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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 알못’이 팔레스타인 평화 집회에 가봤습니다
이 글은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후기이지만 사실 저는 평화를 그렇게 깊게 고민하지 않는 사람입니다. 태어났을 때도 전쟁의 위협은 없었고, 살아오는 내내 군복무 기간을 제외하면 ‘전쟁과 내 삶은 큰 연관이 없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습니다. 그리고 저는 새벽에 능률이 가장 높은 새벽형 인간입니다. 출근 시간이 정해져 있는 주중엔 어쩔 수 없이 일찍 일어나지만 주말엔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새 나라의 어른(?)으로 살고 있는데요. 그래서 시티즌패스의 ‘팔레스타인 평화를 바라는 집회, 같이 가요!’의 제목을 처음 봤을 때도 고민했습니다. 이제 막 일어나서 비몽사몽 할 시간인 토요일 낮 1시에 진행되는 집회는 큰 마음을 먹어야 참석이 가능했습니다. ‘이불 밖은 위험하다’는 생각이 머리 속에 잔뜩 들어찬 토요일 아침 힘겹게 눈을 뜨고 몸을 일으켰습니다. 그래도 다행히 청계천 광장이 집에서 멀지 않아서 금방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꽤 쌀쌀한 날씨에 차가운 바람이 잠에서 깨라고 독촉했고, 긴 시간 앉아있을 생각을 하니 카페인이 필요할 것 같았습니다. 평소엔 잘 마시지 않는 따뜻한 아메리카노 한 잔과 함께 10분 정도 일찍 광장에 도착했습니다. ”전쟁을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 찬 바람에도 멸종반란의 집회엔 7명의 이야기와 하나의 시, 하나의 연주로 진행된 오픈 마이크에서 전쟁의 종식을 바라고,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기원하는 마음이 나왔습니다. 가장 인상깊었던 점은 각자의 삶에서 평화를 바라는 마음들이 모였다는 것이었습니다. 누군가는 전쟁의 종식을 바라며 팔레스타인 아동의 입장에서 편지를 쓰고, 누군가는 시를 쓰면서, 또다른 누군가는 이스라엘산 자몽과 복숭아의 소비를 보이콧하면서 평화를 꿈꿨습니다.  특히 인상깊었던 몇 이야기를 함께 공유하려 하는데요. 이날 오픈 마이크에서는 전쟁없는 세상 쭈야, 펭귄 활동가가 발언뿐만 아니라 연주를 통해 전쟁의 종식을 바라는 마음을 나누어주셨는데요. 두 활동가는 지난해 6월 대한민국 방위사업전 행사에서 전쟁을 위한 무기 수출을 반대하며 장갑차 위에서 연주를 했다는 이유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장갑차 위에서 연주했던 곡을 오픈 마이크에서 연주하며 쭈야 활동가는 “우리가 낸 세금이 국제 전쟁에 쓰이고 있음을 목격"했다며 “전쟁 만드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싶지 않다"라고 이야기했습니다. 단체의 활동 사례를 공유한 경우도 있었는데요. 피스모모는 올해 1월 해외 미군 반환기지의 환경오염 문제를 연구로 환경재단의 연구지원사업에 선정되었습니다. 그러나 선정 이후 환경재단이 자체 ESG 플랫폼에서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넥스원 등 무기 제조 기업을 높게 평가한 점을 확인했고, 그린워싱 문제 제기와 함께 지원사업 참여를 취소했습니다. 피스모모 뭉치 활동가는 “무기 기업들이 장난치듯이 쓰는 돈에도 시민사회가 영향을 받는다”라며 “우리의, 삶과 전쟁 무기 산업이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직시해야 한다”라고 설명했습니다. 뭉치 활동가는 침기자들에게 “지치지 말고 무력하지 말고 행동으로 함께 가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찬바람 속에 진행된 멸종반란의 집회는 각자가 생각하는 전쟁의 종식 방법을 적어 붙이고, 크게 외치며 종료됐습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연대할 수 있다면 이날의 집회는 가까운 장소에서 이어서 진행된 팔레스타인과 연대하는 한국 시민사회 긴급행동의 10차 집회로 이어졌습니다. 아쉽게도 긴급행동의 집회는 끝까지 함께 하진 못했습니다. 찬 바람을 함께 맞으며 집회에 참여한 동료들과 인사를 나누고 집으로 돌아오는 토요일 오후 지하철에서 다양한 생각을 했습니다. 평화 ‘알못’인 저는 집회에 참여하며 ‘저 사람들은 왜 자기 일이 아님에도 저렇게 열정적일 수 있을까?’ 생각했습니다. 참여하면서 생각해 보니 질문이 틀렸더라고요. ‘자기 일이 아님에도 열정적인’ 게 아니라 ‘우리 일이기 때문에 열정적인’ 게 맞았습니다.  돌이켜보면 집회에 참여해서 앉아있는 시간은 각자의 이야기, 음악, 시를 들으면서 평화란 무엇인지, 왜 우리가 저 멀리 팔레스타인의 평화를 함께 만들어야 하는지 고민하는 시간이었습니다. 시티즌패스를 통해서 집회에 참여하기로 마음먹지 않았다면 아마도 부족한 잠을 채우며 보냈겠죠? 그래서 다음에도 집회에 갈 거냐고요? 어… 솔직히 토요일 낮 1시는 저에겐 너무 힘든 시간입니다. 그럼에도 시티즌패스의 다른 집회 참여 모임을 보면서 고민은 조금 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집회에 가서 앉아있는 대신 제가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이스라엘산 복숭아, 자몽의 소비를 멈추는 일부터 당장의 이익보다 소신을 지키는 연구를 응원하는 일까지 할 수 있는 일이 많겠더라고요.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 할 수 있는 일들로 연대하며 세상을 바꾸는 동료 시민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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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자동화 시대의 미디어와 공론 형성"
2023년 11월 21일 화요일 저녁, 참여연대에서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자동화 시대의 미디어와 공론 형성”이라는 주제로 시민사회단체들이 모여 논의했습니다. 이번 논의는 ‘대담한 대화’ 주최로 참여연대,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진보네트워크센터 구성원들이 함께 했습니다. 활동가와 변호사, 연구자 등이 모여 알고리즘을 통한 자동화가 우리 삶에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 어떤 대응이 필요한지 논의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현장에서 나온 이야기들을 더 많은 시민과 나누기 위해 논의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했습니다. 자동화된 의사결정, 시민이 확인할 수 있어야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알고리즘은 우리의 삶에 깊숙이 들어왔습니다. 유튜브, 넷플릭스의 콘텐츠 추천부터 티맵, 카카오맵 등 길 찾기 애플리케이션까지 많은 분들이 사용하고 계실 텐데요. 일상에서 자주 마주하는 이 일들에는 알고리즘이 우리의 결정에 영향을 끼치고 있습니다. 이런 경우를 ‘자동화된 의사결정’이라 부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떤 알고리즘들이 어떻게 우리의 삶에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하게 알고 있을까요? 애석하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시민들이 인식하고 있지 못한 ‘자동화 된 의사결정'들이 민주주의를 점차적으로 좀먹어 가고 있다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입니다. 이번 논의에서는 알고리즘에 의해 자동화된 의사결정 사례들을 공유하고, 어떻게 시민들에게 알릴 수 있을지를 함께 고민했습니다. 