ pixabay 처음 알았다. 그 이후에도 시민생태조사단이 있었고, 새만금에서 살아가는 그 많은 생명과 그 생명이 있기에 삶을 꾸려나가는 사람들을 잊지 않기 위해 기록하고 있었다는 것을 말이다. 시민생태조사단은 너무나 평범한 사람들이다. 새만금의 아름다운 모습을 알고 있다는 이유로, 그 모습이 사라진다는 게 가슴 아픈 사람들일 뿐이었다. 바다가 막히기 전의 갯벌은 삶이 숨 쉬는 곳이었다. 1분 1초도 쉼 없이 셀 수 없는 많은 생물이 머무르고 떠나는 곳이었다. 왕발을 가진 게가 우아하게 풀을 자르고, 서해 비단고둥이 지나간 자리를 만들고, 조개들이 넘쳐나고 수만 마리의 새들이 날아드는 곳이었다. @ 한반도 자연생태 공모전 (KOBICㆍBRICㆍNAVERㆍKCC) 그 갯벌에 어느 날부터 갑자기 물이 들어오지 않았다. 게들과 조개들과 갯벌 속의 생명들은 기다린다. 오늘일까? 내일일까, 항상 들어왔던 물이니까 들어올 거야, 조금 참고 있으면 들어올 거야. 마침 비가 내리자 온통 숨어있던 게며 조개들이 갯벌 위로 올라온다. 하지만 짠물도 아니고 비가 곧 그치면서 갯벌 위의 모든 생명체는 더 이상 숨 쉬지 않았다. 갯벌을 가득 메운 입 벌린 조개들의 모습에 난 적잖이 충격을 받았다. 어민들은 모두 떠났고, 나라에서 제공해 주는 공공근로로 생계를 이어가시기도 한다. 한동안 조개를 캐는 꿈을 꾸기도 했지만, 이젠 더 이상 그 꿈도 꾸지 않는다. 갯벌은 그렇게 황무지가 되어 간다. @ 황무지가 된 갯벌(영화 '수라',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촬영) 시민생태조사단은 수라 갯벌에 여전히 살고 있는 보호 생물들이 있는지 조사하고 있다. 보호종이 있는 경우 말 그대로 그곳을 보호해야 할 이유가 되기 때문이다. 여러 종의 보호종을 발견하고 소송을 하고 있으나 결과는 바뀌지 않고 있다. 물만 들어오면 갯벌은 살아날 거라고 믿는다. 포기하지 않으면 살릴 수 있다고 믿는다. 영화가 끝나고 GV(Guest Visit) 시간에 나왔던 두 가지 질문이 있다. (GV에는 황윤 감독, 우광훈 감독, 시민생태조사단 정희정님이 참석했다) 한 어린 학생이 손을 하늘 높이 뻗으며 질문을 신청한다. “그래서 지금 갯벌은 어떻게 됐어요?” 짧지만 가장 궁금한 질문이기도 하다. 정희정님의 대답이다. “새만금은 1991년에 착수를 시작했지만 너무나 넓고 덮을 흙이 모자라서 아직 다 못 덮었다. 그래서 수라 갯벌처럼 여전히 남아 있는 곳이 있다. 2020년 12월부터 해수가 조금이나마 유통되기 시작했다. 그랬더니 생물들이 다시 살아났다. 물만 들어온다면 갯벌은 다시 살릴 수 있다.” 또 다른 한 학생의 질문이다. “보호종의 발견이 증거로 채택이 됐나요?” 시민생태조사단은 보호종의 발견 증거를 제출하고 소송을 하고 있다. 정희정님의 대답이다. “제출은 했으나 정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오히려 수라갯벌 바로 옆에 신공항을 지으려고 공고를 했고 국내 유수의 업체들이 참여를 신청했다. 6월이면 신공항 사업자를 정할 것 같다. 많은 시민의 관심과 참여가 필요하다. 이 결과도 지켜봐 주시고 수라 갯벌에도 와 주셨으면 한다” 어린 학생들의 질문이 가슴에 꽂힌다. 영화에 나왔던 승준이와 동윤이처럼 아버지가 봤던 아름다운 모습을 승준이는 보지 못했고, 승준이가 봤던 남아있는 아름다운 모습을 동윤이는 더 이상 보지 못한다. 질문을 했던 어린 학생들은 어쩌면 더 이상 갯벌을 보지 못할 수도 있다. 인간이 훼손시키고 있는 게 어디 갯벌뿐인가? 하지만 할 수만 있다면, 살릴 수만 있다면 살려야 한다. 사라지는 게와 조개, 사라지는 새, 바뀌는 생태계 그리고 결국 그 끝에는 사람.“물만 들어오면”어쩌면 갯벌은 물이 들어올 때까지 끈질기게 버티고 있는지도 모른다. 게와 조개, 새를 살리고 곤충과 동물을 살리고 인간을 살리기 위해서 말이다. 갯벌을 잊고 있었던 나는 그 간절한 기다림이 미안해서 한참을 울었다. 그리고 난 이 글을 써야만 했다.새만금은 여전히 인간의 손에 의해 바다가 막히고, 막혀 있는 물은 죽어 가고, 갯벌은 사라지는 중이다. 알고는 모른척할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새만금이 그렇다. 갯벌을 위한 마지막 희망일 수도 있다.  ※ 새만금신공항백지화공동행동이 있다. 수라갯벌 방문도 할 수 있고 소송 중인 재판에 참여할 수도 있다.※ 새만금신공항 기본계획 취소 1만인 서명운동을 진행 중이다. (서명 참여 링크)작성자: 옆집고양이IT기업에서 오래 숙성되고 있는 와인같은 엔지니어. 인문학을 사랑하고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과학과 인문학 그 어디쯤을 여행하는 휴먼.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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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와 교육현장 윤리 '어제의 옳음은 오늘도 옳음일까?'