논의 과정에서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자동화된 의사결정의 사례들이 언급됐는데요. 대표적으로 소셜커머스 기업 쿠팡의 가격정책이 있습니다. 쿠팡은 자사의 멤버십 서비스 쿠팡와우를 구독하고 있는 이용자와 그렇지 않은 이용자에게 같은 물건을 두고 다른 가격으로 판매해 논란이 되었는데요.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하지 않은 이용자에게는 가입을 유도하기 위해 낮은 가격을 제시하고, 이미 멤버십 서비스를 구독한 이용자에겐 높은 가격을 제시하는 사례가 발견됐기 때문입니다. 이뿐만 아니라 자동화된 의사결정이 알고리즘, 인공지능의 등장 이전에도 존재했다는 의견도 나왔습니다. 예를 들어 자동차 보험의 경우 연령이 낮은 남성에게 더 비싸게 적용되는 사례가 있습니다. 논의를 통해 자동화된 의사결정은 우리 삶의 여러 분야에서 영향을 끼치고 있다는 공통된 문제의식이 생겼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실제 사례를 정리해 알고리즘 팁스와 같이 ‘시민들이 자동화된 의사결정 목록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습니다.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일까? 반면 상반된 반응이 나오는 주제도 있었는데요. 바로 기업의 알고리즘을 어떻게 볼 것인지에 대해서입니다. 알고리즘이 기업의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의견과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으로 나뉘었습니다. ‘영업비밀에 해당한다’는 의견은 기업의 알고리즘은 영업 비밀일 수 있지만 언제나 무조건적으로 보호받아야 하는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이 시민들의 삶에 영향을 미치고 있기에 적절한 범위 내에서 공개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일본의 독점 플랫폼 규제법 등 세계적인 알고리즘 규제가 투명성과 공정성을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한국에서도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의무를 부과하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는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영업기밀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의견은 알고리즘 자체만으로는 영업 비밀로 볼 수 없고, 알고리즘을 기업의 영업 비밀로 규정할 경우 문제점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문제의식이 주요 내용이었습니다. 현재도 개인정보, 영업비밀 등의 이유로 정보공개청구, 소송 등에서 공개하지 않는 정보들이 있는데 알고리즘을 영업 비밀로 규정할 경우,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확인할 수 없다는 점이 핵심이라는 시각이었습니다. 알고리즘을 기업의 영업 비밀로 봐야 하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두 의견 모두 기업의 알고리즘으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이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공감대를 형성했습니다. 어떤 방식으로 해결해 나갈 수 있을지 사회적 논의가 시급합니다.  급속도로 발전하는 기술을 어떻게 규제할 것인가 챗 GPT를 비롯한 생성형 인공지능의 등장은 우리 삶에 새로운 기술이 어떻게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는데요. 동시에 인공지능으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문제들을 어떻게 규제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전사회적으로 시급하게 논의해 나가야 한다는 문제의식이 대두했습니다. 이번 논의에서도 디지털 기술의 규제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규제에 대한 논의는 현상을 분석하는 것부터 시작하는데요. 이번 논의에서는 규제의 도입 이전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의 발전 속도를 고려해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습니다. 현재의 기술이 급속도로 발전하고 있고, 심지어 기술을 개발하는 기업조차 예측이 불가능한 상황임을 고려해야 한다는 건데요. 이를테면 검색 알고리즘을 개발해 도입한 기업에서도 특정 키워드의 검색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예로 들 수 있을 것입니다. 기업의 알고리즘 공개와 관련해서도 비슷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었습니다. 알고리즘을 개발하고 있는 기업에서도, 알고리즘이 발전해 나가는 과정에서 여러 알고리즘들이 얽히고 복잡해지기 때문에 알고리즘을 모두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더라도 해석하는 것이 불가능해진다는 우려였습니다.이와 같은 고민들을 바탕으로 알고리즘과 인공지능에 대한 규제 방향이 논의되어야 한다는 의견입니다.  이는 앞서 이야기 된 논의와도 관련지어 고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기술 발전 속도는 빠르지만 제도의 규제는 느리기 때문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고려 했을 때, 시민들이 자동화된 의사결정을 인지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을 우선해야 한다는 주장입니다. 이번 논의를 진행하며 여러 관점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현재 상황에서 보다 많은 시민사회 구성원들이 디지털 기술의 발전에 따른 사회변화를 함께 톺아보며 연결과 협력을 만들어 갈 필요가 있다는 것에 의견을 모았습니다. 알고리즘 등은 디지털 세상에 살고 있는 시민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고 있고 정치, 사회, 문화 현상으로 드러나고 있지만, 기업은 기술적 측면만을 고려하는 경향이 확연히 강화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반면 시민사회에서는 기술적 이해 없이 디지털 변화에 따른 정치사회적 문제들을 따라잡기 어려워하는 상황에 처해 있기도 합니다. 학계와 언론 및 미디어뿐만 아니라 시민사회가 알고리즘과 인공지능 등 디지털 기술에 대해 이해하고 관련하여 발생하는 문제들에 대해 시민들에게 알리는 시민사회의 역할에 있어 다방면의 협업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 한 번의 논의로 바로 정답을 얻을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디지털 기술의 등장과 발전에 학계와 언론계, 시민사회가 함께 기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문제의식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됩니다.  이 글은 대담한 대화 홈페이지에도 동시에 게재되었습니다.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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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안전] 수많은 ‘이름에게’
#1 그는 영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습니다. 넉넉하지 않은 가정형편이었기에 고등학교 방학 기간에도 쉬지 않고 아르바이트 노동을 했고, 취업을 위해 진로도 변경했습니다. 이 청년은 언제나 성실했지만 여느 20대가 겪는 것처럼 취업의 문턱은 높았습니다. 원했던 일자리는 아니었지만 2018년 9월 화력발전소 하청업체의 비정규직으로 일하게 됐습니다. 지금은 비정규직으로 일하고 있지만 경험을 쌓아 더 안정적인 일자리로 옮기길 꿈꿨습니다. 첫 월급으로 엄마가 평소에 즐겨 먹고, 쓰던 비타민, 보습크림, 홍삼을 사오는 살가운 아들이기도 했습니다. #2 그는 엄마가 해준 시금치 나물을 좋아했습니다. 누나들과 가족을 참 아꼈습니다. 노래도 좋아하고, 기타 연주도 잘 했습니다. 수학을 특히 잘했던 그는 수학과로 진학해 성적 장학금을 받기도 했지만 취업을 위해 기술을 배워야 하는 것이 아닐지 고민했습니다. 군대를 졸업한 후 코로나19로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면서 시간이 남을 때마다 아버지가 일하던 평택항에서 일과 공부를 병행했습니다. 일해서 번 돈으로 누나, 조카들에게 간식을 베풀며 즐거움을 느꼈습니다. 아빠는 핸드폰에 그의 번호를 ‘삶의 희망’으로 저장했습니다. #3 그는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습니다. 그의 어릴 적 꿈은 배구선수였습니다. 초등학교 3학년부터 기숙사 생활을 하며 배구를 했지만 꿈을 향한 길은 쉽지 않았습니다. 중학교에 진학한 후 배구부 내 학교폭력 피해를 겪었고, 배구선수의 꿈을 포기하게 됐습니다. 그는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돈을 벌고 싶어 했습니다. 그래서 직업계 고등학교 진학을 결심했고, 엄마는 그에게 전망이 있다고 생각한 애완동물과를 추천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이 된 그는 한 대기업 통신사의 콜센터에 ‘실습생’으로 취직하게 됐습니다. 앞서 설명한 세 사람이 어떻게 느껴지시나요? 때로는 현실 때문에 꿈을 포기해야 했고, 가족을 아끼고, 주어진 일에 최선을 다 하는, 내 주변 어딘가, 혹은 나와 같은 사람들이라고 느껴지시나요? 반지의 제왕을 좋아했던 태안화력발전소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는 2018년 12월 10일 석탄 운반용 컨베이어 벨트에 끼어 사망했습니다.  엄마가 해준 시금치 나물을 좋아했던 물류기업 동방의 일용직 아르바이트 노동자 이선호 씨는 2021년 4월 22일 평택항 부두에서 컨테이너 날개에 깔려 사망했습니다. 친구들과 수다 떨기를 좋아했던 LG유플러스 고객센터 엘비휴넷 노동자 홍수연 씨는 업무 중 지속적인 폭언을 듣고, 실적압박을 받은 뒤 2017년 1월 23일 섬진강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었습니다. 세 노동자의 산업재해 사고 들어보신 적 있으시죠? 앞의 이야기를 듣고 보시니 조금 다르게 느껴지시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산업재해 사고를 마주할 때마다 그 사람은 어떤 사람인지 찾아보곤 합니다. 이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다 보면 너무나 평범하고, 나와 비슷한 사람들이라는 걸 자주 느낍니다. 이 습관은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 생겼는데요. 동갑내기였던 김용균 노동자의 죽음은 여러모로 남의 이야기 같지 않았습니다. 일하다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세상 사실 산업재해 문제에 대해 고민하게 된 건 김용균 노동자의 사망 이후부터였습니다. 김용균 노동자와 저는 같은 해에 태어나 같은 시대를 살고, 같은 고민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기득권은 언제나 상대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를 마주하며 한편으론 부끄러움을 느꼈습니다. 운이 좋게도 키보드와 모니터 앞에서 노동을 하고 있던 저는 상대적으로 안전했기 때문에 컨베이어 벨트 앞에서 노동을 하는 김용균 노동자의 노동환경에 대해 고민할 일이 없었으니까요. ‘나는 상대적 기득권이어서 너무 쉽게 산업재해 문제를 외면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맴돌았습니다. 어떤 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묻는다면 정확한 답을 하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하지만 한 가지는 확실합니다. 적어도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애석하게도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문장은 너무 당연하지만 한국에선 당연하지 않습니다. 여전히 너무 많은 노동자가 일하러 출근해 집에 돌아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금 멀쩡히 살아서 일하고 있는 우리는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다면 살아남은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런 현실을 바꾸기 위해선 상대적 기득권을 비롯한 많은 사람들의 공감이 있어야 합니다. 무엇보다 산업재해를 돈의 문제로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상식이 통하는 세상이라면 산업재해로 기업이 위축될 것을 우려할 것이 아니라 내 주변, 혹은 또 다른 내가 일하다 죽는 것을 걱정해야 합니다. 돈을 이유로 일하다 죽지 않아야 한다는 당연한 상식을 외면한다면 김용균, 이선호, 홍수연과 같은 또 다른 이름을 기억해야 할 겁니다. 그리고 그 이름이 어쩌면 나 혹은 당신의 이름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수많은 이름이 헛되지 않도록 저는 잊고 싶지 않은 일이나 사람을 기억하기 위해서 음악을 이용하는 편입니다. 특정한 가사를 들으면 장면이나 얼굴이 떠올라서 시계를 되돌릴 수 있기 때문인데요. 김용균 노동자의 사고 이후에 가장 많이 들었던 노래는 가수 아이유의 ‘이름에게’였습니다. TMI를 조금 풀자면 곡을 부른 아이유 씨는 2017년 콘서트에서 이 노래가 “어디에 살고, 무슨 직업을 가졌고 이런 조건 없이 어떤 한 사람이 다른 한 사람에게 하는 위로 같은 곡”, “사람으로서 하고 싶은 말을 잘 골라서 사람으로서 쓰고 사람으로서 부른 곡”이라 설명했습니다. 사실 이 곡은 아이유 씨가 조금 더 완벽하게 만들고 싶다는 마음으로 가창에 집중하기 위해 가사를 작사가 김이나 씨에게 부탁한 노래이기도 한데요. 저는 12월 언저리가 되거나 산업재해 사고 소식을 볼 때마다 이 곡을 항상 떠올립니다. 누군가에게 전하는 위로의 가사이기도 하지만 스스로에 대한 다짐의 가사로 느껴지기도 해서요. 잊지 않고 기억하겠다는 마음을 되새길 때도 찾아 듣곤 합니다. ‘김용균’, ‘이선호’, ‘홍수연’을 비롯해 우리가 기억해야 하는 수많은 이름들이 헛되지 않도록 일하다 죽지 않는 사회가 만들어지면 좋겠습니다. 많은 분들이 노래와 함께 산업재해 문제에 관심을 가져 기억해야 할 이름이 이제는 더 생기지 않길 바라며 곡의 마지막 가사를 공유합니다. 수 없이 잃었던 춥고 모진 날 사이로 조용히 잊혀진 네 이름을 알아멈추지 않을게 몇 번이라도 외칠게 믿을 수 없도록 멀어도 가자 이 새벽이 끝나는 곳으로 참고자료 내 아들, 내 친구, 우리 모두의 김용균(한겨레21.2018.12.28) 정규직 전환 희망하던 평범한 청년의 죽음(발전산업신문.2018.12.12)  “일터엔 주인잃은 전공노트…꿈도 희망도 안전부재에 스러져”(한겨레.2021.05.09)  “우리 딸 수연이 죽음 때도 반짝 관심…‘다음 소희’ 더는 없어야”(한겨레.2023.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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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아동학대 신고 건수가 급증했다는 기사, 사실일까요?