작성자: 박영민 (부산광역시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ESC 회원) 윤리란 사람으로서 마땅히 행하거나 지켜야 할 도리를 말한다.[1] 우리는 세상을 살아가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구분하여, 이를 타인과의 관계와 주변 환경을 고려해 실천할 책임이 있다. 이런 윤리적 삶을 사는 방식은 우리가 처한 맥락과 상황의 영향을 받는다. 특히 과학과 기술의 발달에 따라 옳고 그름의 잣대는 달라진다. 생식 기술이 발전하면서 생겨난 ‘부모의 정의는 무엇인가’와 같은 의문이나, 자율주행 차량이 사고를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누구의 생명을 구해야 하는가’와 같은 딜레마는 이제 교실에서도 낯설지 않은 토론 주제가 되었다.  인공지능 시대에 부모나 교사가 ‘우리 아이들을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공지능 기술이 역사상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빠르고 복잡하게 변화하면서 어제와 확연히 다른 오늘의 일상이 전혀 이상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가 어제 배웠던 옳음의 기준을 오늘의 아이들에게 무턱대고 적용할 수 있을까? 가정과 교실에서 참고할 수 있는 인공지능 윤리 가이드라인은 무엇일까? 세계적인 인공지능 과학자와 관련 기업 리더들끼리조차도 ‘인공지능의 인간 파괴’가 가능성인지 그저 과장된 공포심인지 합의하기는 어려워 보인다.[2] 하지만 인공지능 기술이 자칫 인간과 세상을 파괴하는 데 쓰이지 않도록 검토하고 서로 합의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데에는 같은 목소리를 내고 있다.[3] 일찍이 일부 국가나 정치통합체[4], 교육계[5], 종교계[6]에서는 인공지능 사용 원칙이나 지침 또는 요청 사항을 만들어 발표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인공지능 개발에 초점을 맞춘 법안 마련[7]과 인재 양성을 위한 교육[8]과 제도 개선에 힘쓴다. 인공지능이 광범위하게 적용됨에 따라 학업과 진로를 포함한 개인의 삶에서 중요한 결정에 영향력을 미치고 있으므로, 가정과 교실에서는 그 이상의 가이드가 필요하다. 초중등학교 교실에서 생성형 인공지능 서비스를 활용할 때, 나이 제한에 대한 고민이나 윤리적 태도에 대한 논의가 없다고 교사만 탓할 일이 아닌 것이다. 지금 세상엔 변한다는 사실을 제외하곤 모든 것이 변하고 있다. 윤리의 기준마저 그러할 것인데, 자라는 청소년들에게 (인공지능 기술 개발을 두고 몇몇 과학자들이 성명서를 냈던 것처럼) 기준이 마련될 때까지 성장을 잠깐 멈추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제의 옳음이 오늘도 옳을지 보장할 수는 없으나, 날마다 닥쳐오는 변화에 휩쓸리지 않게 학생들을 붙잡을 기둥 정도는 마련해 둘 필요가 있지 않겠나. 우선, 학생을 단순히 ‘학습에 집중해야 하는 성인이 아닌 자’로 규정하기보다는 ‘인공지능 서비스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면서 학습하는 주체’로 인식하는 편이 좋겠다. 학생들이 세 가지 역할을 해나가는 과정에서 기억하고 지킬만한 아홉 개의 기둥을 제안해 본다. 첫째, 인공지능 시대의 소비자라면, 겸손과 업데이트, 디지털 발자취라는 키워드를 기억하자. 윤리 규범이 시공간에 따라 달라지고 변화의 속도가 걷잡을 수 없을 때, 겸손[9]한 태도는 기본적 역량이 된다. 접하는 모든 정보를 ‘지금 여기 내’가 가진 잣대로 따지기 보다는, 타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타인의 관점으로 바라본다. “솔직히, 객관적으로 말해서…”라는 표현이 얼마나 주관적이고 위험할 수 있는지 알아차려야 한다. 그러다 새롭고 중요한 것을 알게 되었을 때, 나의 기준을 업데이트해서 편향과 편협에서 벗어나는 용기와 지혜가 필요하다. 또다시 겸손한 자세를 취해 업데이트한 기준마저 다시 업데이트될 수 있다고 기억하자. 다만 누구나 인공지능 기술로 그럴듯한 가짜 정보를 만들 수 있으니, 새로운 정보에서 옥석을 솎아내고 출처를 확인하는 태도는 모든 업데이트의 순간에 잊지 말아야 할 자세다. 한편 인공지능은 알고리즘을 구동하고 개인화된 경험을 인간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디지털 발자취(개인정보, 검색기록, 선호도, 소셜미디어 활동 등)[10]가 포함된 데이터에 의존한다. 나와 타인의 디지털 발자취를 보호하는 태도는 인공지능 시대 소비자가 반드시 갖춰야할 덕목이다.  둘째, 인공지능 시대의 생산자인 학생들에게 협업과 포용, 책임을 실천하도록 가르쳐야 한다. 인공지능 전문가와 여러 분야의 전문가들이 협업하지 않았다면 ChatGPT와 같은 자연어처리 모델, 음성인식, 의료 진단, 가상현실 등을 우리가 아직 만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또한 인공지능은 인간에게 편견을 물려받을 수 있으니, 다름을 포용하고 공감하는 인간다움을 지키며 데이터를 생산하는 것은 필수요건이 되어야 한다. 행여나 부적절한 콘텐츠를 만들거나 공유하게 된다면, 고의든 실수든 행위에 대한 책임은 인공지능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 이전에 자신에게 있음을 알아야 한다. 셋째, 인공지능 시대를 사는 학습자로서 학생들이 지켜야 할 나머지 세 가지 기둥은 주의집중과 인용, 소통이다. 오늘날 인공지능 기술로 생산되는 정보는 20세기 말에 등장한 ‘정보과잉’이라는 단어로도 충분히 담지 못할 만큼 넘쳐난다. 정보에 파묻혀 꼼짝달싹 못한 채 옳고 그른 정보를 가려내지 못하는 삶을 피하려면, 목적에 맞는 정보를 발견하고 탐구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점에서 주의집중[11]은 필수 역량이 된다. 잘 가려낸 정보를 지식으로 바꾸는 과정에서, 사실과 의견을 구분하고 타인의 생각을 밝히며 내 생각을 보태어 말하는 인용 기술이 중요하다. 인용 기술에는 원문 병기 외에도 바꾸어 쓰기(paraphrasing)와 요약하기가 있다. 이 기술은 표절하지 않고 윤리적 학습과 연구를 지속해 가는 데 기본이 된다. 마지막 역량은 소통이다. 인공지능이 뭐든지 다 해줄 것 같지만, 묻고 답하며 주장하고 협상하는 것은 인간의 일이다. 소통 기술은 학교뿐만 아니라 일터에서도 중요한 역량이다. 특히 커져가는 격차와 불평등 속에서 플랫폼 근로자 등과 같이 상호작용이 제한적인 일자리에서 소통 기술은 경험을 공유하고 지식을 교환하게 한다. 결국 소속감을 형성하고 복지와 권리에 영향을 미치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된다.   인공지능 시대의 교육현장은 소용돌이 속 고요한 섬과 같아 보인다. 지금 세상은 너무나 빠르게 변해서, 졸업을 기다릴 것도 없이 교실밖으로 한 발 나가자마자 정보의 소용돌이에 휩싸여버린다. 여기 제안한 아홉 개의 기둥은 인공지능 시대의 소비자이자 생산자이며 학습하는 주체인 학생들이 인간다움을 지키며 살아갈 수 있는 충분한 윤리적 기준이라기 보다 최소한의 가치와 태도일 것이다. 오늘의 옳음이 내일도 옳다고 할 수 없으니 말이다.   참고 자료   [1] 국립국어원. (nd). 윤리.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https://stdict.korean.go.kr/search/searchResult.do[2] Pause Giant AI Experiments: An Open Letter https://futureoflife.org/open-letter/pause-giant-ai-experiments/[3] AI 위험 성명서 발표(2023. 5. 30) https://www.safe.ai/statement-on-ai-risk[4] 독일의 노동 4.0과 산업 4.0, 유럽연합의 인공지능법, 미국의 알고리즘 책입법안 [5] 하버드, 인공지능 준칙 백서 발표(2020.1.15) https://cyber.harvard.edu/publication/2020/principled-ai[6] 로마 교황청, 인공지능 윤리에 관한 로마의 호소(2020. 1.10) https://www.vaticannews.va/ko/pope/news/2023-01/pope-francis-receives-rome-call-vatican-audience.html[7] 인공지능산업 육성에 관한 법률안 https://www.lawtimes.co.kr/news/187090[8] 디지털 인재양성 종합방안 https://www.korea.kr/briefing/policyBriefingView.do?newsId=156521928[9] 무엇이 옳은가(후안 엔리케스, 2022) 참조[10] 디지털 리터러시 (오정훈 외, 2022) 참조 https://www.dilit.kr/textbook/  [11] 주의집중 6가지 및 실천 방법 Thriving on Overload (Ross Dawson, 2022)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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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hatGPT 시대, 인간은 불멸을 꿈 꾸는가?