아동 학대에 대한 관심은 주요 사건이 벌어질 때 커집니다. 주로 사건 가해자의 잔혹성과 가해 행위, 피해자의 연령 등이 언론을 통해 부각되는데요. 보다 중요한 건 꾸준한 관심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잘 살펴봐야 하는 게 통계가 아닐까 합니다. 그래서 관련 통계를 찾아보던 중 아동학대 사건이 2020년에 비해 2021년에 21%나 증가했다는 기사를 찾았습니다. 내용이 사실인지 궁금해서 관련 통계를 찾아보고,  2022년 자료와도 비교해봤습니다.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찾아봅시다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키워드로 검색해보니 기사에서 언급한 내용을 쉽게 찾을 수 있었습니다. 보건복지부가 2021년 아동학대 연차보고서를 발간했다는 정보를 전달한 정책브리핑에 관련 내용이 있었는데요. 기사에서 전달한 것처럼 보도자료에는 2020년에 비해 2021년 아동학대 사건이 21% 증가했다는 내용이 담겨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그칠 수는 없겠죠. 통계를 조금 더 면밀하게 확인해보면 좋겠죠. 2022년 통계도 확인하고요. 그래서 보건복지부의 연구자료 게시판에서 아동학대 관련 통계를 찾아봤습니다. 검색 결과 연도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2022년 주요통계도 보이네요. 자신있게 2021년 주요통계를 확인하기 위해 게시글을 클릭했는데요. 당황스러웠습니다. 보건복지부 홈페이지에 파일 첨부가 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인데요. (보건복지부 관계자님 보고 계시면 파일 첨부해서 수정해주세요) 당황하지 않고 데이터 활동의 동반자 구글 검색을 활용했습니다. 정확한 자료를 찾기 위해 “2021년 아동학대 주요통계”를 쌍따옴표로 검색해 찾아보니 어렵지 않게 관련 자료가 발견됐는데요. 아동권리보장원의 아동주요통계 자료실에 같은 자료가 업로드 되어 있었습니다. 이제 확인한 자료를 열어보고 비교할 시간입니다. 공개된 통계를 비교해봅시다 애석하게도 공개된 자료는 모두 PDF 파일이었는데요. PDF 파일에 담긴 데이터는 활용이 어렵습니다. 그래서 엑셀 데이터 형식으로의 변환이 필요한데요. 이번에는 무료로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PDF 파일을 엑셀 형식으로 변환해주는 알PDF를 활용해봤습니다. 다운로드 받은 2021년, 2022년 아동학대 주요통계 모두 큰 문제 없이 엑셀 파일로 변환됐네요. 이제 두 파일에서 전체 신고건수와 학대판단건수를 비교해보죠. 2021년과 2022년 아동학대의심사례와 아동학대 사례 통계를 비교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년도 아동학대의심사례 아동학대사례 2021년 52,083건 37,605건(+21.7%) 2022년 44,531건 27,971건(-25.6%) 출처: 2021~2022년 시도별 아동학대의심사례, 아동학대사례 건수 비교해보니 2021년에 비해 2022년엔 큰 숫자로 통계가 줄어들었음이 확인됩니다. 기사에 언급됐던 증감률을 계산해보면 2020년 대비 2021년엔 21.7%가 증가했고, 2021년 대비 2022년엔 25.6%가 감소했습니다. 투명하고, 접근성이 높은 데이터 공개가 필요합니다 사실 앞선 통계 비교만 보면 2021년까지의 통계로 아동학대 사례가 급증한 것을 우려한 기사가 호들갑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요. 아직 속단하긴 이릅니다. 통계 변화의 배경을 살피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아쉽게도 저는 변화의 원인 등을 구체적으로 찾진 못했는데요. 오늘은 원인보단 통계의 비교와 연도별 분석에 대한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려 합니다. 앞서 확인한 것처럼 하나의 통계를 장기간 살펴보면 데이터를 통해 추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매해 발표되는 통계가 하나의 데이터로 존재하는 것에서 그치면 가치가 떨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그래서 같은 통계를 장기간 비교하고 경향성을 살피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하나의 단편적 통계로는 무리가 있겠지만 여러 데이터가 쌓인다면 아동학대 예방 정책의 정비 등에도 활용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선 더 많은 사람이 데이터를 들여다보고, 데이터와 현실의 문제를 연결시키는 작업을 진행해야 합니다. 당연히 투명하고, 누구나 활용할 수 있는 형식의 데이터 제공도 필요하고요. 투명하고, 접근성이 높은 방식으로 공개된 데이터를 바탕으로 아동학대 문제를 비롯해 다양한 분야에서 많은 시빅해커, 시민데이터저널리스트, 시민팩트체커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협업하는 환경이 만들어지길 바라봅니다.
아동학대 근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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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평화]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면
애석하게도 오늘은 지루하고 재미없는 군대 얘기를 좀 해보려고 한다. (최대한 적게 쓰려고 했으니까 조금만 참아주시길 부탁드린다) 올해 8월 말 마지막 예비군 훈련을 다녀왔다. TMI이지만 예비군 훈련은 금요일이었고, 나는 월요일에 코로나19 확진을 받았다. 코로나19 확진 후 훈련에 참여하는 것도 당황스러운데 내가 받아야 하는 훈련 이름이 더 당황스러웠다. 살아생전 들어본 적도 없는 ‘저격수 훈련’이라니. 도대체 저격수 훈련은 어떤 사람들이 끌려가는(?) 것인지 궁금해졌다. 그래서 찾아봤더니 현역 시절에 ‘특급사수’ 이력이 있으면 차출당한다는 믿거나 말거나 식의 커뮤니티 글이 검색됐다. 불현듯 8년 전 여름이 떠올랐다. 논산훈련소 사격장은 너무 더웠다. 누구나 그렇겠지만 한여름에 뜨거운 햇빛이 내리쬐는 외부에서 같은 일을 반복하는 건 힘들다. 그때의 나도 그랬고, 빨리 쉬고 싶었다. 나는 운이 좋게도 단 한 번에(!) 20발 중 18발을 맞췄다. 사격 훈련이 끝날 때까지의 휴식은 물론이고, 어쩌다 보니 중대 1등을 기록해서 특급사수 표창까지 받았다. 그게 내 인생 마지막 특급사수였다. 물론 2년 가까운 군 생활에서 사격 훈련은 한참 더 있었다. 하지만 멋모르던 훈련병 시절 이후 나는 사격을 좋아하지 않게 됐다. 나름의 계기가 있었다. 내가 생활했던 부대 안에는 동원훈련을 위한 사격장이 있었다. 사격장 뒤로는 순찰로가 있었고, 사격이 진행되는 동안엔 안전을 위해서 순찰을 하지 않았다. 군 생활 절반이 채 안 되었던 시기로 기억하는데, 영점 사격을 한창 하던 중 순찰로에서 병사 두 명이 내려오는 일이 발생했다. 다행히 어느 누구도 다치지 않았다. 하지만 그날 이후로 총기의 조준선 너머로 보이는 표적이 단순한 종이, 플라스틱으로 느껴지지 않았다. “총 쏘시는 거 좋아들하시니까 마지막 훈련 열심히 받고 가세요” 마지막 예비군 훈련은 운이 좋게도 3시간이나 일찍 끝났다. 어떻게든 집에 일찍 가고야 말겠다는 예비군들의 집념이 만들어 낸 사격 우수 성과 덕분이었다. 그런데 끝나고 집에 돌아오는 길이 마냥 유쾌하진 않았다. 예비군 훈련장에서 들었던 교관의 말이 맴돌았기 때문이었다. ‘나는 뭘 위해서 오늘 총을 40발이나 쏜 걸까? 사격을 즐거워해도 되는 걸까?’ 전투복을 입고 집으로 돌아오는 내내 생각했지만 답을 찾지 못했다. 내 손에 있던 총기가 향했던 곳엔 종이 표적지가 있었지만 세계 곳곳에 있는 누군가의 손에 있는 총기는 살아있는 사람을 향하고 있다. 분쟁, 갈등, 투쟁의 역사에 적혀있는 사례들을 보면 알 수 있듯이 2023년의 우크라이나, 팔레스타인뿐만 아니라 과거의 한반도를 비롯해 수많은 곳에서 사람의 손으로 사람을 죽이는 일들이 벌어졌다. 누군가에겐 투쟁이었고, 누군가는 분쟁 혹은 전쟁이라 표현했지만 그 과정에서 수많은 사람이 죽었다. 분쟁과 전쟁은 비단 사람의 죽음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한국 전쟁이 시작된 지 70년이 넘은 지금도 한반도에선 ‘빨갱이’, ‘종북좌파’ 같은 용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한다. 이념전쟁이 끝난 지 한참이 지났지만 시계가 느린 분들이 참 많다. 자기 주머니를 채우기 위해 철 지난 이념을 악용하는 사람도 참 많다. 없는 간첩도 만들어 내던 시대보다야 덜 하겠지만 여전히 북한에 대한 적개심은 사라지지 않았다. 분쟁과 전쟁은 수많은 사람의 희생뿐만 아니라 상대에 대한 무조건적인 적대도 만들어 냈다. 사람이 죽지 않아야 한다는 건 너무 당연한 명제다. 평화가 필요하고, 함께 만들어 가야 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우리는 평화를 위해 어떤 일을 해야 할까? 답은 사실 나도 모르겠다. 하지만 최근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갈등을 보며 한 가지 확실한 건 ‘힘에 의한 평화’와 같은 거짓말은 하지도, 믿지도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내 무장조직 하마스의 군사력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큰 차이였다. 그 큰 차이가 평화를 만들어줬을까? 오히려 평화를 위한 노력 대신 큰 힘의 차이를 만들어 상대를 억압한 결과가 지금의 상황이 아닐까? 너무 뻔한 말 같지만 그래서 진짜 평화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배경엔 분쟁과 전쟁 속에 있는 누군가의 이야기에 대한 공감과 지속적인 관심이 있을 것이다. 상대에게 총구를 들이밀면 총구가 돌아올 것이다. 반대로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다면 그때 비로소 평화가 찾아오지 않을까?
국제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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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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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 방류 후 윤석열 대통령은 수산시장에서 이런 말을 했습니다
일본 정부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가 방류 뒤 한국의 윤석열 대통령은 8월 31일 노량진 수산시장을 찾았습니다. 윤 대통령이 시장을 찾아 한 발언들은 곧바로 한겨레 ‘우럭탕 한 그릇 비운 윤 대통령 “상인들 힘 나면 좋겠다”’ 등 언론에 보도됐는데요. “제가 와서 조금이라도 시장 상인들이 힘이 나면 좋겠다” 등의 내용이었습니다. 대통령의 발언은 정부의 입장과도 연결되기에 꽤나 중요한 데이터입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이 언론에 보도된 발언을 했는지, 다른 말은 더 하지 않았는지 궁금해졌습니다. 그래서 원본 데이터를 찾아나섰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데이터를 찾아봅시다 데이터를 찾는 과정은 꽤나 막막합니다. 하지만 막막하더라도 무엇이든 해야 시작이 되겠죠. 저는 한국 대통령의 발언이니 관련 정보가 모두 모여있을 것만 같은 ‘대통령실’을 구글에 검색해서 들어갔습니다. 대통령실 메뉴를 보니 왠지 발언을 금방 찾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첫 번째로 확인한 메뉴 목록에서 ‘대통령의 말과 글’을 찾았기 때문이죠. 왠지 일이 술술 풀릴 것 같습니다. 금방 데이터를 찾고 스스로 뿌듯해할 것 같은 느낌이 마구 듭니다. 하지만 마음대로 되지 않는 게 우리 삶이죠? 예상과 달리 ‘대통령의 말과 글’ 게시판엔 8월 31일 윤석열 대통령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했던 발언이 없었습니다.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입니다.  마침 대통령실 메뉴에 돋보기 모양의 검색 버튼이 보이네요. 그래서 검색을 통해서 발언을 찾아봅니다. 키워드는 아무래도 정보를 곧바로 찾으려면 반드시 들어가면서도, 흔한 정보와 겹치지 않는 단어가 좋겠죠. 핵심 요소 중 하나인 ‘수산시장’으로 키워드를 정했습니다.  역시 선택이 옳았습니다! 검색해보니 윤 대통령 발언이 담긴 브리핑이 곧바로 보이네요. 이제 내용을 확인할 차례입니다. 내용을 보니 언론 보도에서 했던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이 존재했습니다. 적어도 언론 보도가 없는 말을 지어낸 건 아니었네요. 브리핑 내용을 보면 윤 대통령의 발언 외에도 시장 상인들의 반응도 들어가 있습니다. 찾은 데이터를 기록해봅시다 데이터를 찾는 것만큼 중요한 게 데이터를 기록하는 겁니다. 데이터를 기록할 때는 1. 누구나 이용할 수 있고, 2. 쉽게 접근할 수 있으며, 3. 원형이 훼손되지 않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도 세 가지 원칙에 맞춰서 기록해봤습니다. 우선 웹페이지를 사라지지 않도록 저장해주는 웹페이지 아카이브를 활용해 브리핑 페이지가 사라지지 않도록 보존했습니다.(이제 대통령실에서 해당 브리핑이 삭제되도 내용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 아카이빙 페이지는 누구나 링크만 있으면 들어올 수 있습니다. 웹페이지 아카이브 페이지에서 검색해서 찾을 수도 있고요. 그럼 3가지 원칙을 모두 준수한 데이터가 완성됐네요. 아카이빙 링크를 활용해서 데이터트러스트에 언론 보도 등 활용사례와 함께 데이터를 등록했습니다. 2023년 8월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 미래에는 어떻게 평가될까 발언을 찾다보니 윤석열 대통령의 방문 당시를 담은 영상도 대통령실 홈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었습니다. 오염수 방류 후 윤 대통령은 일관되게 ‘방류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습니다. 윤 대통령이 노량진 수산시장에서 했던 발언들도 비슷한 맥락에서 나왔습니다. 오염수 방류를 두고 방사능 물질이 바다에 확산되는 것의 안전성을 우려하는 반응과 안전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반응이 나뉘고 있습니다. 10년, 20년, 30년이 흘러 우리는 두 반응을 어떻게 평가하게 될까요?  사실 저는 30년 뒤 미래를 감히 예측할 능력이 없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발언들을 데이터로 기록해둔다면 미래의 누군가가 이에 대한 평가를 할 수 있을 겁니다. 앞서 보신 것과 같은 과정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을 기록한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시간이 흘러 지금의 발언을 누군가가 제대로 평가할 수 있도록 자료를 남기는 겁니다. 더 많은 자료를 위해선 더 많은 시민의 참여가 필요합니다. 여기까지 보셨다면 일본 원전 오염수 아카이브에 데이터 하나 등록해보시면 좋지 않을까요? 👉일본 원전 오염수 아카이브에 데이터 등록하러 가기!