ChatGPT가 하도 유명해서 관련된 자료나 책을 보다가 문득 드는 생각이 있어 짧은 글을 써보려고 한다. GPT 엔진을 알게 된 때부터 잠깐 얘기를 하고 가야겠다. GPT1 엔진이 처음 나온 건 2018년이다. 이후로 업그레이드를 통해 GPT3 엔진이 나온 건 2020년이다. 물론 인공지능의 역사를 보면 매우 짧은 시간에 이루어진 성과이긴 하지만 최근 몇 달간 ChatGPT가 보여준 발전 속도만큼 빠른 건 아니었다. GPT 엔진을 알게 된 건 GPT3 때였는데 사실 이 때도 그리 크게 관심을 갖진 않았다. 두 번의 암흑기를 거치면서도 계속 새로운 서비스는 나왔고, 알파고 이후에 AI 분야는 그야말로 호황이었으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문난 잔치에 먹을게 없는 것처럼 딱히 특별하다 싶은 건 없었기 때문이다.  GPT3가 출시 되었을 때는 챗봇도 아니었고 UI(User Interface)라고 할 것도 딱히 없어서 아주 엔지니어적인 화면(하얀 바탕, 까만 글씨)으로 테스트 해 본 정도였다. 이후에 이미지 생성 AI인 DALL-E가 나왔으나 이 분야에 관심이 적다 보니 이 또한 호기심에서 몇 번 해보고 말았다. 이후에 GPT3.5를 기반으로 ChatGPT가 나왔을 때도 별 다르진 않았다. 하지만 우연히 보게 된 기사로부터 ChatGPT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되었는데 최초의 기사는 어디였는지 아쉽게도 기억이 나지 않는다. 기사는 ‘Michelle Huang’이라는 분이 ChatGPT에게 본인의 어린 시절 일기장을 학습시킨 내용이었다. 이분은 트위터를 통해 대화를 공개했고, 나는 일일이 영어로 된 트윗들을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물론 내용을 충분히 이해했는지는 의문이지만, ChatGPT가 무엇을 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 개인적으로 충격을 받기에는 충분했다. Michelle Huang은 자신이 어렸을 때 썼던 일기장으로 ChatGPT를 학습시켰다. 그렇다면 ChatGPT는 무엇이 될까? 바로 어린 시절의 Michelle huang이 된다. 그리고 ‘현재의 나’는 ChatGPT를 통해 어린 시절의 ‘나’와 대화를 나눈다. 이 과정과 내용은 트위터에 상세히 올라가 있다(링크). 누구나 생각해봤던 일이 아니었을까? 아니 적어도 나는 그랬다. 이제는 많이 잊혀져 어렴풋하게만 남아 있는 ‘어린 시절의 나와 이야기해 본다면 어떨까?’ 하는 생각은 가끔 해봤던 것 같다. 어린 시절을 학습한 ChatGPT가 실제화된 개인도 아닌데 너무나 사람처럼 대답 하는 터라 내용을 따라가다 보면 묘하게 몰입이 된다. 이 사례로부터 ChatGPT에 대해 급격하게 관심을 두게 되었는데, 이때는 단지 기술이 궁금했고 이 ‘어린 시절의 나와의 대화’가 왜 그렇게 크게 끌렸는지에 대해 내 스스로도 잘 몰랐던 것 같다. 최근에 회사에서 기술 트렌드에 대한 세미나 주제를 공모했는데 당연하게도 모두의 화두는 ChatGPT였다. 세미나를 준비하면서 ChatGPT와 관련된 다양한 책들이 출판되고 있는 걸 알았는데, 그중에서도 김대식 교수의 ‘ChatGPT에게 묻는 인류의 미래’라는 책이 단연 눈에 들어왔다. 김대식 교수는 다양한 매체를 통해 알려진 뇌과학자이고, 뇌과학자가 ChatGPT와 인류의 미래에 대해 대화한다면 분명 나보다 훨씬 더 풍부한 질문을 해 주셨을 거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책은 ChatGPT와의 만남 이외에 총 10가지 큰 주제에 대한 대화로 이루어져 있다. ChatGPT는 이미 알고 있듯이 대부분 굉장히 바른 대답을 한다. 하지만 우리가 하는 모든 질문에 정답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많은 질문에 대해 ChatGPT가 하는 대답은 꽤 흥미로웠다. 모든 주제를 통틀어 가장 흥미로웠던 주제는 ’09. 죽음에 관하여’였다. ‘죽음에 관하여’가 다른 주제들과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불멸’에 관한 대화 때문이다. 김대식 교수와 ChatGPT는 인간의 불멸에 대해, 인간의 뇌를 인터넷에 업로드 하는 연구에 대해, 디지털 불멸에 대화를 나눈다. 무언가 머리끝부터 발끝까지 감전이 되는 느낌이었다. 내가 모르는 수많은 사례가 있겠지만, 앞선 두 가지 사례는 모두 인간의 존재를 남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열망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인간은 역사를 통해서 끊임없이 불멸을 추구해 왔다. 불로장생 하는 약을 구하는 것으로부터 현대의 ‘디지털 불멸’까지 옳고 그름을 떠나서 그래 왔다. 기술 분야에서는 인간의 뇌를 분석해서 사람의 기억을 클라우드에 업로드 하고 영원불멸의 존재가 될 방법을 연구하고 있었지만, 인간의 뇌는 그렇게 만만하지 않다. 아직도 그 연구는 해야 할 일의 겨우 0.00……….1%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ChatGPT로 좀 더 쉬운 방법을 생각해 보자. Michelle Huang 처럼 개인의 기록을 꾸준히 학습시킨다고 해보자. 학습의 방법은 의외로 간단할 수 있다. 예를 들면 휴대폰에 App을 설치하고 내가 휴대폰을 쓰는 모든 기록을 클라우드에 올려 ChatGPT가 누적으로 학습하면 된다. 그 기록들에는 카톡 대화도 있고, 카드를 쓴 문자 메시지, 사진, 운동 기록, 모든 SNS, 전화 기록(통화 녹음도) 등등 나보다 나를 더 잘 표현하는 기록들이 포함될 것이다. 하루 이틀이 아니라 유의미한 기간이라면 ChatGPT는 ‘과거의 나’가 아니라 ‘현재의 나’가 될 수 있고, 어쩌면 한 인간의 수명이 다한 후에도 그 순간에 멈춘 ‘나’는 남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게다가 남아 있는 ‘나’는 여전히 나를 그리워하는 가족들과 대화를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인간의 뇌를 연구해서 클라우드에 올린다고 해도 여전히 ‘불멸과 존재’에 대한 정의와 의미는 모호하다. 그렇다면 ChatGPT가 보여준 이런 가능성 또한 ‘불멸과 존재’에 대한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불멸에 대한 욕망으로 그동안 인간이 시도해 왔던 다양한 방법들처럼 ChatGPT 또한 수많은 시도 중에 하나뿐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역사속에서 추구해 온 어느 방법보다 현실화가 가능하리라는 점에서 나는 ChatGPT라는 멈출 수 없는 미래가 두렵다. 작성자: 옆집고양이IT기업에서 오래 숙성되고 있는 와인같은 엔지니어. 인문학을 사랑하고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이 있고 그래서 과학과 인문학 그 어디쯤을 여행하는 휴먼.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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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윤리 포럼은 어떤 이야기를 담았나
2023년 4월 22일 ESC에서 개최한 인공지능 윤리포럼 'ChatGPT 활용 그 너머를 묻다!' 을 요약 정리한 글입니다. 작성자: 이현옥 (강원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 ESC 인공지능 윤리포럼 사회자, ESC 회원) ESC 인공지능 윤리포럼 'ChatGPT 활용 그 너머를 묻다' 요약 정리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ngineers and Scientists for Change, 이하 ESC, 대표 김찬현)는 'Chat GPT 활용 그 너머를 묻다'라는 제목으로 인공지능 윤리 포럼을 개최하였다. 1부 'Chat GPT 배경과 현안'에서 IT 전문가이자 SF 작가 전윤호가 Chat GPT에 대한 공학적 기초개념을 설명하였고, 임팩트 벤처 캐피털 회사인 옐로우독 파트너 유재연이 AI를 둘러싼 윤리적 쟁점을 소개하였다. 2부 'Chat GPT와 현장'에서는 다양한 분야 및 현장에서 생성형 AI를 직접 경험하고 있는 연사들이 관련 쟁점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였다. 교육현장은 부산교육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박영민이 맡았고, IT 산업현장에 대한 소개는 업스테이지 데이터 리더로 활동하고 있는 한지윤이 하였다. 연구개발 현장에 대한 논의는 성균관대학교 교수 원병묵, 그리고 예술문학 현장은 주식회사 페블러스 대표인 이주행이 담당하였다. 생성형 AI 기술이 가져올 변화를 빠르게 감지한 시민들은 강연장을 꽉채웠고, 다음과 같은 논의를 집중하여 들었다. 이어진 토론시간에 다양한 질문을 하며 시민으로서 인공지능의 발전과 윤리에 대한 고민을 함께 나누었다. @ 인공지능 윤리포럼 종합 토론 1부:  ChatGPT 배경과 현안  ChatGPT와 거대언어모델의 이해 Chat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의 원리는 단순하다. 텍스트 자료를 학습시켜 컴퓨터가 확률적으로 다음 단어를 예측하게 하는 것이다. 그저 다음 단어를 추측하여 제시하는 방식은 별로 놀라울 것 없는 결과를 보여주다 데이터가 일정 수준을 넘어가면서 성능이 급격하게 향상된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 즉, ‘거대’한 모델이 되면 상식적인 질문에 쉽게 답할뿐 아니라 복잡한 명령에 적절히 반응하고 전문지식까지 섭렵하여 설명을 해주기도 한다. 관련 전문가는 이를 ‘신비로운 창발적’ 특성으로 명명하였지만 왜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지는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ChatGPT의 사용자가 늘어날수록 적절하지 않은 질문과 요구를 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더욱이 얼토당토 않는 질문에 답변을 하면서 부정확한 정보를 생성하는 환각(hallucination)과 같은 문제가 발견되었다. 예를 들어,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된 세종대왕의 맥북프로 던짐 사건”에 대한 정보 요구에 ChatGPT는 엉뚱한 거짓말을 지어내었다. 이 문제가 발생하는 원인은 명확히 밝혀지지 못하였고 뚜렷한 해결방안이 아직은 없다. 다만, 오픈AI 회사는 별도의 인력을 투입하여 비윤리적인 질문에 대한 답변을 피하고 인간의 가치에 부합하는 답변을 할 수 있도록 추가 학습을 시키고 있다.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www.soopsci.com/Story/?idx=14998350&bmode=view 인공지능의 윤리적 현안 유재연 연사는 재밌는 경험 하나를 소개하였다. 생성형AI가 활용되는 실례를 알려달라는 강연 요청에, 아직 구체적인 사례를 찾기 어려울거라는 짐작에도 불구하고 구글의 거대언어모델인 바드(Bard)에 물어봤다. 바드는 이 어려운 요청에 쉽사리 다섯 개의 업체와 관련된 사례를 제시하였다. 물론 이 정보는 거짓이었다. 그러나 바드의 답변은 재밌게도 해당 업체에 유사한 비즈니스를 개발할 수 있겠다는 브레인스토밍에 도움이 되었다. 이처럼 생성형 AI 기술은 기대되는 기능뿐 아니라 예상치 못한 활용도가 발견되며, 앞으로 더욱 영역을 넓혀나갈 것으로 기대된다. 위의 사례처럼 의도치 않게 유용한 기능을 발견하면 좋겠지만 이것이 부작용을 일으키거나 인간과 인류에게 해가 되는 경우도 생각해봐야 한다. 다음과 같은 질문을 통해 AI 기술의 윤리 쟁점을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기술을 사용할 수 있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사이의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 수 있을까?” “이 기술로 혜택 받는 사람은 누구인가?” “이 기술의 결과로 가치 판단이 수반된다면, 그 기준은 누가 결정해야 할까? ”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soopsci.com/Story/?idx...https://soopsci.com/Story/?idx... 2부:  ChatGPT와 현장 교육 현장과 ChatGPT 인공지능이 빠르게 발전하는 사회에서 지속가능한 교육은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박영민 연사는 이 질문을 던지며 교육현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여러 쟁점을 나열하였다. ChatGPT 활용에서의 표절 및 학습 윤리로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가르쳐야하는지, 우려되는 문제와 윤리적 쟁점을 고려하여 교육현장에서 인공지능 서비스를 배제해야 하는것인지 자유롭게 허용해야하는지 등 논의하고 해결할 것들이 많다. 교강사들은 자신의 자리가 없어지지 않을까 고민을 할 것이고 학생들은 어떤 진로를 택해야 하는지 혼란스러워 할 것이다. 그러나 박영민 연사는 지속가능한 교육은 기술자체의 현란함과 화려함으로 특징지워져서는 안된다고 제안하였다. 더욱이 다음의 네 가지 역량이 교육에서 필요하다 주장하였다. 첫째, 메타인지를 바탕으로 하는 질문하기 둘째, 사랑의 기술이라 할 수 있는 공감 및 협업 셋째, 넘쳐나는 정보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정보지배의 기술 그리고 마지막으로 글쓰기와 말하기와 같은 표현의 기술이다.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soopsci.com/Story/?idx...   IT산업 현장과 ChatGPT 사람들은 인공지능 기술이 자신을 대체하지 않을까 두려워하고 있다. 단순 노동만을 대체할거라는 믿음 혹은 위안도 무너지고 있는 것 같다. 인간 능력의 보류라고 생각했던 창의적인 작업까지 생성형 AI 기술이 침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때, 한 엔지니어의 트윗이 우리가 가진 두려움과 착각을 환기시켜 주었다. “인공지능은 당신을 대체할 수 없다.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사람이 당신을 대체할 것이다” 기술이 우리를 지배하는 것이 아니다. AI를 개발하는 과정에서 엔지니어들의 수많은 결정이 기술의 형태 및 성능을 만들어낸다. 엔지니어들이 학습데이터를 수집하는 방식을 선택하고, 인공지능을 평가하는 요소와 방법을 제안한다. 그리고 개발된 여러 AI 모델 중에서 실제로 상용화될 제품과 서비스를 선정한다. 또한, 이 제품과 서비스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의 결정이 그 영향력의 범위를 구성한다. 결국, 주체는 기술자체가 아니라 사람이다. 그러나 정부를 비롯한 많은 사람들은 AI 기술에만 집중하는 듯하다. AI 기술이 변화시킬 풍경을 우리가 주체적으로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AI 산업생태계를 비롯하여 이것이 제기하는 사회 문제를 포괄적으로 조망하며 의식적으로 판단하고 선택해야 한다.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soopsci.com/Story/?idx...   연구개발 현장과 ChatGPT 원병묵 연사는 과학연구에서 ChatGPT의 가능성과 한계를 ChatGPT와 나눈 대화를 통해 소개하였다. 첫 번째 질문은 “ChatGPT는 과학연구에 어떤 도움을 줄수 있나요?”이다. 이에 ChatGPT는 데이터 분석, 문헌 검토, 실험설계, 가설 설정, 커뮤니케이션에 긍정적인 도움을 주어 과학연구가 효율적으로 진행될 수 있다고 하였다. 두 번째 질문은 “ChatGPT는 영어 과학논문 작성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이다. 답변은 자동 요약, 문장구성, 인용문작성, 용어정리, 피어리뷰를 하는데 유용할 거라는 것이다. 원병묵 교수는 이어서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다양하게 소개하였다. 그러나 과학연구는 이러한 도구로만은 수행될 수 없고 자신의 랩 대학원생이 이런 도구를 활용하고 도움을 받았지만 그들이 작성한 논문은 수정할 곳이 아직 많다고 하였다. 또한, 여러 도구의 실용성도 각자의 맥락에서 사용해보면서 느껴봐야 한다고 조언하였다.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soopsci.com/Story/?idx...   예술문학 현장과 ChatGPT 예술평론가인 이주행 연사는 생성형 AI 기술이 예술의 정의를 어떻게 변화시킬지를 논의하였다. 최근 생성형 AI 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영역으로 생각하던 창의성이 도전을 받고 있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Stable Diffusion과 Midjourney와 같이 이미지를 생성하는 AI 소프트웨어가 확산되면서 관련 분야에서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을뿐 아니라 국제적인 대회에서도 이러한 프로그램을 활용한 작품이 수상하기도 하였다. 예술의 전통적인 정의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그 의미가 퇴색이 되고 있는 듯하다. 또한 AI 시대에 예술가 또는 크리에이티브의 역할이 무엇인지에 대한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된다. 결론적으로 AI 기술이 인간 예술가 및 창의성을 대체하지는 못할 것이며 서로간 상호보완하며 발전할 것이라 제안하였다. 특히, 예술과 창의성의 변치않는 속성을 몇가지 제안하며 이를 강조하였다. 첫째, 예술은 인간의 감정을 포착하여 반영하는 것이라 AI가 보조할 수는 있지만 대체할 수는 없다. 둘째, 창의적인 작업의 가치는 사람들과의 공감을 이끌어내는 데 있다. 셋째, AI는 인간의 창의성을 대체하기 보다는 예술의 혁신을 강화하거나 촉매하는 방향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넷째, 예술은 우리 사회와 문화를 반영하는데, 결국 해석에는 사람이 중요하다.  ? 발표 요약문 자료: https://soopsci.com/Story/?idx... 3. 포럼 참여자 질문 & 의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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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능 오염수 대응을 IAEA 보고서에 근거할 수 있나?