탈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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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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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 대응에 필요한 건 당신의 작은 행동
여러분은 기후위기를 언제 체감하시나요? 여러 순간이 있겠지만 저는 여름이 시작되기 전 뉴스를 보면서 체감하게 됩니다. 언젠가부터 매년 ‘올해가 역사상 가장 더운 여름이 될 것’, ‘가장 긴 장마가 올 것’이라는 말을 듣게 된 것 같은데요. 이런 뉴스를 접할 때마다 ‘우리는 기후위기를 바라보기만 해야하는 걸까?’ 생각하게 됩니다. 기후위기 앞에 놓인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요? F1 챔피언과 기후 위기 오늘은 기후위기와 함께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레이싱 대회인 포뮬러 원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자동차 경주’하면 곧바로 떠오르는 엄청나게 큰 배기음과 시속 300km 이상의 속도로 달리는 그 대회가 맞습니다. 그런데 왜 갑자기 포뮬러 원 이야기냐고요? 기후위기에 누구보다 진심인 포뮬러 원 챔피언이 있기 때문입니다. 포뮬러 원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돈이 오고가는 스포츠 중 하나입니다. 자연스레 포뮬러 원 챔피언은 세계 최고 연봉 직장인(?) 반열에 오릅니다. 막대한 연봉을 받는 포뮬러 원 챔피언의 일상은 대부분 화려한 면모로 주목을 받습니다. 하지만 포뮬러 원 챔피언 중 경기장 밖에서의 삶이 다른 방식으로 주목받은 인물이 있는데요. 바로 포뮬러 원을 네 번이나 우승한 전설적인 선수 세바스티안 베텔입니다. 베텔은 4회 우승을 이룬 후 큰 명성을 얻은 뒤 꾸준히 기후위기에 목소리를 내어 왔습니다. 포뮬러 원의 탄소중립 실천을 위해 팀들이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지속적으로 촉구했고요. 은퇴 시즌이 진행되던 시기 BBC에 출연해 기후변화 속에서 세계를 돌아다니며 자동차 경주를 펼치는 직업에 의문을 품게 됐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베텔의 기후위기 대응 활동은 말뿐만 아니라 행동으로도 이어졌습니다. 가장 상징적인 장면은 지난해 미국 마이애미 대회에서 나왔습니다. 마이애미는 기후위기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피해 발생이 예상되는 지역중 하나입니다. 이에 베텔은 기후위기에 대한 행동이 없다면 2060년 마이애미 그랑프리가 물 속에서 열릴 수 있다는 메시지가 담긴 티셔츠를 입고 나와 기후변화 대응을 촉구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베텔은 영국 그랑프리가 끝난 이후에 경기장을 직접 청소하기도 했는데요.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작은 실천을 통해 세계 최고의 포뮬러 원 선수이자 기후위기 활동가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줬죠.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이 만드는 변화 세바스티안 베텔이 보여준 행동은 사회적 지위, 직업 등과 상관없이 누구나 기후위기 활동가가 될 수 있다는 걸 의미합니다. 대부분의 문제가 그렇듯이 기후위기도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으로 해결의 시작점을 만들 수 있습니다. 평범한 사람들의 작은 행동으로 변화를 만들어낸 대표적인 사례가 일회용 컵 보증금제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는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이고, 재활용을 촉진하기 위해 마련됐는데요. 음료를 테이크 아웃할 때 보증금을 지불하고 컵을 반납할 때 보증금을 받는 방식입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 제정 과정에는 시민들의 참여가 있었습니다. 다양한 캠페인으로 일회용 컵 보증금제를 알리고, 입법을 촉구한 것인데요. 다양한 시민들이 모여 온라인에서 전국에 버려져 있는 일회용 컵의 사진을 지도에 모으고, 오프라인에서 버려진 일회용 컵을 직접 수거한 뒤 세척 후 반환하는 활동을 진행했습니다. 이어 실질적인 법적 제도 마련을 위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들에게 입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죠. 그 결과 2020년 5월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국회에서 통과되는 성과를 냈습니다. 장마 피해를 줄이는 막힌 빗물받이 점검 지난 여름, 수도권에서 발생한 집중 호우로 인해 큰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다시 여름이 찾아오고, 올해도 장마철 비로 인한 침수 피해가 발생했습니다. 앞서 살펴본 사례처럼 변화는 평범한 시민들의 작은 행동에서부터 만들어집니다. 기후위기를 멈추기 위한 다양한 활동들과 함께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최소화 할 수 있는 활동들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한다면 피해를 줄일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작은 실천으로 기후변화로 인한 피해를 줄일 수 있는 빗물받이 지도 제작 캠페인 참여를 제안드립니다. 빗물받이는 빗물을 하수관까지 이동시켜 침수를 방지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 빗물받이가 담배꽁초, 각종 오물, 고무판 등으로 막혀있다면 침수가 3배 더 빠르게 진행됩니다. 침수 피해를 줄이기 위해선 빗물이 원활하게 하수관으로 이동할 수 있도록 주변에 막힌 빗물받이가 있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내 주변의 빗물받이 점검하고, 막힌 빗물받이를 찍어 사진을 업로드 하는 것만으로도 기후위기로 발생하는 피해를 함께 줄일 수 있습니다. 여러분이 제보해주신 막힌 빗물받이는 매주 안전신문고를 통해 신고될 예정입니다. 더 많은 시민이 막힌 빗물받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참여할 때 변화를 만들 수 있습니다. 기후위기 속에서 문제를 함께 해결하기 위한 여러분의 참여를 기다립니다! ☔빗물받이 지도 제작 캠페인 참여하기(클릭) ✏️글 : 바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캠페인즈팀 활동가 / bada@parti.coop
기후위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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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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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어가는 허위정보 확산, 우리는 어떻게 해야할까요?
‘허위정보 확산’은 전 세계가 공통으로 겪고 있는 문제입니다. 국가를 가리지 않고 정치, 사회 등 다양한 분야에서 허위정보가 등장하고 있습니다. 허위정보는 개인의 명예 실추부터 사회 분열까지 다방면으로 문제를 일으킬 수 있습니다. 우리는 페이스북, 트위터 등 소셜미디어의 성장을 지켜봤습니다. 그리고 유튜브까지 등장하면서 인터넷을 통해 확산하는 정보의 양은 전과 비교가 불가능 할 정도로 늘었습니다. 디지털 플랫폼의 성장은 누구나 손쉽게 정보를 만들고,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지만 허위정보가 빠르게 확산할 수 있다는 단점도 있죠. 그렇다면 다양한 디지털 플랫폼이 등장한 시대에서 우리는 어떻게 허위정보의 확산을 막을 수 있을까요? 허위정보 생산의 새로운 도구로 떠오른 인공지능 최근 들어 가장 큰 관심을 받는 키워드는 단연 ‘인공지능’입니다. 챗 GPT 한 번쯤 써보셨죠? 선두 주자였던 오픈AI의 챗 GPT 이후 구글이 바드를 공개하는 등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기술이 연달아 발표되고 있습니다. 이런 기술을 사용하다 보면 자연스레 ‘기술의 발전이 내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이 늘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흘러가진 않죠. 인공지능 기술도 마찬가지입니다. 올해 3월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맨해튼에서 경찰에게 체포되는 이미지가 트위터를 통해 퍼졌습니다. 