예측은 단지 미래를 전망하는 차원을 넘어 미래를 통제하는 문제이다. 그런데 이 세상에서 가장 확실한 것은 어느 것도 확실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세상은 너무나 복잡하여 우리의 제한된 지적 능력으로는 완전히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도 희망은 우리가 불확실성을 알고 있다는 데 있다. 불확실성을 없애려고 치열하게 오류를 줄이려 하고 새로운 가능성을 찾으려 하기 때문이다.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관련하여 정부는 국제원자력기구(International Atomic Energy Agency, IAEA) 보고서에 근거해 오염수가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한다. IAEA가 에너지와 관련해 과학적으로 권위 있는 기관은 분명 맞다. 그렇다고 해서 IAEA 보고서의 오염수 예측을 그대로 확신해도 될까?  IAEA의 소위 자매기관인 국제에너지기구(International Energy Agency, IEA)가 매년 발표하는 세계 에너지 전망(World Energy outlook, WEO)은 에너지 분야에서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이 자료는 정책 입안자와 투자자가 이를 기반으로 정책과 투자를 결정하는 데 사용된다.그런데 세계경제포럼(World Economic Forum) 2021년 기사에서 IEA가 재생에너지 예측을 늘 과소평가한다고 했다. IEA는 2021년 5월 풍력과 태양광의 전 세계 성장률 전망치를 6개월 전에 발표한 수치에 비해 25% 더 상향 조정했다. 2021년뿐 아니라 IEA는 지난 10년 동안 풍력과 태양광에 대한 예측을 반복적으로 상향 조정해 왔다. 즉, IEA는 전 세계가 재생 에너지 전환하는 속도를 늘 과소평가해 왔다.WEO 2010은 2024년까지 태양광 발전 용량이 180GW가 설치될 것으로 예상했지만, 2015년 1월 이 목표에 도달했다. 2010년에 설치된 풍력 발전 용량은 WEO 2002와 2004의 전망치를 각각 260%와 104%를 넘었다. 2030년 풍력 에너지에 대한 WEO 2002 전망치는 2010년에 초과 달성되었다.블룸버그 뉴 에너지 파이낸스(BloombergNEF)나 시티(citi)와 같은 다른 분석 기관들은 재생 에너지의 예측이 거의 정확했다. 반면, IEA의 부정확한 예측과 일치하는 결과를 내놓은 기관은 영국국영석유회사(BP), 셸(Shell), 엑손-모빌(Exxon Mobil)과 같은 화석연료 기업이었다. IEA는 의도하지 않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화석연료 산업의 입장을 반영해 왔다. 어쩌면 IEA가 미래 에너지 전망에 대해 보수적인 관점을 취하는 것은 최근 급진적인 흐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서 일수도 있다. 그러나 재생에너지 성장 트렌드에서 볼 수 있듯, 이러한 입장은 혁신 기술의 흐름을 놓칠 수 있다. 산업사회에서 과학자의 의견은 봉건사회의 종교인만큼이나 권위가 있었다. 하지만, 위험사회에서는 이를 그대로 받아들여선 안 된다. 무엇이 얼마나, 어떻게 위험한지를 과학자의 판단에만 맡길 수 없다. IEA 보고서처럼 과학자의 예측결과는 생각보다 객관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은 결과의 확실함이 아니라 물질 세상을 이해하는 과정의 합리성을 추구한다.  인간이 제한 없는 합리성을 가지고 있다면 세상에 무슨 문제가 있겠는가?  우리는 자신의 편향성에서 벗어나기 어렵다. 사람들은 저마다 이해관계가 다르고, 이 사회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생각이 다르다. 이성은 자신의 편향을 합리화하는 도구가 될 수도 있다. 결국,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하고자 자료를 선별해서 해석하기도 한다. 당연히 우리 각자의 판단이 절대적인 진실이 될 수 없다.과학자도 자기 분야 외에선 전문가가 아니긴 매한가지다. 전문가들도 자신의 전문 분야에서 한 걸음만 벗어나면 자신의 전문 분야 권위로 주장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다. 일본 오염수는 그 자체만의 문제가 아니다. 오염수 이동, 오염수로 인한 해양 생태계 파괴와 인체에 미치는 영향 등 복잡한 작용을 한다. 이 모든 영역의 통합적인 이해는 개별 전문 영역을 넘어선다. IAEA는 방사능에 관한 전문기관이지만 다른 분야에 관해선 그렇지 않다. IAEA는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과 관련하여 독립적인 조사를 하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대응 조치가 적절한지를 판단한다. 그러므로 2022년 11월에 발간한 IAEA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출 4차 보고서의 표지 다음 쪽에 “이 보고서에 포함된 정보의 정확성을 유지하기 위해 세심한 주의를 기울였지만, IAEA와 그 회원국은 이 보고서의 사용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결과에 대해 어떠한 책임도 지지 않는다.”라고 했다. 결국 오염수 위험 대응은 각 국가가 스스로 판단할 몫이라는 것이다. 위험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이 이루어지려면, 제한적 합리성을 가진 사람들이 위험을 어느 정도까지 수용할 수 있는지 합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어떤 사람에게는 감수할 위험이 어떤 사람에게는 위험한 도박일 수 있다. 그러므로 위험 대응은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사안이다. 서로 다른 가치와 이해를 가진 시민들 간 논쟁은 불가피하다. 위험에 대한 판단은 어떤 과학적 사실에 어느 정도의 가치를 두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때 위험에 대한 정부의 의사결정과 전문가의 의견은 존중받아야 한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와 전문가가 위험 담론을 독점해서는 안 된다. 카이스트 전치형 교수는 “우리의 신뢰는 과학지식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생산하는 사람과 조직, 이를 운용하고 감독하는 제도, 이 모든 과정을 뒷받침하고 책임지는 정부를 향한다.”라고 했다. 정부가 시민으로부터 신뢰를 얻는다는 것은 정보가 널리 공유되고 이를 바탕으로 신뢰할 수 있는 의사소통 구조를 만들어 민주적 합의를 이뤄내는 데 있다. 이는 불필요한 불안과 갈등을 줄일 수 있다. 정부는 시민들의 불안감을 괴담이라고 치부할 게 아니라 시민들에게 정부를 믿을 수 있겠다는 신뢰감을 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오염수에 대한 불안과 정부에 대한 불신으로 증폭된 근거 있는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소설가 김훈은 “이 사회의 지배적인 언론과 담론들이 의견을 사실처럼 말하고 사실을 의견처럼 말해버린다. 아마 당파성에 매몰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을 정의라고, 신념이라고 말하기 때문에 의견과 사실은 뒤죽박죽이 된다.”라고 말했다. 우리 사회는 각자 의견에 따라 사실이 다른 경우가 많다. 서로 다른 사실에 대해 “내 것이 사실이야.”라고 하면, 다른 사람의 의견을 들을 수 없어 우리 각자의 의견을 하나로 모을 수 없다. 결국 우리 공동체는 하나가 되지 못하고 각자가 되어 위험에 속수무책인 상황에 빠질 수 있다. 게다가 정부는 다양한 의견을 민주적 합의에 이르도록 노력하기는커녕 특정 기관의 권위를 빌어 시민을 계몽의 대상으로 삼으려 한다. 힘 있는 사람이나 기관이 ˝이거야말로 확실한 것˝이라고 외치는 큰 목소리를 경계해야 한다. 신념이 확신이 되어 다른 것을 살펴보지 못하게 해 결국 우리 공동체를 위험에 빠지게 할 수 있다.  마크 트웨인은 "우리는 그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사실을 모르기 때문이 아니라,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인해서 위험에 처하게 된다”라고 말했다. 확실성만을 추구해서는 문제 해결이 어렵다. 확실함은 현실의 복잡함과 모순을 놓치게 한다. 인간관계에서도 확실함을 부여잡으려 하면 할수록 오히려 더욱 불안해진다. 자신감을 진실로 착각하는 세상에서 확신하지 않는 것은 나약한 태도가 아니라 진정 강인한 태도일 수 있다. 자신을 확신하지 않기에 서로 다른 의견을 듣고 모을 수 있어 위험에 함께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참고자료 전치형, 후쿠시마 시찰단과 과학의 자리, 한겨레신문, 2023년 5월 26일 IAEA, 2023, IAEA Review of Safety Related Aspects of Handling ALPS-Treated Water at TEPCO’s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Report 4: Review Mission to TEPCO and METI World Economic Forum, 2021, Exceptional new normal: IEA raises growth forecast for wind and solar by another 25>#/li### 작성자: 조천호 (대기과학자, 전 국립기상과학원장, ESC 회원)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 '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재해·위험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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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명 중 7명 인공지능 챗봇 'ChatGPT' 윤리적인 문제 있다.
- 인공지능 생성물을 인용하는 것에 대해서 절반 이상 '가능하다' 응답- 응답자 65%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저작물이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인공지능을 사용한 과제물에 대해서 엄격한 평가 기준 적용 다수 - 인공지능 생성물의 가장 큰 윤리적 문제는 '창작과 독창성'- 인공지능 저작물의 바람직한 활용을 위해서는 '관련 종사자들의 자율적이고 국제적인 기준 마련' 필요   최근 공개된 인공지능(AI) 챗봇 'ChatGPT'에 대한 관심도가 높다. 성능과 기능에 관한 관심뿐만 아니라 실제 사회 전반에 활용이 가시화되면서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측면의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시민단체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운영하는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soopsci.com)'에서 과학자와 시민을 대상으로 인공지능의 윤리적인 부분의 한 단면인 인용, 표절, 저작권 등의 문제에 대해서 최근 주목받고 있는 ‘ChatGPT’ 인공지능 챗봇의 사례를 바탕으로 글쓰기 저작물 활용에 대한 윤리 인식에 대해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설문에 참여한 233명 중 전체 문항에 대해 응답 완료한 176명을 대상으로 분석하였다. 우선 ‘ChatGPT’를 사용해 본 경험 질문에 절반 이상(57.39%)이 사용 경험이 있는 것으로 응답했다. 37.5%는 사용은 해보지 않았지만 ‘ChatGPT’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ChatGPT’ 사용 목적은 ‘기능 테스트 용도’가 71.29%로 가장 높았으며, 특정한 목적을 갖고 사용한 경우는 28.71%로 조사되었으며, 주로 ‘지식을 알아보기 위한 용도’와 ‘저작물 작성에 활용’하기 위해 사용했다.     ‘ChatGPT’로 생성된 자료를 본인의 저작물로 사용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 '사용하더라도 재해석, 재구성해서 사용해야 한다'라는 응답이 44.89%로 가장 높았으며, 다음으로 '합의된 인용 표기 후 사용해도 된다'가 33.52%로 나타났다. 반면 '사용하면 안 된다'라고 응답한 경우는 10.8%로 조사되었다.  ‘ChatGPT’로 생성된 내용을 인용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합의가 이루어진다면 사용할 수 있다’라는 응답이 절반 이상(52.27%)으로 가장 높았으며, ‘인용할 수 없다’라고 응답한 사람도 34.09%로 나타났다.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에 대해서는 아직 이용자들의 간에도 다양한 의견 차이가 있어 보였지만, 현재 상태에서는 인용이란 방식으로 활용하는 것에는 전반적으로 문제가 있다는 반응이 많았다. 인용이 가능하다면 어떤 방식으로 인용하는 것이 좋은지에 대해서, 기존의 일반적인 인용 방식과는 달리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자료의 특성을 고려해 다양한 인용 방법들이 제안되었다.   ‘ChatGPT’로 생성된 저작물이 표절에 대상이 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64.77%가 ‘표절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응답하였다. 이는 ‘표절의 대상이 아니다(18.18%)’와 비교해 3.5배 이상 높은 응답을 보였다.   만약 본인이 가르치는 학생이 ‘ChatGPT’로 생성한 자료를 이용해 과제물로 제출하였다면, 과제물 평가에 영향을 미치는지에 관한 질문에 77.27%가 ‘평가에 영향이 있다’로 응답해 인공지능을 사용한 저작물에 대한 평가에 대해서 다수가 엄격한 평가 기준을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ChatGPT’로 생성된 자료를 활용 함에 있어 가장 중요한 윤리적 문제는 ‘창작과 독창성의 문제’로 응답한 사람이 53.41%로 가장 높았다. 다음으로 ‘표절 문제’(21.02%), ‘인용 문제’(13.64%)로 조사되었다.   ‘ChatGPT’는 원작자의 동의 여부와 상관없이 인공지능 기술을 이용해 자료를 제공하는 것이 윤리적인 문제가 있는지에 관한 질문에 10명 중 7명 이상이 문제가 있다고 보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인공지능으로 생성되는 자료를 활용하는 면에서 윤리적인 문제(저작권, 인용, 표절 등)를 해결하기 위해서 바람직한 사회적 합의 방식을 묻는 질문에서는 절반 이상(53.41%)이 ‘국제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로 응답하였고, 다음으로 ‘분야별 종사자들의 자율적인 기준을 마련해야 한다’라고 응답한 사람은 34.66%로 나타났다. 따라서 답변을 통해 ‘국제적으로 분야별 종사자들의 커뮤니티를 통해 자율적인 기준을 마련하는 방향’을 선호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ChatGPT'에 대한 자유 의견으로는 ‘합의’, ‘활용’, ‘사용’, ‘마련’, ‘윤리’, ‘논의’, ‘사회적’ 등의 단어들이 많이 사용되었다. 내용 중에는 '미래 지향적으로 인공지능의 활용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의견, '인공지능이 어떤 자료를 근거로 학습하는지에 따라 오류/왜곡 정보들이 생산되고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인공지능에 사용되는 자료는 인류가 함께 구축한 자료이니만큼 활용과 혜택에서도 공정하게 돌아가야 한다'는 의견 등 인공지능으로 생성된 저작물에 대해서 다양한 의견들이 제시되었다.   급속히 발전하는 인공지능 시대에 혼란을 최소화하면서 바람직한 활용 방향을 찾기 위해서는 윤리적인 측면에 대한 깊은 논의와 의견 수렴이 함께 수반되어 할 것으로 보인다. 설문결과 보고서 : https://www.soopsci.com/Survey...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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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제 2의 남성이 아닌 또 다른 신체' 평등한 여성의 몸을 말한다 #2
2021년 10월 심한 복통으로 응급실을 찾았다. CT를 찍어보니 난소에서 발생한 출혈로 내장과 생식기관 등을 감싸는 복강에 혈액이 차 있었다. 당시 인과성은 인정되지 않았지만, 백신 접종 후 부정 출혈 또는 월경 패턴의 변화를 경험하는 사례들이 온라인에 공유되고 있었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은 지 얼마 되지 않았고, 월경이 예정보다 늦어져 백신 부작용을 의심했다. 하지만 산부인과 의사는 출혈이 부작용일 가능성은 작다고 했다. 더불어 월경이 2~3개월 미뤄지는 건 스트레스로도 가능하고 큰 문제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백신은 개발이 신속했던 만큼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높았다. 이에 질병관리청은 2021년 2월 26일 접종을 시작하며 백신 이상 반응을 수집했다. 하지만 ‘월경장애’ 선택지는 8개월이 지난 10월이 되어서야 생겨났다. 온라인에서 여성들의 문제 제기가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가 실시한 추적 보고에도 처음에는 월경장애 항목이 없었다. 하지만 미국 일리노이대 의료인류학과 케이트 클랜시 교수가 올린 트윗을 계기로 모인 부정 출혈 및 월경불순 사례만 14만 건에 이르렀다. CDC는 자체 조사에 착수했고, 미국국립보건원(NIH)은 코로나 백신과 월경불순의 상관관계를 연구하는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단기간에 이렇게 많은 사례가 모였는데, 왜 임상 단계에서는 이런 점을 발견하지 못했을까? 