이미지 속 특유의 머리카락 모양과 익살스러운 표정은 누가 봐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라고 믿게 했는데요. 여러 곳에 퍼진 이미지의 시작은 디지털 자료 분석단체 '벨링캣'의 창립자 엘리엇 히긴스의 트윗이었습니다. 히긴스는 인공지능 이미지 생성 툴 ‘미드저니’를 통해 이 이미지를 만들었다고 밝혔습니다. 인공지능이 만든 이미지로 허위정보가 확산된 비슷한 사례는 연이어 나왔습니다. 올해 5월 트위터에서 미국 국방성의 본청 청사 ‘펜타곤’에 대형 폭발이 있었다는 정보가 이미지와 함께 올라왔는데요. ‘Bloomberg feed’라는 계정에 올라온 이 트윗도 얼마 지나지 않아 AI로 제작된 이미지에 허위정보가 추가된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미국의 극우 집단 ‘Proud Boys’를 분석해 관련 서적을 쓴 작가 앤디 캠벨은 본인의 트위터를 통해 해당 트윗이 언론사 ‘Bloomberg’를 사칭한 계정의 허위정보임을 지적했습니다. 이뿐만 아니라 ‘AI가 저널리즘을 대체할 수 있을까요?’를 보면 미국의 정보통신 전문 매체 씨넷도 AI를 활용하는 과정에서 문제를 일으켰는데요. 씨넷은 이용자에게 별도의 공지 없이 AI를 활용해 기사를 작성했습니다. 하지만 AI를 활용해 작성한 기사에 허위 정보가 들어가 있었음에도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습니다. 악의가 있던 것은 아니었지만 결국 한 달이 지나서야 77개의 기사에 허위 정보가 포함되었음을 인정하고 이를 바로잡았죠. 새로운 기술이 허위정보 생산의 도구가 된다면? 앞서 살펴본 내용은 인공지능이 허위정보 확산에 악용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의 단편적 예시입니다. 이런 단편적 예시를 보면 조금 더 복잡한 방식으로도 악용할 수 있다고 추정할 수 있죠. 쉽게 토론할 수 있는 사례를 들어보겠습니다. 지난 2020년 MBN은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해 김주하 앵커의 AI를 개발해 뉴스에 도입했습니다. 기술이 적용된 영상을 보면 김 앵커의 목소리까지 더해져 큰 어색함을 느낄 수 없습니다. 물론 아직까진 사람과 차이가 있다는 것은 인지할 수 있는 수준이지만 기술이 더 발전된다면 격차가 좁혀질 수 있겠죠. 지난 제20대 대통령 선거에서 등장했던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AI도 유사합니다. 뉴스 앵커, 정치인이 말하는 모습을 인공지능으로 구현할 수 있는 상황입니다. MBN 이혁근 기자가 2021년에 작성한 논문 ‘AI 앵커에 대한 시청자 반응 연구: 인간 앵커와 AI 앵커의 비교 실험을 중심으로‘를 보면 AI 뉴스 제작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데요. 아직까진 “사람이 뉴스 원고를 입력하면 소프트웨어가 해당 원고를 읽는 AI 앵커 영상을 합성해내는 방식”이라고 합니다. 이 방식을 악용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유튜브에서 자극적인 제목과 이미지로 허위정보를 전달하는 영상 한 번쯤 보셨을 텐데요. 이런 영상들은 주로 텍스트를 음성으로 변환해 주는 TTS(Text to Speech)를 이용합니다. 대부분 기본적인 툴을 이용하기 때문에 사람이 직접 녹음한 목소리가 아니라는 걸 쉽게 알아차릴 수 있습니다. 사람이 직접 등장하지 않기 때문에 영상을 보면서 정보를 의심하기도 비교적 쉽겠죠. 하지만 앞서 언급한 딥페이크 기술을 활용한 뉴스 앵커, 정치인의 AI가 등장하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실존 인물인 뉴스 앵커의 얼굴과 목소리로 뉴스 형식을 갖춰 전달한다면, 유력 정치인이 자신의 주장을 펼치듯 정보를 전달한다면 의심의 수준이 낮아질 수 있습니다. 메시지를 전달하는 사람에 따라 정보의 신뢰도가 높아질 수 있기 때문이죠. 이처럼 기술이 발전해 더 정교한 묘사가 가능해진다면 허위정보 확산의 우려는 더 커질 겁니다. 지금 필요한 건 ‘확신하기 전에 확인하는 습관’ 그렇다면 우리는 허위정보 해결을 위해 확산 경로를 차단해야 할까요? 다양한 대비책을 마련해야겠지만 수많은 이용자가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해 정보를 만드는 환경에서 확산을 막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술의 발전이 만들어 낸 허위정보를 방치할 수밖에 없을까요? 그렇지 않습니다. 정보 확산을 막을 순 없어도 정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해결책을 찾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허위정보의 위협에 대한 대응은 정보를 곧이곧대로 믿지 않는 것에서부터 시작합니다. 수많은 정보 중 근거 자료가 확실한 정보만 받아들인다면 우리는 허위정보의 위협에서 조금이나마 자유로울 수 있습니다. 결국 ‘확신하기 전에 확인하는 습관’이 필요한 셈이죠. 더 많은 시민이 확신하기 전에 확인하는 습관을 지니고 있다면 객관적인 근거가 없는 허위정보가 확산되더라도 피해를 줄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누군가의 발언 혹은 널리 확산된 정보를 객관적인 자료로 검증해 사실여부를 가리는 ‘팩트체크’는 허위정보를 해결하는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물론 팩트체크는 허위정보를 뿌리 뽑을 수 있는 만능열쇠는 아닙니다. 하지만 팩트체크를 수행하다 보면 자연스레 정보를 끊임없이 의심하고, 사실인지 확인하며 근거가 있는 정보를 받아들이게 됩니다. 이를 통해 검증된 정보의 확산이 이뤄질 수 있습니다. 또한 팩트체크는 단순히 허위정보를 검증해 거짓을 밝혀내는 활동에서 그치지 않습니다. 팩트체커는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에서 사실은 무엇인지, 우리는 어떻게 사실을 확인할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사실 여부를 결정하는 최종 판정 단계에선 선입견을 배제하고 객관적인 근거를 바탕으로 정보를 바라보는 냉철함을 얻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팩트체크’는 단순한 정보검증 활동을 넘어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는 시민의 필수역량’입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시민팩트체커가 필요합니다 정리해 보면 허위정보는 ‘바이러스’, 팩트체크는 ‘백신’과 같습니다. 우리는 바이러스와 백신의 관계를 코로나19 시기의 경험으로 이해하고 있습니다. 허위정보라는 바이러스는 박멸되기 어렵고, 큰 위험을 만듭니다. 하지만 팩트체크라는 백신이 있다면 바이러스를 척결할 순 없어도 위험을 예방하고,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습니다. 더 많은 시민이 백신을 접종할 때 바이러스의 위협이 현저히 줄어드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많은 시민 참여 팩트체크가 필요합니다. 단순하게는 검증이 필요한 정보를 제보하는 것부터 조금 더 깊게 들어가 정보를 직접 검증하는 것까지 팩트체크의 모든 과정에서 시민의 역할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의 수많은 허위정보를 검증하기 위해선 다양한 팩트체커가 모여야 합니다.  물론 정보를 검증하는 과정은 쉽지 않고, 큰 노력이 필요합니다. 다양한 분야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허위정보를 혼자서 검증하기엔 벅찹니다. 그래서 시민팩트체커의 협업이 중요합니다. 지난 2021년 11월에 오픈 팩트체크 플랫폼 ‘팩트체크넷’ 1주년 토론회 “객체에서 주체로 - 시민과 함께하는 팩트체크의 의미”에서 나온 협업 경험이 이를 증명합니다. 구현정 시민팩트체커는 활동과정을 돌아보며 “처음에 개인적으로 팩트체크 할 때는 배운대로 하면서도 판정을 내릴 때 움츠러들었는데 다른 시민 팩트체커들과 협업하면서 마음이 편해졌다”, “여러 사람이 정보를 더하다 보니 내 눈에 안보이던 것도 볼 수 있게 됐고 최종 결론을 내릴 때 책임감도 나눌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이제 모든 시민이 팩트체커가 될 때입니다. ‘시민팩트체커 협업 그룹’은 시민 참여 팩트체크를 통해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자 합니다. 팩트체크가 무엇인지 궁금하다면, 함께 팩트체크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시민팩트체커 협업 그룹에 참여해보세요. 시민 협업 팩트체크 결과물은 시민팩트체커 협업 그룹과 ‘디지털 시민광장’ 캠페인즈를 통해 더 많은 시민에게 전달할 예정입니다. 앞으로 이 여정에 어떤 일들이 있을지는 알 수 없습니다. 하지만 시민 참여 팩트체크가 확산될 때 우리는 더 나은 세상을 마주하게 될 것입니다. 우리에겐 더 많은 시민팩트체커가 필요합니다. 시민 참여 팩트체크가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여정에 함께해 주세요. ✏️글 : 바다 /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캠페인즈팀 활동가 / bada@parti.coop