임상 실험 참여자들에게 월경 패턴 변화에 대한 질문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 배경에는 의학계의 오래된 풍토가 자리 잡고 있다. 근대 해부학이 출발한 17세기부터 70kg의 성인 백인 남성은 인간의 표준형으로 간주되었다. 생식기관을 제외하고 여성의 몸은 남성의 몸과 다르지 않게 여겨졌다. 이러한 전제가 잘못되었을 가능성을 제시하는 사례는 아주 많다. 한 예로 1980년대에 이뤄진 한 연구는 아스피린이 심장마비를 예방하는 데 효과가 있다고 밝혔다. 이 연구는 남성만을 대상으로 했다. 1990년대에 여성에게 같은 연구를 수행하자 심장마비 위험은 거의 줄어들지 않았다. 1992년 미국 식품의약청(FDA)은 의사의 처방이 필요한 약의 인가에 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에 따르면 약물 시험에서 여성은 충분히 고려되지 않았고, 설사 여성이 다수 포함되어 있더라도 결과를 해석할 때 성별에 따른 차이가 고려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런 상황을 고려하여 1993년 미국에서는 NIH가 지원하는 연구는 임상 연구에 여성과 소수 인종을 포함할 것을 요구하는 법이 통과되었다. 굳어진 의학계의 시스템과 인식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1997년에서 2000년까지 FDA에서 판매를 중단시킨 약물 10개 중 8개는 여성에게 더욱 유해한 것으로 밝혀졌다. 그중 네 개는 여성에게 더 자주 처방되어 부작용 사례가 더 많이 보고된 약물이고, 나머지 네 개는 여성과 남성에게 동일하게 처방되었지만, 여성에게 더욱 해로운 영향을 미친 약물이었다. 후자는 여성과 남성의 생리학적 차이가 원인이 되었으리라고 추측할 수 있다. 2014년에 발표된 노스웨스턴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동물실험의 22%가 성별을 명시하지 않았고, 명시한 실험 중 80%는 수컷만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NIH의 법이 통과된지 20여 년이 지났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을 활용하는 전임상 단계부터 설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10여 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달라졌을까. 코로나19 백신 사태를 보면 그리 많이 변하지는 않은 것 같다. 2022년도 7월 미국 세인트루이스워싱턴대와 일리노이대 연구진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절반에 가까운 여성들이 백신 접종 후 월경 이상을 경험했다. 2022년도 8월 대한민국의학한림원 코로나19백신안전성위원회는 빈발 월경 및 출혈, 이상자궁출혈 발생 위험이 코로나19 예방접종 이후 통계적으로 유의하게 높으며 인과관계가 있음을 수용할 수준이라고 발표했다. 백신 접종을 시작한지 약 1년 6개월이 지나서야 이뤄진 발표이다. 여성과 남성의 신체가 다르다는 증거는 나날이 쌓이고 있다. 앞으로는 성별에 따른 영향이 충분히 탐구되어 여성이 제 2의 남성이 아닌 또 다른 신체로 여겨지기를 기대한다. 작성자: 노다해복잡계 연구의 대표적인 대중서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고 통계물리학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위대한 여정은 척척석사로 마무리할 예정이다(23년도 8월 졸업). 복잡계 '연결'망을 연구한 만큼 '연결'하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과학과 대중 사이에,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사람과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관심사는 그 밖의 모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읽고 쓰는 재미에 빠져 책 모임과 글 모임을 오랫동안 꾸려왔다.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여성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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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몸이 어때서!' 평등한 여성의 몸을 말한다 #1
@ British Vogue May 2018 Magazine Models Cover 미국 힙합 가수 잭스의 노래 Victoria’s Secret은 이렇게 시작한다. “God, I wish somebody would've told me when I was younger that all bodies aren't the same”(참, 내가 어릴 때 누가 좀 말해줬으면 좋았을 텐데 사람의 몸이 전부 같진 않다고) 깡마른 모델을 내세우고, 청소년기 여자아이들을 거식증으로 내몬다는 비판을 받아온 패션계에 바디 포지티브(body-positive) 운동이 퍼지고 있다. 한때 전속모델 ‘엔젤’을 내세워 획일적인 미의 기준을 제시하던 빅토리아 시크릿은 결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았다. 이에 빅토리아 시크릿은 달라진 소비자 가치를 인정하고, 과거와는 전혀 다른 기준으로 모델을 선정했다. 이제 전문 모델 대신 IT기업 투자자, 축구선수, 사진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여성들이 빅토리아 시크릿의 홍보대사로 활동한다. 외모보다는 여성에게 영감을 주는 것을 브랜드의 가치로 삼겠다는 것이다.유튜버 치도(CHEEDO)는 국내 1호 내추럴 사이즈 모델로,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보편적인 사이즈를 대표한다. 유튜버 치도는 샌드박스 및 스파오와 협업하여 <사이즈 차별없는 패션쇼>와 ‘사이즈 차별없는 마네킹’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했다. 남성 190cm, 여성 184cm에 달하던 마네킹 키는 우리나라 평균 신장을 반영해 172cm, 160cm가 되었다. 국내 브랜드 더잠은 동양인에 맞춘 26가지 사이즈의 속옷을 출시하고, 체형에 따라 속옷을 추천해주는 알고리즘을 개발했다. 이 밖에도 컴포트랩, 비브비브, 에어리 등 여러 국내외 브랜드가 다양한 신체 사이즈를 제품에 반영하고 있다. 고등학교 2학년에 나는 인생 최저 몸무게인 58kg를 기록한다. 이 몸무게는 굶어서 만들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고등학교 2학년 중간고사 직후, 한 남자 선생님께서 내 얼굴을 보더니 ‘얼굴이 보름달이 되었네’라고 하셨다. 스스로 통통하다고 생각해 자신감이 없던 나는 충격을 받아 극단적인 식단조절을 했다. 밥을 정말 새 모이만큼 먹었다. 체력 유지를 위해 점심/저녁 시간에 뛰던 줄넘기는 그 수를 배로 늘렸다. 그렇게 58kg가 되었다.이 몸무게는 나의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학업 성적은 떨어지고 기운은 없었다. 극단적인 식생활은 대학에 진학한 이후에도 이어졌고, 결국 1학년 여름방학에 갑상선 기능 항진증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치료 과정에서 몸무게는 다시 62kg로 돌아왔다. 그 이후 나는 극단적인 식사량 조절을 하지 않는다. 나는 내 몸이 정상적인 기능을 하는 데 필요한 식사량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몸을 미워하지 않기로 했다.몇 년 전 여자 아이돌 남자 아이돌 가리지 않고 예뻐서 좋아한다던 동생이 있었다. ‘살을 빼야지’하면서도 운동을 게을리하거나 음식량을 조절하지 못하면 스스로 자책했다. 그로 인한 스트레스는 폭식으로 이어졌다. 선망의 대상과 자기 자신을 비교하며 자신을 미워하던 그 친구에게 나는 별다른 말을 해 줄 수 없었다. 직접 경험하는 것과 다른 이를 설득하는 것 사이에는 큰 괴리가 있었다. 