디지털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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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아바타>가 현실이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영화 <아바타> 보셨나요? 제임스 카메론 감독이 연출한 <아바타>는 2009년 개봉해 큰 관심을 받았습니다. 당시에는 생소했던 3D 관람이 인기의 한 몫을 했었죠. 13년이 흘러 2022년엔 속편이 개봉되기도 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학생이었던 2009년 아바타를 보면서 하반신이 마비된 주인공이 특정 장비에 들어가 자유롭게 움직이는 장면이 가장 기억에 남았습니다.(영화의 스토리는 다 잊어버렸는데도 그 장면은 기억이 나네요) 공상과학 영화 속에서나 나올 법한 장면이 현실이 된다면 여러분은 어떤 기분이 드실 것 같나요? 오늘은 영화 <아바타> 속 장면을 현실로 만들고 있는 기술 BCI(Brain-Computer Interface)에 대해 이야기해 보려 합니다. 머지않아 현실이 될 수 있는 영화 <아바타> BCI에 대한 이야기를 본격적으로 하기 전에 영화 <아바타>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 합니다. <아바타>를 제작한 제임스 카메론 감독은 2009년 시리즈를 처음 선보인 이후 다양한 속편 계획을 세웠다고 합니다. 하지만 아시다시피 <아바타> 시리즈의 두 번째 작품은 2022년에서야 개봉했죠. 그 이유는 그동안 움직임을 추적해 기록하는 ‘모션 캡쳐’ 기술이 제임스 카메론 감독의 구상을 구현하지 못했기 때문인데요. 이후 기술의 발전으로 수중 모션 캡쳐 등 다양한 연출이 가능해지면서 영화의 속편이 감독이 만족할 수 있는 완성도를 가지고 제작될 수 있었습니다. <아바타>의 속편 제작이 미뤄지는 사이 발전된 또 다른 기술이 있습니다. 바로 BCI입니다. BCI 기술의 발전을 보여줄 수 있는 사례가 얼마 전 스위스에서 등장했는데요. 스위스 로잔 공과대학 연구진은 5월 24일 과학저널 네이처지에 ‘디지털 브릿지’를 개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로잔 공과대학 연구진은 뇌-척추 인터페이스라는 의미의 BSI(Brain-Spine Interface)라는 용어를 사용했습니다) AI타임스 등이 보도한 ‘디지털 브릿지’ 개발 배경을 살펴보면 실험 연구의 과정과 결과가 흥미로운데요. 로잔 공과대학 실험에 참여한 세르트 얀 오스캄은 영화 <아바타>의 주인공처럼 하반신이 마비됐습니다. 그는 이번 실험을 통해 “12년 만에 다시 일어서고 걷고 계단도 오르고, 복잡한 지형도 통과할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가디언지의 유튜브 채널에는 그가 실제로 걷고, 계단을 오르는 장면이 올라와 있습니다) 영화 <아바타>에서 주인공이 장비를 통해 다른 행성의 종족과 연결되어 하반신을 움직일 수 있게 됐다면, 현실에선 마비된 하반신을 바로 움직일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되고 있는 셈이죠. 그렇다면 어떻게 영화에서 등장한 장면이 현실에서 재현될 수 있었던 걸까요? 뇌와 컴퓨터의 연결은 우리 삶을 바꾸게 될까요? 마비된 하반신을 움직이게 한 과정은 이렇습니다. 먼저 뇌에 BCI를 이식하고, 척수에 센서를 이식합니다. 뇌에 이식한 BCI는 다리 움직임과 관련된 활동을 기록하고 신호를 환자의 보행기 혹은 휴대용 컴퓨터에 전달합니다. 그럼 휴대용 컴퓨터가 신호를 분석하고 척수에 심은 센서에 전달해 다리를 움직이게 합니다. 이렇게 끊어진 신경의 역할을 BCI 장치들이 대체하는 것이죠. BCI는 신경 대체 뿐만 아니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가능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활발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분야는 뇌파를 분석해 이미지를 재현하는 기술인데요. 가령 특정 이미지를 볼 때 발생하는 뇌파를 분석해 어떤 이미지를 보고 있는지 역추적하는 기술입니다. 일부 연구에서는 실제 이미지와 매우 유사한 수준의 재현이 이뤄졌을 정도로 구현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은 스위스, 미국, 일본 등 다양한 곳에서 유사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는데요. 시각 장애인에게 시각적 감각을 제공하거나 뇌 손상 등의 상황에서 의사소통이 가능하도록 활용될 수 있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BCI는 다양한 방향으로 연구가 진행 중인데요. 뇌 신호를 이용해 생각만으로 로봇이 물건을 잡거나 들 수 있는 기술을 비롯해 전자기기, 가전제품 등에도 적용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자세한 기술 연구 사례들은 AI타임스 기사를 참고했습니다) 이렇게 다양한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BCI는 우리 삶을 바꾸게 될까요? BCI가 만들 변화는 긍정적인 방향으로만 흐르게 될까요? BCI 기술 이대로 괜찮을까요? 모든 기술이 그러하듯이 BCI도 장점만 가진 것은 아닙니다. 가장 먼저 지적되는 문제는 개발 과정의 비윤리성인데요. 전기자동차 제조회사 테슬라의 최고경영자 일론 머스크는 2016년 뇌신경 과학 벤처기업 뉴럴링크를 설립했습니다. 머스크의 뉴럴링크는 기술 개발 과정에서 동물 학대 의혹이 지속해서 제기됐는데요. 지난해 말에는 동물권 보호단체 ‘책임있는 의학을 위한 의사위원회’가 미국 연방정부에 뉴럴링크에 대한 조사를 요구하기도 했습니다. 수백 마리의 원숭이와 양, 돼지 등이 뉴럴링크의 실험 과정에서 학대당했다는 문제 제기였습니다.(의혹을 단독 보도한 로이터 통신, 로이터 통신 보도를 전달한 경향신문 등의 보도에서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동물 학대 실험뿐만 아니라 인간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발생한 문제도 있습니다. BCI는 뇌 등 신체에 칩을 이식하는 침습형과 이식 없이 외부 장비 등을 이용하는 비침습형으로 나뉘는데요. 침습형의 경우 인체에 장비를 이식하기 때문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테크레시피에 따르면 앞서 소개한 하바신이 마비된 세르트 얀 오스캄도 두개골에 이식한 장비 중 하나가 감염증을 일으켜 제거하기도 했습니다. 무엇보다 큰 문제의식은 BCI가 비윤리적으로 사용될 우려가 있다는 것입니다. 김성필 울산과학기술원 디자인 및 인간공학부 교수는 2017년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BCI가 악용될 경우 사회적으로 심각한 윤리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주장했는데요. 김 교수의 우려는 아래와 같았습니다. 아직 먼 얘기같지만 만약 뇌파를 측정하는 사람이 다른 의도를 품고 피실험자의 통장계좌나 현관문의 비밀번호 등을 알아볼 수 있겠죠. 본인에게 동의를 구하지 않은 상태에서 원치 않는 정보를 집어넣는 범죄도 일으킬 수 있어요. 이를테면 불법적인 사상과 이념을 주입해 세뇌하는 거죠. 또 만일 뇌 자극을 통해 더 우수한 뇌를 만들 수 있게 됐다고 가정해 보죠. 그런데 수천수억원이 든다. 그러면 부유층만 누리는 특혜산업으로 변질될 우려도 있죠. 김 교수는 인터뷰 마지막에 BCI 기술이 끼칠 영향을 파악하고, 윤리적인 연구가 이뤄질 수 있도록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는데요. 특히 “인간에게 BCI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등 사회적인 공감대를 이룰 수 있는 법·제도도 구축해야 합니다”라며 제도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김 교수의 인터뷰로부터 6년이 흘러 BCI 기술은 이제 우리 삶에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수준까지 도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BCI 기술과 관련된 충분한 논의를 하지 못했습니다. 김 교수의 우려를 한국 사회는 잘 해결할 수 있을까요? 뇌와 컴퓨터를 연결하는 기술은 이대로 괜찮을까요? 캠페이너 여러분은 BCI 기술을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인공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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