당시에는 바디 포지티브 운동이 활발하지 않았다. 이제는 세상이 변했다. 다양한 사이즈와 형태의 신체의 사람들이 자신 있게 살아간다. 이제 자기 몸을 있는 그대로 사랑해도 된다고 좀 더 쉽게 설득할 수 있지 않을까?예전에 여성이 운동하면 늘씬한 몸매를 목적으로 한다고 생각했다. 요즘에는 다르다. ‘예쁜 몸’보다는 ‘건강한 몸’을 만들기 위해 운동한다. 그리고 근육이 있는 여성을 멋있다고 생각한다.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라는 책 제목을 보시라.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는 <근육 있는 여자들>이라는 주제로 화보를 제작했다. 이제 여성들은 나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는 것을 넘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가고 있다. @ 근육이 튼튼한 여자가 되고 싶어 @ 패션 잡지 보그 코리아 근육 있는 여자들  작성자: 노다해복잡계 연구의 대표적인 대중서 <세상 물정의 물리학>을 읽고 통계물리학 대학원에 진학했으나, 위대한 여정은 척척석사로 마무리할 예정이다(23년도 8월 졸업). 복잡계 '연결'망을 연구한 만큼 '연결'하는 사람이 되어보려 한다. 과학과 대중 사이에, 영어와 한국어 사이에, 사람과 사이에 다리를 놓고 싶다. 물리학을 전공했지만 관심사는 그 밖의 모든 것이다. 대학을 졸업하고 읽고 쓰는 재미에 빠져 책 모임과 글 모임을 오랫동안 꾸려왔다. 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여성의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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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사용자와 헤어질 결심
예산 낭비를 지적하는 기사는 최근에도 흔히 볼 수 있다. 14억 들여 고친 테마파크의 하루 평균 방문객이 3명이라 기사는 수요예측을 잘못해 발생한 예산 낭비 사례이며, 100억 들여 조성한 오토캠핑장이 4년째 방치되었다는 기사는 접근환경을 만들지 못해 발생한 예산 낭비 사례이다. 170억을 투자해 개발된 스마트시티 서비스는  구축 후 운영관리에 대한 계획과 지원이 없어 유명무실해진 예산 낭비 사례도 있다.      과학기술 연구개발사업에서도 크고 작은 예산 낭비 사례들이 있다. 국가연구개발 사업 분야 중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에서 앞서 소개한 세 번째 예산 낭비 사례와 유사한 경우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진단할 자료가 없는 게 문제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은 크게 두 가지 형태로 결과물을 확인할 수 있다. 홈페이지에 접속해 사용하는 정보서비스가 있고, 응용프로그램(앱)을 모바일로 내려받아 사용하는 정보서비스가 있다. 정보서비스 사업은 국가 과학기술 지식정보서비스(NTIS)에서 관련 검색어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키워드로 생각할 수 있는 ‘웹서비스’, ‘데이터베이스구축’, ‘정보서비스’로 검색해 보면, 각 190건, 26건, 169건이 나온다. 이중 모두가 정보서비스 연구개발사업으로 볼 수는 없지만, NTIS에서 검색되는 정보들이 어느 시점 이전의 과거 데이터는 빠져있다거나,   과제의 세부 위탁사업인 경우 등록이 누락 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검색 결과로 나타난 수치만으로도 적지 않은 지원 사업들이 있다고 짐작할 수 있다.  이렇게 정부 예산으로 개발·구축된 정보서비스는  현재 잘 운영되고 있을까? 중단되었다면 얼마 동안 운영되고 중지된 것일까? 성공적으로 역할을 달성하고 사라진 것일까? 효율적 운영 차원에서 흡수/통합된 것일까? 웹 기반 정보서비스 사업들을 모아 보면 적지 않은 예산이 투입되었지만, 이런 궁금증을 살펴볼 수 있는 정책자료는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다. 유지가 더 힘든 정보서비스 사업 만약 연구개발사업으로 구축된 정보서비스가 언제인지 모르게 사라졌거나, 업데이트가 안 되고 방치되어 있다면, 그 이유가 무엇일까? 당연히 연구개발사업의 진행 결과물을 통합적으로 살펴볼 자료조차 없는 상황에서 정확한 이유를 찾기란 어렵다. 다만 과학 관련 정보센터에서 근무하면서 연구개발 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를 관심 있게 지켜본 경험에서 그 이유를 추측해 볼 수는 있다. 그 이유를 짐작해 보면, 대부분의 정보서비스 관련 연구개발사업이 단기과제로 진행되며, 정보서비스 구축만으로 과제가 완료되는 점에 있다고 본다. 그렇다 보니 구축된 정보서비스의 지속적인 운영관리는 예산이 확보되지 않는 이상, 과제 수행자의 의지에 맡겨 둘 수밖에 없다. 정보서비스 운영을 통해 수익모델을 마련한 경우가 드물게 있거나, 다른 유사 과제를 지원받아 운영비를 마련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국가연구개발사업 특성상 이미 정보서비스를 하는 경우 운영관리만을 위해 사업비를 지원해 주는 형태는 찾기 어렵다. 근무 경험이 있는 생물학 분야 연구정보서비스 사이트인 브릭도 연구자들 사이에 인지도가 높고, 하루 이용자도 수만 명이 넘지만, 수년간 매년 일몰 사업으로 검토되었다. 몇 개월 뒤 사업비 지원이 끊겨 서비스가 중단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환경이 오랜 기간 지속되었다. 이런 상황이니 단기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 사업들이 구축 후 운영관리까지 고려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구조이다. 운영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다행히 최근 들어 공공데이터포털, 연구정보콘텐츠통합같은 형태로 구축된 서비스나 데이터베이스를 국가적으로 관리하려는 노력이 보인다. 시행착오를 통해 개선된 바람직한 방향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한 점이 있다. 국가 연구개발사업으로 진행된 정보서비스 사업들에 대해 상황을 진단하고 점검할 수 있는 체계적인 관리가 부족하다. 아울러 정보서비스 사업은 “구축이 완료”라는 개념을 넘어 운영관리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변화도 필요하다. 그나마 구축 정보들의 사장을 막기 위해 진행되는 정보통합 형태도 문제가 있다. 지금은 정보가 적어서 문제가 아니라 정보가 많아서 문제인 시대이다. 신뢰성 있는 정보의 지속적인 업데이트와 구축된 정보를 이용자들이 잘 활용할 수 있도록 정보 큐레이터 역할도 높아지고 있다. 단순 정보 통합만이 해답이 될 수 없는 이유이다.  정보서비스의 가치는 지속적인 정보관리와 업데이트에서 더 큰 효율과 효과를 발생시킨다. 보여주기식 구축성과와 평가에만 관심을 두고 운영관리가 뒷전이 된다면, 애써 만든 정보서비스는 사용자와 언제인지 모를 “헤어질 결심”을 계속해야 한다. 국가 R&D사업으로 추진된 정보 구축 사업들이 사업 종료 후 유지관리가 안되어 사라진 것이 얼마나 되는지 알 수  없다. 이제는 그 규모와 이유를 살펴볼 수 있어야 한다. 국가 예산으로 구축한 정보서비가 한 여름 바닷가 백사장에서 놀이 삼아 짓고 허무는 모래성이 아니지 않는가? 작성자: 퐝AZ (ESC 회원이며, 기획업무도 하고 있습니다. 아재유머로 지구정복을 꿈꾸며, 철강 도시 포항에서 철없이 사는 퐝AZ입니다.)출처본 글은 사단법인 '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ESC)'에서 제작한 콘텐츠로,  ESC에서 운영 중인 과학기술인 커뮤니티 '숲사이(원문링크)'에 등록된 정보입니다.ESC: https://www.esckorea.org/숲사이: https://soopsc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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